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7년의 기다림, 마침내 이룬 꿈…5급 공채 재경직 합격한 신재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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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7년의 기다림, 마침내 이룬 꿈…5급 공채 재경직 합격한 신재연 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3.12.18 21:43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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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연(32)·2023년 5급 공채 재경 합격·법률저널 PSAT 제17기 미래상 수상·전주완산고·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졸업

 

“수험기간 반성과 성찰, 합격 수기로 되돌아본 수험여정”
“1차 합격의 키…모의고사, 속도 향상, 그리고 집중 학습”

□ 들어가며

나는 합격 수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주변 합격생들로부터 조언으로 충분하다 느꼈다. 연차가 쌓인 뒤에는 합격 수기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감격의 감정이 거북했다. 쓰던 펜을 바꿀 때 그 부분만 찾아 읽었다(사라사에서 제트스트림 0.5mm로 바꿨다). 그래서 나는 합격 수기를 어떤 목적으로 읽는지, 이것을 읽고 어떤 정보를 얻고, 어느 부분에서 동기 부여가 되는지 잘 모른다.

처음 PSAT을 본 2016년으로부터 7년이 지난 2023년이 되어서야 합격을 했고, 재경직 합격선인 66.96점에서 2.3점 높은 69.18점에 합격을 해 합격 수기를 쓰기 겸연쩍다. 단기 합격을 원하면 최연소 합격자의 수기를, 고득점 합격을 원하면 수석 합격자의 수기를 참고하시라!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엉덩이가 가벼워 오래 고생했고, 연차에 비해 실력이 초라하다.

내가 합격수기를 쓰게 된 건 2023년 법률저널 PSAT 전국모의고사에서 미래상(1등)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희망상(3등)을 받았다. 합격한 뒤 합격 수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법저’(법률저널) 전모를 본 건 2020년부터였다. 법률저널 PSAT을 보기 시작한 ‘20년부터 1차를 안정적으로 합격하기 시작했고, 작년과 올해 두 차례 큰 액수의 격려 장학금을 받아 ‘법저’에 대한 기억이 좋다. 법률저널 장학생이 된 것이 난 꽤 자랑스러웠다. 상장을 집 책상 위에 펼쳐놓고 지나가며 그걸 보곤 했다. 불합격이 평범한 일이 되고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어갈 때 상장을 보며 아직 내게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상기했다. 장학생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하게 느꼈다.

법률저널에서 연락받아 합격 수기를 부탁받았을 때 내가 겪은 과정과 올해 2차에서 쓴 답안을 해삼이 내장을 토해내듯 진솔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7급 통계직에 합격해 올해 5월부터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해 일반적인 직장 병행 합격 사례는 아니다. 연차나 합격 점수나 수험생들이 참조할 바람직한 사례도 아니다. 그래서 타산지석으로나마 참고하도록 2차 답안의 재현과 면접 문제의 복기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 5급 2차 떨어지고 7급을 보다

경제 전공이었던 나는 나 자신이 경제학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행정법과 행정학에 약해 경제학에서 고득점을 받지 못하면 합격이 요원했다. 작년 2일 차 경제학을 본 후 나는 크게 절망했다. 2, 3번 문제를 거의 풀지 못한 것이었다. 2번은 몰라서, 3번은 시간이 없어서였다. 그날 저녁 나는 남몰래 선택하는 통계학 핸드북을 1시간 본 뒤 5월에 접수한 7급 공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만 하염없이 보았다. 그날 공부가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3일 차 통계학에서 2문 2)의 답을 틀리고 3문 4) 답의 의 분자-분모를 뒤바꾸어 답을 적은 걸 알게 된 뒤로는 남은 희망이 사라졌다. 마음을 잡고 트리니티 재정학을 보았지만, 정신은 산만했고 에너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재정학 3문에서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을 안 것은 시험 시간이 10분 남을 때였다. 답안지 8, 9페이지에 엑스 표를 치고 제3문 1)의 숫자만 다시 계산해 고쳐서 냈다. 허탈했다.

