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2)-‘세상 별것 없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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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2)-‘세상 별것 없다고 하니’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2.1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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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세상 별것 없다고 하니>

윤석구(가명)

알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세상과 나의 삶의 갈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사람들은 다들 무언가를 하고 살아가고, 여러 가지 말을 전하고 있었기에, 그래도 잘 아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아직 세상과 자신의 삶을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아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사람도 여전히 없다. 그래서 그 또는 그녀를 만나기까지는 그냥 다들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고, 세상 별것 없다고 생각하려 한다. 운 좋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더 좋은 것이고.

좋지 않지만, 편해

난 겨울이 싫었다. 오래전부터 겨울이 다가오면, 자책하고, 포기하고, 그러다가 시험장에 갔다가, 허망한 기대에 이은 실망으로 이어지는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일상에 익숙했기에, 겨울이 무섭고, 싫었다. 이번 겨울은 편했다. 이제 봐야 하는 시험도 없었고, 의미나 기대가 되는 기회도 많지 않아서 그냥 넋 놓고 있고, 나만의 행복이려니 늦잠도 실컷 잤다. 물론 문뜩 엄습하는 불안과 두려움에 잠을 못 이뤄 이제는 지겨운 친구인 술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싫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 아니 오래전의 편안함을 이번 겨울에 문뜩문뜩 느끼며. 세상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믿으며.

왜 살지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지만, 사실 요즘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이번 생애는 망했다는 말을 실감하며 참 편하게 살았나보다 싶다. 최소한 부모님을 보살피고, 그나마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라 말하곤 하는 나도 모르겠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이유를 다들 말하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만큼 죽는 것도 어렵다고 하니, 언젠가는 삶의 이유를 알기를 기대하며,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 순간의 안도와 찰나의 미소를 위해 살아가려 한다. 죽지 못해서 산다는 말은 이제 충분하니.

하고 싶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모든 것을 제쳐두고 그 일이 좋아 달려들어, 실패하며 때론 울기도, 자주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가장 큰 문제는 남은 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결국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지원금을 받고 오랜만에 설렜다. 부딪힐지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세상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금으로 우선 가고 싶었던 곳으로 날아가,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순간에 ‘아! 행복하다’ 소리도 쳐보고, 깊은 동굴 속 작은 빛의 흔들림에도 놀라는 나를 데리고 떠나, 바람이 전해주는 향기와 햇살의 따뜻함, 그리고 그래도 이어갈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결국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다고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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