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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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
  • 박상흠
  • 승인 2023.12.2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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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베들레헴의 별은 빛났다. 보통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과거에 빛난 별들이다. 지구와 1광년 떨어진 별은 1년 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별빛이 발산하여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과거다.

그러나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별은 움직이는 별이며, 오늘의 별이었다. 그런 탓인지 그 별을 알아본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성경이 기록한 바에 의하면 동방박사와 목자들이 전부다. 동방박사는 밤하늘의 움직이는 별을 따라 페르시아에서부터 베들레헴까지 찾아갔다. 들판에서 천사를 만난 목자들도 아기 예수를 만났다. 뤼브롱 산의 양치기 목동들에게 밤 별은 시계이며 길 안내자(알퐁스도데의 별)였다면 베들레헴 들판의 목자들의 별은 아기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나침반이 되어준 것이다.

요즘 크리스마스의 종소리는 꺼진듯하고, 캐럴이 멎은 것도 오래된 듯하다.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맞이하는 마음의 여유가 어딘가부터 사라진 것 같기만 하다. 게다가 서안지구 근방의 베들레헴은 지금 전쟁의 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통해 성탄의 별을 비추고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아프리카의 여성은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2021년 12월경 크리스마스가 임박한 상황에서 비자 만료로 본국인 우간다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문제는 여성은 자궁 근종으로 40도의 고열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출입국관리법상 비자 연장 방법을 찾아달라는 자문을 받았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녀는 한국에서 수술을 해야만 한다. 여성의 모국은 수술 시설이 열악하여 비교적 쉬운 수술임에도 사망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나는 우선 부산애중회의 정 변호사님과 기독변호사회(CLF)를 통해 기적적으로 수술비 500만 원을 불과 사흘 만에 구했다.

그러나 산 넘어 산. 수술비는 마련했지만 체류 연장이 불가능하고 병원 수술을 위해서는 한 달이 걸렸다. 한 달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크리스마스 직후에는 그녀는 출국해야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종합병원의 원장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수술이 밀려있어서 한 달 이내에 수술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한 번의 기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코로나19가 다시금 발흥했고 국내 체류자 출국은 금지조처됐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틈에 뜻밖의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대구 파티마병원 원장 수녀님께서 무조건 그녀를 도와주라며 수술을 신속히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한 의료적, 법률적 문제를 돕는 일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 주었고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을 나는 기억한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을 만난 이들은 결코 화려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정치권력자 헤롯왕과 종교 지도자 대제사장은 아기 예수를 죽이고자 했다. 정작 아기 예수를 만난 이들은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밤 별을 보고 페르시아로부터 먼 거리를 걸어 베들레헴 땅에서 아기 예수를 만난 동방박사, 베들레헴 들판에서 별빛을 보며 예수를 찬미한 목동지기. 그들을 찾아온 고요하고 거룩한 밤은 지상 최대의 선물을 받은 뜻깊은 별밤이었다.

년 12월 크리스마스에 기독 법률가들이 동참한 한 여성을 향한 작은 모금 그리고 수녀병원장님의 협력으로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은 또 하나의 성탄의 밤별을 탄생시켰다.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변호사들의 역할이 바로 이 같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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