시험에서 불합격한 것은 분명했다. 32세의 나이에 7번을 시험에서 낙방한 상황에서 내년의 불확실한 합격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밥벌이해야 했다. 시험에서 떨어진 뒤 부모님 얼굴을 보기 미안해 집에 돌아온 다음 날부터 도서관에 나가 공부했다.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이제까지 공부한 5급 공부 외의 것을 준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기업 대신 과목이 같은 7급 통계직 공부를 했다. 플랜 B, 탈출구, 차선책이 필요했다. 내게 필요했던 건 당장 호구지책이었다. 서울에서 고향 전주에 돌아온 지 2년 차였다. 눈칫밥을 먹는 생활이 길어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공부와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걸어오면 회피했다.

7급 1차는 2차가 끝난 3주 뒤에 있었다. 7급 1차 준비 중에 입시 2차 결과가 나왔다. 내 점수는 그동안 보았던 2차 점수 중 가장 높았지만 74.88인 합격 컷과의 점수 차가 상당히 컸다. 입시 불합격이 확정된 후 7급 1차에 집중했다. 7급 1차 시험이 끝난 저녁 누나와 저녁을 먹다 코로나에 옮겨 5일간 자택 격리되었다. 코로나의 고통은 크지 않았다.

 

□ 7급 합격과 2022년 말까지

7급 1차 점수는 합격 예상 점수를 크게 웃돌았다. 2차 시험일 10월 15일까지는 두 달 반의 시간이 있었다. 7급 2차 과목은 헌법, 행정법, 경제학, 통계학이다. 5급을 놓지 못했던 나는 7급 교재는 ‘전효진 올인원 헌법’ 하나만을 샀고, 정하중 ‘행정법개론’ 14판(2019)과 트리니티 미시경제학을 9월 중순까지 보았다. 도서관에 꾸준히 나갔지만, 책이 잘 안 읽혔고 공부 진도도 부진하게 나갔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다 수면 부족으로 오전은 혼곤한 정신으로 보냈다.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자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5급 2차 후 계속된 의기소침함과 침울했던 마음이 7급 역시 불합격하겠다는 위기감으로 대체되었을 때는 시험이 3주 남은 때였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경제학과 통계학 모의고사 책 한 권씩 사서 풀어나갔고 행정법은 봉투 모의고사를 구해서, 헌법은 기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문제를 최대한 풀고 틀린 것만 정리하는 식으로 시간을 줄여나갔다. 행정법이 가장 큰 문제였다. 5급에서 다루지 않는 먼 과거의 판례나 세세한 판례들을 몰라 모의고사에서 틀렸다. 70점 내외의 점수가 자주 나와 행정법 때문에 불합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널이라는 이름을 단 모의고사들이 기출에 비해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를 많이 낸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7급 합격 수기가 아니므로 7급 공부 과정을 자세히 서술하지 않겠다. 어쨌든 3주간의 문제 풀이 기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5년 내 기출조차 1회독 하지 못했고 사놓은 모의고사를 다 풀지도 않았지만 짧은 기간 많은 문제를 빠르게 풀었고 틀린 것만 집중해서 보았다. 양치기 스타일의 공부법이었지만 기간이 짧아 그 양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2차 점수는 예상 합격선을 조금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 행정법을 못 봤지만 어렵게 나온 통계학을 상대적으로 잘 본 덕이었다.

7급에 합격하고 나서 든 생각은 5급도 멋모를 때 기세로 합격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기간이 늘어날수록 지엽적인 것, 어려운 것에 공부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멘탈은 점점 더 약해졌다. 반면 7급 공부 때는 지엽적인 건 되도록 넘겼고, 불합격의 불안은 내년에 5급 다시 보면 되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22년 5급 2차 성적을 돌이켜 보면서 시험 운용과 멘탈의 문제가 컸다고 생각했다. 만약 경제에서 1, 2문에 너무 시간 쏟지 말고 3문부터 풀어 20점을 확보하고 시작했다면, 경제학을 못 봤어도 마음을 다잡고 통계학과 재정학에서 실수를 없앴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7급 2차 결과를 기다리며 남은 10월은 정운찬·김영식·이재원의 ‘거시경제론 13판’을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불합격은 불운과 멘탈보다는 부족한 실력과 적은 공부량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좋은 루틴을 계속 유지했다면 멘탈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실력이 좋다면 멘탈이 무너지더라도 큰 실수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기세를 타야 하며 7급 합격의 기운을 이어가자는 마음은 7급 2차 후에 5급 공부를 이어가는 좋은 마음가짐이 되었다.

