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43)-정치혐오가 불러온 이재명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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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43)-정치혐오가 불러온 이재명 테러
  • 강신업
  • 승인 2024.01.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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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새해 벽두부터 정치테러가 터졌다.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하고 기자와 문답하던 도중 흉기로 목을 공격당한 것이다. 범인은 67세 남성으로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사인을 요청하는 척하다가 개조한 등산용 칼이라고 하는 흉기로 목을 공격했다. 이 대표는 내경정맥 훼손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정치테러가 발생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5월 20일 오후 7시경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 신촌의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하다가 당시 50세의 지 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피습됐다. 박근혜 대표는 우측 뺨에 무려 11cm의 자창을 입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다. 2015년 3월 5일에는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찬 행사에서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 김 씨에게 과도로 습격당해 상처를 입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022년 3월 7일 오전 신촌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중 ‘표삿갓’이라는 명패를 단 69세 노인에게 장도리로 여러 차례 맞았다.

한편 이재명 대표를 공격한 김 씨를 두고는 ‘평소에 조용했다, 외로운 늑대다’ 등의 말이 나오고 또 일부에서는 이번 정치공격을 백색테러로 명명하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김 씨가 보수당 당원이었다가 최근에 민주당에 가입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이재명 테러를 목적으로 극우 인사가 민주당에 가입하고 지지자로 위장해서 기회를 노렸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 김 씨의 이재명 공격이 극우 또는 우파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좌파를 공격한 백색테러(white terror)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이번 이재명 대표 공격은 백색테러라기보다는 극단적인 정치혐오에 빠진 은둔형 정치 훌리건의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먼저 범인 김 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흉기를 사서 개조했고 이 대표 동선을 사전 답사했다. 김 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충남 아산시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가, 같은 날 열차 편으로 울산에 한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울산역은 이 대표가 갈 예정이었던 평산마을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이 대표를 공격하기 위한 사전답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씨는 결국 다음 날인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지지자 행세하며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은둔형 정치 훌리건’에게 나타나는 범행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에 과몰입한 나머지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고 살해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정팀을 응원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난동을 벌이고 극단적인 폭력 행위까지도 불사하는 훌리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또한 어떤 조직에도 속해 있지 않은 채 혼자 범행을 준비하고 결행했다는 점에서 ‘외로운 늑대’라고도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서구 여러 나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났던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근래 우리나라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은 매우 걱정되는 현상이다. 정치가 양극단으로 나뉘고 진영 간 대결이 격해지면서 반대쪽 진영의 정치인들을 악마화하는 일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고, 게다가 일부 과격한 선동꾼들이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영웅화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노골화될 위험성도 높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냉소나 무관심을 넘어 반감과 혐오를 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치에 대해 비판할 점은 비판해야겠지만 무분별한 비난을 조장하는 태도는 민주시민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극단적인 진영정치, 극단적인 혐오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다름 아닌 유권자들이다. 유권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나 정치테러가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바꿀 수는 없다. 느리더라도 정치개혁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각종 선거에의 투표 참여를 통해, 그리고 각 정당이나 정치인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 또는 대안 제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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