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7)-골프코스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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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7)-골프코스와 저작권
  • 신종범
  • 승인 2024.02.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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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골프가 귀족스포츠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소수의 회원들 위주로 운영되던 회원제 골프장이 사라져 가고,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이 대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굳이 멀리 있는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손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스크린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필드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이용해 보니 필드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새 소리, 풀벌레 소리 등 효과음도 그렇지만 각지의 골프장을 재현한 화면은 실제 필드에 나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후 다양한 골프장 특징이 더욱 세밀하게 반영되면서 집, 직장 주변의 스크린골프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스크린골프가 실제 각 골프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크린골프가 재현하고 있는 각 골프장은 각기 특징적인 코스와 주변 경관 등을 갖추고 있다. 각 골프장은 골프장의 개성을 살린 코스와 경관 등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하여 코스 설계를 하고, 그 코스에 어울리는 조경, 인공물 등을 설치하는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골프장의 골프코스와 주변 경관 등은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업체들이 스크린골프 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은 골프코스를 저작물로 보고 코스설계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보았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코스 설계 시 골프 경기 규칙,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고 이용객들의 편의성·안전성 및 골프장 운영의 용이성 등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며, 제한된 지형에 각 홀을 배치해야 하므로 골프코스는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골프코스 설계엔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이 아니므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골프코스가 저작물임을 전제로 코스설계자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과는 배치된다. 2020년 대법원은 회원제 골프장 운영사들이 스크린골프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은 코스설계자에게 있다고 밝힌바 있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보고 있는데, 골프코스가 저작물에 해당하는지는 골프코스에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골프코스는 경기규칙, 국제기준에 따라 이용객들의 편의성, 안전성 등 기능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제한된 지형에 각 홀을 배치해야 하므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골프코스를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일정한 규칙, 기준 등에 따라야 하고, 기능적, 실용적 목적 달성을 위해 표현 방법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골프코스는 해당 골프장을 특징 지우는 핵심적인 요소로 축구장, 농구장 등과 같이 규격화된 것이 아니고, 해당 지역, 지형지물 등에 맞추어 독창적으로 설계되며, 실제 골프설계에 유명 선수 등이 참여하는 등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한편, 골프코스를 저작물로 보게 되면 그에 대한 저작권은 위 2020년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코스를 설계한 설계자에게 있으므로 설계자가 아닌 골프장 운영자는 저작권을 양수받지 않는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만, 골프장 운영자는 골프코스 설계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외부로 표현되는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이룬 성과를 보호할 필요도 있다.

이에 대해, 2020년 대법원은 “골프코스 자체는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코스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생기는 경관이나 조경 요소 등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코스 설계와는 별도로 골프장 운영자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며 “골프장 운영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스크린골프사업자가 허락을 받지 않고 골프장의 모습을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거의 그대로 재현해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스크린골프사업자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스크린골프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골프 초보자들은 느끼기 어렵지만, 골프를 어느 정도 치는 사람들은 각 골프장마다 코스의 특색과 설계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고 있고, 코스에 어우러진 경관이나 조경 등에 이끌려 특정 골프장에 대한 선호도를 달리한다. 골프장을 만들면서 코스설계나 조경, 경관 등의 조성에 투입된 비용과 노력에 상응하는 법적 보호가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봄이 오고 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필드에서 골프공과 함께 멀리 날려 버리고 싶다. 비록 마음과 달리 이곳저곳으로 향하는 골프공에 스트레스가 더 쌓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신종범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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