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의 떡이 커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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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의 떡이 커 보일 때
  • 김용욱
  • 승인 2023.12.2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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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행시냐, 사시냐, 아니면 외시냐! 선정된 단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과거에도 사람들은 진로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 고민은 오늘날도 멈추지 않는 듯하다. 다만, 그 명칭과 과정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국립외교원으로 바뀌었고, 행시 합격자들의 근무지가 과천에서 세종시로 바뀌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큰 차이점이다. 과거에도 고민이 있었지만, 과연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

조금 오래전에 필자는 고등학교 동문회가 주최하는 멘토링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졸업한 각 분야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법무, 공공분야, 의료, 언론, 컨설팅, 교육, 기업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왔었다. 필자는 변호사이기도 하고, 강의도 하고, 컨설팅 분야에도 한 발을 담그고 있고, 공공분야에도 많이 친숙한 편이라 각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어느 분과 모임에 가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변호사들 모임에 가면, 선배들이 후배들더러 하는 첫 마디가 “법조계는 이제 끝물인데, 왜 하려고 하느냐? 하지마...!”였고, 공공분야의 분과 모임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지방 내려가면 힘들다.”고 한탄을 했다. 컨설팅 분과에 갔더니 “컨설팅 분야 이제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왜 하려고?”였으며, 강사 교육 분과 모임 역시 가니 “교육 시장 죽은 지가 언제인데 왜?”였다.

그게 한 10년쯤 전 일이다. 몇 개 분과의 모임을 돌아보니,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앞으로 다 망하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 분과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 듣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마도 비슷한 톤의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언론분과 친구들은 “이렇게나 채널이 많아지고 자유로워진 세상에서 과연 기자가 살아남을 직업인지 걱정”하고, 대부분의 변호사는 합격하기 전까지는 “마을 방방곡곡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신념이 확고하지만, 합격하자마자 진심으로 크게 배우게 되는 것이 “세상에 변호사가 너무너무 많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에게 한번 물어보면 알 텐데, 십중팔구는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의사도 이젠 다 망했다. 아직도 모르겠냐?”

원래 늘 그렇지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직을 하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커리어로 키워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힘들고 고되고 정말 어렵다. 후회하는 순간도 반드시 한번 또는 그 이상 온다. 특히나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다들 다소 나이가 든 상태에서 새롭게 죽어라 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니 더욱 예민해지고 위축되기 쉽다. 그 과정을 잘 슬기롭게 극복하면 또 다른 시너지가 창출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게 만드는 것은 선택의 순간이 아니다. 그 이후에 내가 얼마나 내 열정과 시간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수학 강사가 되어 성공하게 된 이유는 강사로의 전직 결심을 한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 얼마나 몰입하여 강사 경력을 다듬어왔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지키고 매진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이 자리가 사실은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자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있는 분야, 내가 지망하는 분야가 앞으로는 망해갈 것 같지만,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탐나는 자리일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

후일담에 가까운 말이지만, 강사 시장은 다 망했다는 말이 있었던 이후에도 수십억대 매출을 자랑하는 강사들은 계속 나왔고, 변호사 시장 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그 오래전부터도 사무실을 확장해가며 성장하는 법률사무소, 법무법인이 꽤 많이 나왔다. 지금 내가 무엇을 준비하든 간에 그 분야가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가장 맛있는 과실은 결국 내 입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인가 변화를 시도했다면 몰입하고 매진하는 것도 즐거운 과정일 것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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