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5-회생입문(5): 회생절차는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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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55-회생입문(5): 회생절차는 다 계획이 있구나
  • 손호영
  • 승인 2024.01.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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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목표는 직설적으로는 채권자의 권리 감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한다면, “회생채권을 최대 0%까지 감축한 뒤(감면), 그 금액을 최대 10년까지 분할하여 갚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채무자는 부채의 규모나 내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한의 이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의 회생채권이 줄어드는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회생계획’입니다. 즉, 채무자는 ‘회생계획’에서 정하는 내용에 따라 기존의 부채(채권)의 규모∙내용∙기한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회생채권에 대해 원금 2,000만 원, 개시 전 이자 200만 원의 경우 변제율을 50%(나머지 50% 출자전환)로 정한 경우 회생계획의 변제계획 내역표는 “원금 2,000, 개시전 이자 200 중 변제할 채권액은 원금 1,000, 이자 100이 되고, 이를 1차~10차 연도에 나눠 갚는 식”으로 작성될 것입니다. 이것을 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이는 실제 활용되는 회생계획의 문구이기도 합니다. “시인된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50%를 출자전환하고, 50%를 현금 변제하되, 변제할 채권액을 제1차 연도부터 제10차 연도까지 각 10%씩 변제합니다. 출자전환 대상 채권액은 이 회생계획 O장 O절에 의하여 채무자가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의 효력발생일에 당해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소멸합니다.”

이것이 회생절차의 최종 결과물(목표물: 회생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물(목표물)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우선 각 개별 회생채권에 대한 위 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한데, 이 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① 시인된 채권액의 규모(원금, 개시전이자, 개시후이자 구별), ② 변제할 채권액의 규모(원금, 개시전이자, 개시후이자 구별), 그리고 ③ 각 변제기간 중 얼마씩 변제할 것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모든 회생채권에 대해 마쳐 종합하면, 그것이 회생계획이 될 것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생계획은 회생 절차에서 별안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생계획은 회생절차를 통해 찬찬히 빌드업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회생절차는 회생계획을 만들기 위한 전제(절차)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회생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회생계획을 작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미 회사(이하에서는 채무자가 회사라는 가정을 둡니다)에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작성∙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작성∙관리하는 것을 공식적∙공개적으로 점검(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그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회생절차는 바로 이를 위한 절차입니다.

우선 ‘부채’ 항목에 대해서 봅니다. 회사는 재무상태표의 ‘부채’ 항목에서 각 채권자와 채권액의 규모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리인은 이를 토대로 회생개시 당시 기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하지만 이는 관리인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니(관리인이 중립적인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채권자도 자신의 ‘회생채권을 신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채권자 목록’과 ‘신고채권’에서 확인된 각 채권의 합집합을 알 수 있고, 이에 대해 관리인은 ‘회사가 해당 채권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 인정(시인)하거나 부인합니다. 이를 실무상 ‘시부인’이라 하고(시인+부인), 관리인이 제출하는 그 표를 ‘시부인표’라 합니다.

만약 관리인이 부인하는 회생채권에 대해 채권자가 다투고자 한다면 이는 별도로 마련된 불복절차(채권조사확정재판 등)를 거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이제 회생절차에서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 규모를 (불복절차 등 때문에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결국 확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확정된 ‘부채’가 바로 채무자가 앞으로 회생계획기간 동안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므로, 회생계획에서 ‘갚아야 할 대상(① 시인된 채권액의 규모)’은 이렇게 확정됩니다.

다음으로, ‘자산’ 항목과 ‘이익’ 항목에 대해서 봅니다. 회사는 재무상태표의 ‘자산’ 항목에서 회사의 자산을 관리하고, 손익계산서의 ‘이익’ 항목에서 회사의 이익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법원은 회계사를 ‘조사위원’으로 선임해(회생사건의 처리에 관한 예규 6조 1항), 조사위원으로 하여금 회생개시 당시 기준 회사의 자산을 ‘실사’하게 하고, 기존의 손익계산서를 검토하여 향후 이익을 ‘예상’하도록 해 이를 조사보고서로 제출하게 합니다(이외에도 조사위원은 여러 사항을 조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회사의 자산 중 매각할 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 ‘매각대금’과 향후 회사가 벌어들일 ‘현금’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이렇게 회생계획안의 ‘갚을 원천이 되는 돈(현금, 변제자금)’을 확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앞서 본 <② 변제할 채권액의 규모>와 <③ 각 변제기간 중 얼마씩 변제할 것인지>를 확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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