헌재 “명예훼손, 댓글 전문 종합적으로 따져야”
상태바
헌재 “명예훼손, 댓글 전문 종합적으로 따져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3.25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원댓글 일부만 떼 명예훼손 인정한 검찰에...헌재 “취소”
“∼라고 치자”며 반박 댓글 달았는데 검찰에서 ‘유죄’ 판단
헌재 “자의적 검찰권 행사한 꼴...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누리꾼이 인터넷에 남긴 응원 취지의 댓글을 일부만 떼어서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고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헌재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이 신모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대해 해당 뉴스기사의 내용, 해당 댓글이 기재될 당시 관련 댓글들의 상황, 해당 댓글의 전문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다.
 

변호사시험 준비생인 신씨는 2016년 8월 전직 리듬체조 선수 A씨에 대한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러시아 코치진의 힘을 이용해 실력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신씨는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 A라고 치자…”라며 댓글을 달았다. 뒤에 이어진 내용은 성적 조작이 아니라는 취지로 A씨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22년 6월 댓글 364건을 무더기로 고소했는데 여기에는 신씨가 단 댓글도 포함됐다.
 

□ 관련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불기소결정) ③ 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1. 기소유예: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 호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

경찰은 신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신씨는 “댓글을 다시 한번 봐달라. 그 짧은 글이 어떻게 A가 성적 수혜를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납득이 가게 이유를 제시해달라”며 이의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작년 3월 추가 수사 없이 신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신씨는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내면서 자신이 썼던 댓글 전문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헌재는 “현저한 수사미진 및 중대한 법리 오해의 잘못에 터 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뉴스 기사의 댓글들을 통해 고소인(A씨)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논쟁적으로 이뤄지던 상황에서 청구인(신씨)은 고소인이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고소인을 응원하는 맥락에서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라는 표현을 일부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청구인에게는 고소인을 비방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