11월과 12월에는 행정학 예비순환과 1순환을 들으며 ‘재미있는 행정학 4판’을 보았다. 그전까지는 김정인의 ‘인간과 조직을 위한 행정학’과 2순환 자료를 보면서 공부했다. 행정학이 머릿속에서 휘발되었는데도 안 것으로 착각해서 꼼꼼히 공부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강사와 교재를 선택해서 공부했다. 필기 노트에 적힌 선생님의 판서를 교과서에서 찾아 밑줄 치고 읽으며 예습했다.

그 와중 11월 15일에 7급 2차 합격 발표가 났고 최종 면접은 12월 3일에 있었다. 면접 준비는 면접 책을 보고 3일 동안 했다. 2차 합격자 발표를 보고 전원 합격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준비 부족이 면접 중에 티가 났지만 면접관들이 편하게 해줬다. 12월 중순에 7급에 최종 합격을 했다.

□ 1차까지

12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법률저널 PSAT 전국모의고사를 보았다. 얼리버드 기간에 10회 신청하였다. 2020년도부터 법률저널 PSAT을 보았고 그 해부터 1차 합격선을 크게 상회하는 점수를 받았다.(’20년 84.16 / ’21년 88.83) 그리고 20년도에는 10회차 전부, 21년도에는 4회차부터 10회차까지, 작년과 올해는 10회 모두를 법률저널 시험을 보았다. 법률저널 전모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기출을 3∼4회독 할 성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출의 회독 수가 늘어갈수록 전에 풀었던 기억이 남아서 아는 문제를 풀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기출 풀이로는 내 현재 실력이 점검이 안 되었다. 기출 분석은 자신이 없었다. 맞는 문제를 다시 공부하는 건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구성을 보기 위해 전모를 매년 신청해서 보았다.

22년은 입법고시 1차 합격을 목표로 전모 10회차를 신청하여 1차 공부에 투자했다. 그리고 75점(합격선 73.33)을 받아 입시 1차에 합격했고 희망상을 받았다. 23년은 1차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위해 신청했다. 평일에는 2차 공부만 하되 전모 백분율에서 5% 밖으로 밀리면 1차 공부를 하기로 정하고 10회차 모의고사를 보았다. 다행히 2차 공부에 전념한 1∼2월을 보낼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 나는 법저 전모에 대한 기억이 좋다. 그래서 법저 전모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쓰는 건 당연하다. 전모가 왕도라는 건 아니다. 2019년 이전까지는 혼자서 기출 위주로 공부했다. 헌탈 포함 1차 불합격을 겪으며 20년에는 세 과목 모두 기본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고 21년에는 언어논리 심화강의를, 22년에는 상황판단 심화강의를 듣고 큰 도움이 되었다.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기출 분석을 수행했고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강사들이 알려주는 사소한 팁들이 쌓이면서 점수가 늘어났다. 예컨대 광독(디테일보다는 요지 위주 독해)과 밀독(디테일 위주 독해)의 구분, 상황판단 법조문 문제에서 조항이 달라질 때마다 보조선 긋기, 분수비교법, 곱셉비교법 등의 사소한 팁들이 체화되었다.

자료해석 비타민을 열심히 푼 편이다. ‘자료해석 연산연습’도 꽤 풀었다. 정확도보다는 속도에 주안점을 두고 푸는 편이라 1차 기간에는 계산 속도에 향상에 주의를 기울였다. 2분에 1문제씩 풀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쫓겨 정확도도 떨어지는 게 항상 고민이었다. 복잡한 장치,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많이 나오면 점수가 남들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어렵게 출제하는 경향이 큰 법저 전모가 약점 보완에 큰 도움이 되었다.

1월에는 국제경제학 1순을 들었다. 전에 들었던 적이 있음에도 새로웠다. 학부에 다닐 때 국제경제학 수업을 듣지 않았던 탓이 컸다. 1월 중순부터는 행정법 2순을 들으며 답안을 썼다. 입법고시 1차를 치른 이틀 후 7급 신규자 과정으로 국가인재개발원에 입교했다. 과정 중 1차 공부를 틈틈이 했다. 합격의 여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첫 직장에 대한 기대로 진천은 날마다 축제였다. 쉬웠던 행시 1차는 내게 행운이었다.

