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0)-‘日日新又日新-묵묵히 하루를 사는 것으로 의미를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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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0)-‘日日新又日新-묵묵히 하루를 사는 것으로 의미를 삼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2.01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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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日日新又日新(일일신우일신)1)
-묵묵히 하루를 사는 것으로 의미를 삼다

立志盡成(입지진성2)/필명)

시험 결과 발표 후 그날 저녁부터 한동안 저의 과거와 순간순간의 선택들을 반추하고 또 반추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어느 순간부터 꼬인 걸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며칠 밤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실패였습니다. 삶의 신조가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실패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자!’이기에 지금까지 목표로 삼았던 일을 이루지 못한 게 없었습니다. 왜냐면 한 번도 포기를 했던 적이 없어서 한두 해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어도 목표한 바를 성취했기 때문입니다.

첫 실패의 아픔과 함께 나는 아직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강제적으로 멈춰야 된다는 상황에 더욱 극심한 자괴감과 박탈감이 나의 정신과 삶까지 흔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며 ‘그냥 이대로 내 숨이 멎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주변 모든 환경에 화가 났습니다.

그러던 중 잠자는 아이를 보며 내 인생이 끝난 게 아닌데 나에겐 가족이 있고 지켜줘야 할 아이가 있는데라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할 텐데라는 생각에 굳건해지자, 행복해지자 다짐했습니다.

더불어, 문득 제 꿈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어려서부터 법조인이 돼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겠다던 꿈. 틀이 바뀌기는 하지만 꼭 법조인이 되지 않더라도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자.

그렇게 마음먹자 우울하고 자괴감 들던 마음이 조금은 추슬러졌습니다.

변호사시험 불합격이 제 삶 전체의 실패는 아니기에 새로이 목표를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저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멈춘 것이 아니기에 그 미련은 영원할 거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당연히 합격할 거라는 마음이 여전히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기에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우선은 하루의 삶에 충실해 보고자 합니다. 하루하루 행복해지고 삶의 이유를 찾는다면 다시 활력적이 되고 마음을 추슬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제가 회복탄력성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매 순간순간 스스로를 위로하며 괜찮은 척하는 중입니다. 계속 괜찮은 척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심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와 같은 상황인 분들이 아마도 많이 힘들고 심적으로 고통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로스쿨을 나왔는데 왜 변호사가 안 됐지?’, ‘절반이나 합격하는 시험인데 왜 떨어졌지?’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 그리고 스스로의 자괴감.

그러나, 주변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입니다. 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던 부모님도 가족도 모두 나의 목표를 응원하고 나의 행복을 응원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부끄럽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나를 지지하고 도왔던 가족들에게만 미안하면 됩니다. 굳이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 쓰면서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에는 실패하였을지라도 스스로 새로운 목표를 찾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스스로 떳떳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제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나를 더 사랑하고 내 가족만 생각하자. 그런 마음으로 삶을 대하자 마음이 조금씩은 편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동기들 선후배들의 변호사 생활 얘기를 들으면 헛헛하고 씁쓸하지만, 그저, 나도 내 행복을 찾아가면 된다. 나는 지금 굳건하게 잘 견디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행복과 목표는 다른 것으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저 그렇게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당당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이니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자체로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1) 日日新又日新(일일신우일신):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움.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을 하라는 의미.

2) 立志盡成(입지진성) : 뜻을 세우고 진력을 다하면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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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2-09 11:42:50
멋지고 훌륭한 글을 써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의 폭을 넓혀주신 작성자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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