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5)-4차 산업혁명시대를 역주행하는 ‘그들만의 로스쿨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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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5)-4차 산업혁명시대를 역주행하는 ‘그들만의 로스쿨 제도’
  • 조용호
  • 승인 2024.01.31 10:21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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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열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취업 후 실명을 밝히며 열 다섯 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거듭 밝힌다. - 편집자 주 -
 

<strong>조용호</strong> <br>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화두가 뜨겁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이기(利器)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까 조바심도 생긴다.

2023년 부족한 필자와 결혼해 준 고마운 아내와 같이 몰디브, 일본 도쿄, 중국 우한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급변하는 세상에 발맞춰 논의되는 리걸테크(legal-tech, 기존의 법률서비스에 첨단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법률서비스) 시대에 로스쿨만을 졸업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법조인양성제도의 문을 틀어막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짚어보려 한다.

2.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버거운 로스쿨제도는 국민에게 ‘짐’이 될 뿐

(1) 중국 우한 여행(빅데이터와 초연결의 중요성에 대한 단상)

중국 우한은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악명이 높다. 친한 형님 초청으로 우한 여행을 결정하고 우한에 대한 검색을 해봤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된 컨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아내는 우한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현지에서의 정보검색과 의사소통 걱정에 가는 것을 만류했다. 그러나 중국 우한을 방문한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과 비슷한 인구 천만명의 우한이 중국에서는 8번째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건물만 비교하면 서울 이상으로 개발됐다. 우한을 여행하는 동안 어디서나 앱페이(APP Pay) 결제를 할 수 있어 현금은 단 1위안도 쓰지 않았다. 대륙스케일을 맛본 곡예공연 한쇼(汉秀, Han Show), 장강(长江)의 유람선(知音號) 상에서 배우들과 함께 교류하며 관람한 공연에서 받은 감동은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점철된 우한에 대한 미개한 이미지를 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중국 우한이 여행지로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먼저, 우한에 대한 데이터가 균형 잡힌 풍부한 정보를 산출할 수 있을 정도로 축적되지 않았다. 또한 입국 시 비자가 필요한데 비자 발급 시 적잖은 시간과 비용(3개월 이내 1회 방문할 수 있는 단수비자 기준 약 10만원)이 든다. 현지에서 와이파이 이용 시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검색 포탈에 접속되지 않기에 중국어 능통자가 아니면 여행 시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빅데이터와 초연결 관점에서 보면 25개 로스쿨별 특성화 분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지방 거점 대학을 육성해 지역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는 ‘빛 좋은 개살구’다. 현실은 고액의 등록금과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로스쿨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학하더라도,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곳곳 잘 터지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일타강사 강의 수강하기도 빠듯하다. 또한 법에 문외한인 상태에서 선택한 로스쿨의 특성한 분야가 법조인으로서 실무를 하면서 특정분야 전문가로서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아닐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서 특성화 분야 자료가 있으면 충분하다.

(2) 일본 도쿄 여행(초융합과 초지능의 중요성에 대한 단상)

엔화약세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인이 많아서인지 도쿄 여행에 대한 정보는 매우 많았다. 일본 여행 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편의점에 있는 동전 세는 기계였다. 일본은 동전이 6종류인데 현금주의 사회라 주머니에 동전이 쨍그랑거리기 십상이다. 편의점에 가서 계산할 때 구분하지 않고 한 움큼 넣은 동전을 자동으로 분류해 계산하는 광경은 무척 신기했다.

일본의 이러한 실용주의는 법률안 작성과 개정 작업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것에서도 엿보인다(일본 정부, 법률 개정 작업에 AI 도입…“실수·종이 낭비 줄인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7823). 법학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ion, 약어는 DX)은 빅데이터 솔루션과 인공지능(AI)의 정보통신기술을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활용해 고도화하는 것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한계 때문에 발생되는 생성형 AI의 오(誤)답변(환각·hallucinaion) 현상을 교정해 나가면 법률AI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쓰는 용어와 법률용어 간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컨대, 갈등관계에 있는 사람을 폭행한 사람이 챗GPT에게 “내가 ‘개XX’ 때문에 화가 나서 패줬는데 형량이 어떻게 되겠어?”라고 물었을 때 챗GPT가 ‘개XX’를 ‘동물’로 인지하면 ‘손괴죄’에 대한 형량으로 답할 것인데, ‘사람’으로 인지하도록 교정해 ‘폭행죄’에 대한 형량으로 답하게 교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초융합과 초지능의 관점에서 보면 법률AI가 급속히 발전해 누구든지 아무 때나 법률 정보를 핸드폰 챗GPT에게 물어볼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다. 초격차(超格差)를 지향하며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스쿨 졸업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로스쿨만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바다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거대한 쓰나미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자잘한 파도만 넘겨보겠다는 처사’와 매한가지다.