 

□ 2차까지

7급 신규자 과정은 3월 31일까지 진행되었다. 첫 2주는 비대면 기간이었다. 비대면 교육 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경제학 정선 문제를 풀었다. 마지막 2주 대면 교육 때는 ‘재미있는 행정학’과 ‘경제학 전공 학부생을 위한 경제수학 강의노트’를 가져갔지만, 공부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자기 전 30분 정도만 책을 읽는 날이 많았다.

신규자 과정이 끝나고 바로 임용되는 동기들과는 달리 나를 비롯한 7급 통계청 발령자들은 5월에 임용되었다. 다행히 4월 한 달을 벌었다. 행정학 2순, 행정법 3순, 행정학 3순을 들었다. 행정학은 답안을 다 쓰고 충실히 들은 판면 행정법 3순은 모의고사의 60%만 풀고 강의는 80/5 정도 들었다. 행정법 공부는 새로 나온 법전에 익숙해진 정도에 그쳤다.

5월 8일에 임용되어 통계청 전주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운 좋게도 연고지에 발령받아 이사하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다. 입법고시 2차 이후에 발령받기를 원했지만 지나친 바람이었다. 아버지의 차에 탄 채 출퇴근하며 ‘정언명령 행정법 쟁정암기장’등을 읽었다. 퇴근해서는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가 재정학 정선 문제를 풀었다. 연가가 없어 입법고시 2차에 불참했다. 연가 없이 결근 신청이 된다는 걸 안 것은 6월이었다.

6월에는 통계학 2순을 들었다. 강의에서 풀어주는 ‘주관식 통계학 기본편’과 수업자료 문제 정도로 통계학을 마무리했다. 추·검정, 분산분석, 회귀분석 이외의 부분은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통계학 문제를 계속 풀었다. 시험 1주일 전에는 전 과목을 개략적으로나마 훑으려 노력했다.

○ 행정법(22년 40.33 → 23년 45.00)

- 내 답안(김향기 교수 예시답안 참조)

1문 1) 이의 신청에 대한 이의재결의 법적 성질을 묻는 문제라 생각해 이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의 구분 방법에 관해 쓰고 이의재결은 행정심판이며, 원처분주의에 따라 재결의 고유한 위법이 없으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아 기각된다 썼다. 취소소송의 대상적격 논의 / 유리하게 변경된 원처분 논의를 생략했다. 행정소송법 19조 단서와 원처분주의 논의도 한 문단 정도만 써 감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1문 2) 행정소송법 제8조 2항 / 민사집행법 300조에 따라 가처분이 준용 가능하다고 썼다. 집행정지 논의는 하지 않았다.

1문 3) 표준지공시지가의 법적 성질에서 학설 논의를 길게 했다. 하자승계는 취소소송의 논의라 생각해 판례만 인용해 수인가능성 / 예측가능성이 없어 갑이 보상금증액청구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썼다. 하자의 승계론/구속력설을 쓰지 않아 감점이 커 보인다.

2문 1) 거부처분의 사전통지 문제로 무난하게 서술했다.

2문 2) 법령보충적 규칙으로 보았고, 그에 따라 군수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서술했다. 관련 판례를 몰랐다.

3문 1) 조례제정의 대상사무-법률유보 원칙 위반–법률우위 원칙 위반 이 세 개로 나누어 논의하려다 법률유보 원칙은 애매해 뺐다. 자치단체장의 고유사무로서 위법한 조례라는 결론만 알고 관련 판례를 몰라 법률우위 원칙 위반으로 서술했지만, 그 법 조항을 지목하진 못했다.

3문 2) 지방자치법 192조를 그대로 옮겨썼다.

-소회

잔잔한 실책이 많아 감점이 컸다. 1문 1), 3), 2문 2)에서 큰 감점이 있었을 것 같다. 부족함을 느껴 작년 가을과 겨울에 공부를 많이 했지만 7급 신규자 교육 이후 답안 작성을 많이 하지 못했고, 최신 판례 공부도 못했다. 기상 특강을 신청했으나 바빠서 1/4만 들었다.

단권화한 책을 들고 다니며 매일같이 외우는 게 공부법이다. 작년까지는 ‘3순환 체크리스트’, 올해는 ‘정언명령 행정법 쟁정암기장’을 단권화 교재로 활용하였다. 약한 과목이라 수험기간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 경제학(22년 51.00 → 23년 75.00)

- 내 답안

1문 1) 답은 알았는데 풀이 과정에 미스가 있었다. 답은 2명, 3명, 4명 늘려가며 구했다. 효용 극대화 문제에서 1계 조건을 잘못 적었다. 그래서 풀이 과정 중 헤맸다.

