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과 불안한 중동과 불확정적인 전망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과 불안한 중동과 불확정적인 전망
  • 신희섭
  • 승인 2024.01.26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4년 1월 21일. 이스라엘은 시리아 수도를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무기를 시리아를 통해 헤즈볼라로 연결해주던 이란 군인 5명이 사망했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다. 최근 호전적인 이란이 이스라엘에 확전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불안한 정세와 중요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예측은 어렵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은 50일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1월 24일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강성학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이 지역 특성상 어떤 설명도 맞을 수 있고, 어떤 설명도 틀리는 곳이라고 평하였다. 근대 서구 관점만으로 이 지역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한계에 대한 가장 적확한 평가다.

두 가지로 약간의 살을 붙여보자. 첫째, 이 지역은 전근대의 종교가 지배하면서도 종족을 중심으로 한 근대의 핵심인 민족주의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무기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현대식 무기를 사용할 뿐 아니라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보유하려고 한다. 종교의 전근대, 민족주의의 근대, 핵무기의 현대가 복잡하게 공존해 한 가지 관점의 해석을 회피한다.

둘째, 보편성과 특수성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핵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억지 이론의 예측과 달리 다른 국가들에 의해 도발을 받아 왔다. 이슬람 국가들의 종교적 신념이 합리적 억지라는 보편적 설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편 헤즈볼라나 하마스 같은 조직이 합리적 차원에서 비대칭 전략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은 보편적 논리로도 설명된다. 이슬람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전쟁’과 이슬람에 복종하면 ‘평화’를 부여하는 이슬람식 인식과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전쟁 수행 방식이라는 합리주의적 전략 역시 단일한 평가 기준을 비웃는다.

지역 질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이스라엘은 지정학, 역사, 그리고 정의관이란 기준과도 마주하고 있다. 1948년 독립한 이스라엘은 좁은 영토에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4차례의 중동전쟁이 보여준 것처럼 이슬람으로 둘러싸인 적대적인 환경에 놓여있다. 발전된 미사일과 드론 기술은 국경을 접하지 않은 국가들의 위협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 영토에는 독립을 꾀하는 하마스 같은 강경파 팔레스타인 조직이 있다. 인티파다(Intifada) 즉 내부 각성과 봉기를 강조하는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 강경 세력과 이슬람을 지원하는 헤즈볼라는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마주한 전선을 바꿨다. 즉 국가에서 비국가 조직으로 교체.

이런 대내외적 환경은 이스라엘이 생존을 위해서 군사전략을 바꾸게 만든다.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의 성일광 교수는 “이스라엘의 안보 전략 변화와 그 함의”라는 논문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전략은 첫째, 재래식 군사력과 핵 능력에 기초한 억제력의 확보, 둘째, 정보기관을 이용한 조기경보, 셋째, 신속한 전쟁 결정 및 승리라는 3가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중동전쟁 이후 국가보다는 비국가 세력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스라엘은 보복을 확실히 하는 전략을 통해 적대세력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고 분석했다. 2006년 레바논전쟁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1월 21일 시리아에 대한 공격은 군사전략의 변화 탓일 수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의 3가지 전략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미 억제는 작동하지 않고 있고, 조기 경보마저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하마스를 상대로 빠른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승리를 무엇으로 규정할지는 정치적 의지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다.

이스라엘은 시리아를 공격해 다시는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싶다. 이란과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다. 강경파 연합인 네타냐후 정부의 정치적 입장도 작동한다. 이스라엘의 전략적인 공격은 국제사회의 두 가지 브레이크에 걸린다. 첫째, 누가 피해자이고 약자인가의 문제다. 둘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어디서부터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번 하마스 공격에선 이스라엘이 피해자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팔레스타인을 약자로 만들고 이스라엘을 침략자처럼 보이게 한다. 게다가 역사에서 원죄를 누가 지었는지를 따지는 시원론으로 가면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이스라엘이 앞으로 더 이란을 자극할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자극할 것인지는 국가안보와 전략이라는 보편적 원리와 종교라는 역사와 정체성의 특수성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의 예측은 맞기도 하지만, 또한 빗나가게도 될 것이다.

하나 마나 한 소리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의 보편과 특수를 구분해보는 정도의 씁쓸한 만족감만 남는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