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허경영 후보 출산지원금 공약 부활? 과연 돈을 주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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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허경영 후보 출산지원금 공약 부활? 과연 돈을 주면 해결될까?
  • 신희섭
  • 승인 2024.02.29 18:0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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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결혼은 1억! 출산은 3천만 원! 2007년 대선에서 허경영 후보가 제시한 결혼과 출산 지원 공약이다. 이 공약들은 당시 허 후보의 몇몇 황당한 이야기들과 섞여 하나의 웃음거리로 치부되어버렸다. 그저 웃자고 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허 후보의 공약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총선 직전인 측면도 있지만, 현재 속속 출산 대책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출산 대책으로 1억 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른 지방 정부들도 액수는 다르지만, 지원금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당에서는 민주당이 1억 원을 대출하고 이후 출산한 자녀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갚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5년 전 웃고 넘겼던 정책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본질은 한국의 출산과 결혼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웃자고 한 이야기가 지금은 웃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얼마 전 칼럼에도 출산율과 국가 소멸에 관해서 썼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표들을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다. 다만 최근 발표된 통계만 하나 소개하겠다. 2월 28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4분기의 합계 출산율은 0.65명이다. 3분기 0.70명, 4분기 0.65명. 한국은 스스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역사상 최저이다 보니 다른 국가와의 비교도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두 사례와 비교해본다. 2022년 전쟁이 발발한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이 1.16명 정도로 추정된다. UN 경제사회위원회가 2023년 발표한 통계로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8명이다. 쉬운 해석으로 한국은 전쟁 상황보다 심각하고 북한보다도 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헬조선’이다.

이유는 한국에 사는 누구나 잘 안다. ‘현재’ 살기 어렵고 ‘미래’에는 더 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집중할 것은 사회구조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한국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높고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몇 개 없다. 진입도 유지도 어려운데, 새로운 세대에겐 문이 더 좁다. 신규 채용이 점차 줄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이 계급화가 되었고 세대 이전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1960년대 산업화세대가 계급화를 이룩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 민주화 세대는 계급화를 공고화했다. 다른 선진국처럼 이는 자산소득에 의한 자식의 교육과 직업 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적은 수의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을 이미 거친 세대들일수록 다음 세대의 교육에 더 집중하게 된다.

교육은 미래 예상 고통은 현재 고통을 연결한다. 고소득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산과 소득이 높은 이들은 자신들의 계층을 자식 세대가 유지하도록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흔히 재벌이라 불리는 상위 0.1% 정도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게임은 다른 문제다. 자산이 적고 현재 소득이 높은 이들은 대체로 각자도생 방식으로 어렵게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계층이다. 문제는 이들의 자식들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어렵게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쟁에는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대부분 계층이 뛰어든다. 계층의 사다리를 유지하든, 새로 사다리를 타기 위해서든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두고 죽기 살기로 경쟁한다. 여기에 지금 나는 어려워도 내 자식은 그럴 수 없다는 ‘가족주의’와 자식 세대에 대한 투자만큼 합리적인 투자가 별로 없다는 ‘경제적 사고’까지 가세하니 경쟁은 아비규환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가 가진 상대적 가치와 인식도 한몫한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시험을 보고 나면 “몇 점 받았어?”보다 “그래서 몇 등인데?”를 먼저 묻는 사고방식 말이다. 게다가 한국인들 대부분은 표준적인 교육에서 표준적인 사회적 서열체계를 학습했다. 따라서 다른 가치에 눈을 못 돌린다. 누가 사업해서 돈 좀 만지면 “그래 봐야 장사꾼이지”라고 폄하하는 기준 말이다. 문제는 그것들이 자신의 숨통을 죄는 것이다.

전적으로 개인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구조가 문제다. 즉 계층 혹은 계급화된 경제구조와 사회적 인식구조가 한국인 대부분을 괴롭힌다. 한국은 뼈 빠지게 돈 벌어 자식들 학원비를 내지만, 수능시험 잘 봤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청년세대가 합리적이라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다시 질문해보자. 높은 소득의 일자리나 인정받는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거나 적당한 삶의 기준에 만족하는 인식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 출산에 1억을 주면 과연 청년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까! 15년 뒤에도 현재 내놓고 있는 출산지원금 정책들이 웃기는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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핳핳ㅎ핳 2024-04-02 14:22:51
여윽시 허경영 짱짱~

ㅇㅇㅇ 2024-04-02 14:20:59
무궁화 발차기 일타강사

천서은 2024-03-02 17:49:59
허경영 33정책. 자살율 떨어트려요..출산율 높여요

정혜경 2024-03-01 08:52:03
허경영의 33정책으로 교육문제 주택문제를 해결해주고 배당금까지 준다면 맘놓고 낳을수있겠다

허경영 국회의원 2024-02-29 23:38:35
돈을 찔금찔금 몇십씩 지원하니까 효과가없죠 허경영대표가 주장하는거처럼 결혼하면1억 애낳으면5천만원 지원하세요 저출산 비혼 남의나라 얘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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