1문 2), 3) 무난하게 적었다.

2문 1) 무난하게 풀었다.

2문 2) β = 1/2 α = 0으로 적어냈다. 함의는 못 적었다. 처음에는 β = 1, α = -0.5로 풀었는데 검산 후에 답을 바꿔냈다. 점수를 크게 잃었다.

3문 1) 전날 본 내용으로 무난하게 적었다.

3문 2) 1인당 국내총생산의 그래프를 틀렸다. 1인당 국내 총생산 성장률이 g가 될 때 기존 성장 추세와 만나는데 수준 효과가 있는 것처럼 그렸다. 그 외에는 맞았다.

4문 1, 2, 3) 숫자는 무난하게 맞았다. 함의는 정부지출의 완전 구축 / 통화공급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 등 숫자만 설명하는 식으로 적었다.

-소회

1문 1), 3문 2)에서 감점이 있었고, 2문 2)에서의 감점이 정말 컸다. 수험생활 초반에는 투자를 많이 했고 강사를 바꿔가며 순환 과목을 따라가는 과목이었다. 연차가 쌓이며 많은 책을 풀었으나 올해는 시간이 없어 정선 문제를 다 푸는 것도 벅찼다. 시간이 없어 국제경제학, 재정학을 먼저 공부하고 그 부분에서 다룬 분야는 문제를 풀지 않는 식으로 시간을 아끼려 노력했다.

○ 통계학(22년 40.33 → 23년 47.33)

- 내 답안

3문 2)를 제외하고는 다 맞았다. 3문 2)는 풀이 과정은 맞았으나 최종 답을 틀렸다. 내 기억으로는 y가 아니라 x로 적분해 적분 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소회

답을 틀렸음에도 감점이 2.66점밖에 되지 않은 게 복이었다. ‘남몰래 선택하는 통계학 개념완성’을 매년 회독하다 올해는 핸드북 암기로 대체했다. 작년에 들은 3순 자료와 올해 들은 2순 자료로 문제 풀이에 치중한 공부를 했다. 학부 때 들은 경제통계학과 계량경제학이라는 베이스가 있어 아예 생소한 과목은 아니다. 매년 수리통계 문제에서만 나오는데 시험 전날에는 추·검정과 분산분석, 회귀분석 부분을 빼놓고 공부하기도 그런 과목이다. 호그 저, 김우철 저를 사두긴 했는데 보지 않고 익숙한 남선통만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 재정학(22년 61.33 → 23년 89.66)

- 내 답안

1, 2문, 3문 1), 2)은 숫자를 맞추면 되는 문제였고 맞췄다. 3문 2)는 3.75/3.75, 3)은 투표 거래 이후에도 최적 달성 불가능으로 썼는데, (3,3,3)과 (3.75,3.75,0) 때 손실의 크기를 비교해서 (3,3,3)의 이행이 가능함을 논의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엄밀하지 못한 논의로 이 부분에서 감점이 있었던 것 같다.

-소회

상대적으로 적은 공부량에도 점수를 따낼 수 있는 과목이라 생각한다.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되 시험이 가까워져 오면 투표제, 사회보험제도, 하버거 모형, 소득세와 지출세 논의 등 서술할 사항, 디테일, 공식 등을 반복해서 외웠다. 재정학 점수를 그나마 잘 맞아 낮은 행정법 점수와 경제학 점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 행정학(22년 47.66 → 23년 54.33)

-내 답안

1문 1) Wolf의 정부실패 논의는 비파내분으로 두문자화하여 외웠다. 정부실패 이야기를 할 때 쓸 내용으로 외워둔 건데 직접 Wolf를 물어볼 줄은 몰랐다.

1문 2) Wolf의 정부실패 논의와 NPM, 뉴거버넌스, 신공공서비스론의 논의를 연결하려고 했는데 잘은 안되었다. 뉴거버넌스와 신공공서비스론을 정부실패 대응에서 어떻게 구분 지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완전한 구분은 어려웠다.

