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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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자동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2.29 18: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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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웹서핑을 하던 중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알레르기가 있는 자동차’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이번 기자의 눈에서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어느 날 미국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의 폰티악 사업부에 이상한 클레임이 접수됐다. 그 고객도 자신의 클레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건 제가 두 번째로 쓰는 편지입니다. 하지만 답변이 없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이게 미친 소리 같다는 걸 아니까요.”라고 하니 말이다. 대체 그의 자동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가족은 저녁 식사 후 항상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전통이 있었다. 굳이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가게에 갈 것도 없이 동네 작은 마트에만 가도 아이스크림의 맛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그의 가족은 매일 저녁 식사 후 아이스크림 가게로 운전해 가면서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고르곤 했다고 한다. 이야기만 들어도 화목한 가정의 행복한 저녁 풍경이 그려진다. 그런데 새 폰티악 자동차를 구매한 후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아이스크림을 살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유독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 때만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누가 믿겠는가. 그럼에도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파견했고 엔지니어와 고객은 차를 몰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다. 그리고 그들이 차로 돌아왔을 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엔지니어는 출장일을 연장했다. 첫날 저녁 초코 아이스크림을 샀을 때는 시동이 걸렸다. 둘째 날 저녁에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샀고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셋째 날 저녁,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엔지니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알레르기가 있는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에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출장을 연기하고 운행 시간, 유종, 운전 전후의 시간 등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단서를 잡아냈다. 가장 인기 있는 맛인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가게 앞 별도의 쇼케이스에 들어 있었고 다른 맛들은 카운터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 맛의 아이스크림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렸던 것.

베이퍼 록(Vapor lock). 과열로 연료 펌프나 연료 파이프 속의 연료가 기화되면서 연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다. 즉,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아 기화된 증기가 제거되지 못했던 것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비단 이런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보다 넓은 시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데이터를 모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8일 주요 4대 법학회가 주관하는 공동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인한 변화와 문제점, 그중에서도 법학 고사와 학문후속세대 단절, 로스쿨의 교육 및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법학부 부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시험 과목 및 방식 개편, 기초법학 강화, 로스쿨 입시에서의 법학 지식 검증 등 다양한 의견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기자는 “사법개혁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고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으로 이뤄진 탓에 유토피아를 지향했으나 실제로는 디스토피아로 귀결되지 않았는지 하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로스쿨 체제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찬동한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그린 로스쿨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면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솔직하게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원림 교수의 지적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문제가 있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멀리 보고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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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균등 2024-03-01 07:56:23
사실 자칭 양심세력의 용이한 법조계 진출이라는 파당적 이익을 위해 지역균형개발•법조인의 국제화 등 갖은 명분을 앞세워 들여온 로스쿨이 현실성 없는 무리한 교육체계라는 건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며,

현재 다수당인 야당 대표는 사시부활이 대선 공약이었으니 틀에 얽매이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가 현실성 있는 개선입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탁상공론에 그치지말고 하루빨리 우리 현실에 맞는 법학교육제도로 찾아 법제화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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