(3) 몰디브 신혼여행(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몰디브는 1,192개 섬을 합한 면적이 파주시 정도이며, 수도인 말레는 여의도 크기에 불과하다. ① 수도 말레에서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음이 나는 수상비행기로 1시간 떨어져 있는 작은 섬 ② 우기에는 수시로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강한 파도가 치는 열악한 환경 등 관광지로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은 요소들을 극복해 낸 몰디브에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세상사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인도양의 소국임에도 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과 소통하는 초연결 실천 ② 방문객들의 피드백을 잘 활용한 빅데이터 실천이 있었기에 유명한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는 것일 것이다.

3. 에필로그

2년 전 형사재판을 방청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인 딸이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핸드폰만 한 것에 화난 아버지가 핸드폰을 창밖으로 던졌고, 이에 딸이 아버지를 손괴죄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1심 결심공판에 아버지는 피고인으로, 딸은 증인으로 함께 출석했다. 재판장께서 아버지를 고소한 딸에게 지금 어디 거주하냐고 묻자 딸이 부모님 집에 같이 산다고 답한다. 재판장께서 딸에게 마지막으로 “진짜 아버지가 핸드폰을 던졌냐?”고 묻자 딸이 부모님을 슬쩍 한번 쳐다보더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다. 재판장께서 1심 선고일을 지정한 이후 부모와 딸이 같이 퇴정하는데 부모는 ‘자식 잘못 키운 죄’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당사자들이 나가고 재판장께서 “자식은 마음대로 안 되니 빨리 내려놓는 것이 좋다. 자식은 정말 마음대로 안된다”며 탄식하듯 혼잣말하신다. 그 장탄식에 훗날 철이 들어 철부지 행동을 뉘우치고 철들길 바라는 ‘자식 가진 부모의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옆에 계신 분이 “‘세기의 재판’이다. 핸드폰 던졌다고 아버지를 고소하다니”라고 말씀하시길래, “그래도 밖에 나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부모님 집에 있으니 착하네요. 철 들면 본인이 지금 순간을 가장 후회할텐데요.”라고 대꾸하니 “세상 쿨하구먼.”이라고 답하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법률AI 성능이 아무리 진화한다 하더라도 결국 법조인의 고유 영역은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법률AI처럼 정확하게 법령이나 판례 문구를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① 기계가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철학적 고민 ② 인간만이 갖는 사건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진술의 진위에 대한 직감 ③ 진술을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감정 등은 법조인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이유 하나도 반드시 로스쿨만을 졸업해야만 갖출 수 있는 법적 소양은 아니다.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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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2-09 16:02:33
지금 필드에서 저년차 어쏘변, 1~2학년 검사, 로클럭 등으로 활약중인 14~16학번 법조인들은 사시부활 얘기에 찬성이나 반대의견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고전문학으로 느껴집니다.

옛날에 그런 시험이 있었다 수준이고, 왜 사람들이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지 이해 자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저도 때때로 왜 아무 상관없는 역사 속 시험에 집착하면서 언성을 높일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3당합당 얘기를 하면서 언성을 높이시는거 보는 제 기분이랑 비슷하겠지요

솔직한 제 감상입니다

ㄱㄱ 2024-02-06 01:04:45
그럼 로스쿨이랑 사시랑 병행하면되지. 대학원갈 여유없는 사람은 쌩독학을 하든 주경야독을 하든 뭐하든 사시로 준비하면 되겟지.

기회균등 2024-02-06 00:38:18
기회독점 대입수시, 로스쿨은 청산하고,
서민의꿈 대입정시, 법대•사시 살려내라!!

ㅇㅇ 2024-02-05 15:36:38
미래 기술을 말하지만 본인이 시대에 가장 뒤쳐진 낙오자면서 비장하네 ㅋㅋㅋㅋㅋ 나이는 들고 할줄 아는 건 없고 징징거리는 거 밖에 없는 삶.. 안타깝다 정말

장동건 2024-02-02 13:20:54
조용호님
로스쿨 시작할때 사시와 병행하도록 8년이나
기회를 주었습니다 무려 8년

이정도라면 충분히 기회는 주고 넘친다고
생각하는데

또 사시부활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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