1문 3) 예견적 정부 / 민첩한 정부 / 디지털 정부를 썼다. 개념을 나열하는 서술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1), 2)와 연계가 글의 완성도 측면에서 필요했다. 논의 마무리에 정부실패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1문장 정도의 서술에 그쳤다.

2문 1) 공공의대는 기업가 정치, 수도권 정원 확대는 고객 정치로 썼다. 후자는 이익집단 정치와 고민했으나 기업가 정치와 고객 정치의 대비가 구도가 더 좋아 보여 이를 선택했다.

2문 2) 규제영향분석과 규제사후영향평가를 썼다. 14점이 조금 길었는데 다른 규제 개혁 수단은 신설 또는 강화되는 규제 대응이라는 문구에 부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3문 엽관제와 실적제 논의였다. 엽관제 단독 주제인 1)에서 중시된 행정이념은 관리적 리더십을 썼고, 2)의 논의를 위해 사회적 형평성도 언급했다. 엽관제의 형성 논의에서 잭슨 대통령을 제퍼슨으로 잘못 썼다. 2)에서는 실적제의 단점으로 1)과의 연계를 위해 최고 지도자의 관료통제의 어려움, 정치에 대한 무감각, 사회적 비형평성 등을 이야기하고 엽관제적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논의했다.

-소회

약점 과목이고 수험 초반에는 시간 투자도 많이 하지 않는 과목이었다. 공부해도 안 오르고 하지 않아도 하한선이 있는 과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고 이번에 투자를 많이 했다. 재미있는 행정학에 밑줄을 치고 단권화해서 자주 보았다. 시험은 2, 3문은 꽤 만족스럽고 1문이 아쉬웠다.

 

□ 면접

9월 중순에 합격이 발표되고 축하를 받으면서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다. 전주에서 직장을 다녀서 스터디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고 환절기 비염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7급 면접 때의 경험을 믿고 스터디 없이 면접 강의와 ‘2023년 5급 공채 면접 특강’ 교재,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면접관 역할을 부탁하고 준비하는 정도로 면접 준비를 마쳤다.

준비가 부족한 채 면접을 맞이하니 면접관 앞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 오전에는 경험상황 면접과제를 봤다. 1문은 조직 내 충돌을 해결한 경험, 2문은 반달곰 지리산 방사 담당 사무관으로서 방사 증가를 외치는 환경단체와 방사 불가를 외치는 지역 주민 간의 갈등 시 대처 방안, 3문은 비대면 AI 맞춤 안경 제작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 허가와 이에 반대하는 보건복지부와 안경사 단체에 대한 대처를 묻는 문제였다. 호의적인 7급 면접과는 달리 꼬리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경험상황 문제에서 난처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문) 충돌하는 두 집단 혹은 사람이 각각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일까요? (그냥 다툰 거라는 답을 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짜냈다.)/ 갈등을 해결하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을까요? (없지만 억지로 짜냈었다.)/ 도움을 받으면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은 말이 있을까요? (없었다)

2문) 환경과 주민 안전의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한 가지만 선택하면 어떤 것일까요? (최대한 두 가지를 동시에 잡겠다, 안전 문자 등 통신 기술의 활용 곰에게 인간 회피 습성을 지속해서 학습시키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기술적인 이야기 말고 가치적인 걸 이야기해보라는 식으로 다시 이 문제에 돌아왔다) / 공청회 주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요? (다과 말고 생각이 안 났다) / 주민이 당신의 설득에도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최대한 설득하고 안 되면 강행한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다)

3문) 보건복지부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자료를 공유하고 TF를 설립하고 등의 정답이 있는 질문인데 말하려니 어색했다) / 비대면 AI 맞춤 안경 제작 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가한 후 당신은 다른 자리로 간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 보건부 우려대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침해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자료를 담당자에게 넘기겠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면접관 두 분의 눈치를 보니 고개를 가로젓는 듯했다. 준비 부족이 많이 티가 났었다. 횡설수설했고 말에 자신감이 없었다. 신상 관련 질문 대비가 경험상황 과제 준비의 상당 부분이었는데 하나도 묻지 않았다. 곤란한 상황을 가정하는 후속 꼬리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답변이 내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미흡’ 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오후는 직무역량 면접이었다. PT 주제는 최원종과 같은 연속살인 문제의 해결법이 주제였다. 아는 주제여서 좋았다. 거기에 딸린 경험·상황 면접과제는 해외기업 유치를 통한 고용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문제였다. 오전에 버벅댔던 것을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서 직무역량 면접에 임했다. 마침 아는 주제였다. 자료 외의 정보들이 떠올라서 이들을 인용해서 좋은 인상을 보였다. 예컨대 연속살인(Spree killing)과 연쇄살인(Serial killing)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다. 시간이 남는 듯 면접관께서 다른 질문지를 열어보더니 신상 질문을 하나 했다. 질문이 무엇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후에 그나마 만회하여 미흡 탈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 맺는말

그렇게 나는 7년 만에 5급 공채에 합격했다. 잔업이 있어 사무실에서 합격 문자를 받았고, 주변 직원분들이 축하를 많이 해주었다. 기쁨보다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수험생활을 이어가지 않는다는 게 한동안 어색했다. 그러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느낌이라 불합격을 해도 수험공부를 한동안 못했을 것 같다.

건강관리나 생활 습관 면에서 나쁜 수험생의 표본인 것 같다. 수험기간 동안 살이 많이 쪘고, 6시간 이상 통잠을 잘 자지 못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길었다. 수험기간에도 유튜브, 웹소설 등을 많이 보았고 인터넷도 많이 했다. 매년 2차가 끝난 뒤에는 불합격이 예상됨에도 2차 발표 전까지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에 실력은 떨어지고 스타크래프트 래더 점수가 올랐다.

내 합격은 탁월함과 치밀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좋은 운과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7급에 합격한 것, 신규자 교육과정 중 2주가 비대면이었던 것, 7급 입직이 1달 미뤄진 것, 연고지에 발령이 난 것,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등 운이 아닌 게 없었다. 조금만 채점 기조가 달랐어도 나는 불합격 할 수도 있었다. 운이 아닌 게 없었다.

가장 큰 행운은 올해 도서관에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것이다. 그녀와 조금 더 같이 있기 위해 쉬는 시간도 줄이고 자리에 있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도 자제했다. 근처 자리를 맡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고 그러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연인이 된 이후에는 서로 버팀목이 되어 수험생활을 헤쳐나갔다. 직장에서 심력을 써도 퇴근 후 그녀를 보면 에너지가 충전됐다. 시험에 한 달 먼저 붙어 다른 시군에 발령이 난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같이 공부하던 때가 아름답게 기억되고 그립기도 하다. 그녀가 없으면 올해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한다.

감사의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많은 격려를 해준 7급 동기들과 통계청 전주사무소 직원분들께 감사하다. 수험생활 시작 후 연락을 많이 하지 못한 법대야구부 선후배님들과 동기들에게도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한다. 점심을 신세 졌던 도도랑족발보쌈 동생들, 사장님과 사모님, 상연이, HJ 친목회로 이름을 바꾼 FC 할짝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항상 나를 이뻐해 주는 철수 삼촌과 란영 외숙모, 대학 생활과 수험생활 동안 많은 신세를 졌던 민수 삼촌과 은경 외숙모에게도 감사하다. 삼촌들이 있어 언제나 든든했다. 누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언제나 의지하고 신세를 많이 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공부한다고 고생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합격한 모습을 외할머니께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외할아버지에게도 감사하다. 할아버지께나마 합격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스럽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감사하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 좋은 공직자가 되는 모습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재연(32)·2023년 5급 공채 재경 합격·법률저널 PSAT 제17기 미래상 수상·전주완산고·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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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찌다 2024-04-08 19:09:37
멋지긴한데 그좋은머리로 의대가시지...

ㅇㅇ 2024-01-23 13:27:54
행시준비생이 아닌데도 댓글남기고 갑니다. (다과드립이 너무 웃겨서요) 천성적으로 성격이 좋아보이셔서 결국 좋은 성과이루셨다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 정부부처에서도 파이팅하세요

독자 2024-01-16 15:03:11
굉장히 솔직한 합격수기 감사합니다. 담담하게 쓰셨지만 7년의 세월이 결코 쉬운게 아니지요. 축하합니다.

홍홍 2024-01-12 20:57:52
합격축하드립니다. 진실된 합격수기가 최고인거 같습니다.

이토이 2024-01-11 13:02:34
살면서 본 합격수기중에 제일 상남자스럽노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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