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예측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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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예측가능성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11.24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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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최근 종이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 대체업체들이 국회 앞에서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제품들을 부수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행정의 비(非)연속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질타했다. 2023년 11월 24일 일회용품 규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생산설비를 대거 늘린 업체들은 갑작스러운 환경부의 일방적 보류, 연기 방침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이든, 행정이든, 정치든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접근하려 계획을 짜고 그러다 보면 목적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능성을 갖게 한다. 골목 편의점에서도 규제제도시행에 대비해 친환경 봉투를 도입하는 등의 일상에서의 변화를 보아 온 기자로서도 정부의 친환경 포기 또는 후퇴 움직임이 꽤 아쉬운 대목이다.

각종 자격시험, 공무원시험 등에서 출제유형, 난이도, 선발인원 등에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군무원시험 등 지엽적, 불의타 출제로 응시생들의 의욕을 좌절시키는 일부 시험이 현존하지만, 이 역시 변화하는 시류에 점점 문을 열어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의사, 약사시험 등은 합격률이 평균 90%를 상회한다. 변호사시험 또한 여기에 부합해야 한다며 로스쿨 측과 법무부, 변호사단체 등이 15년째 대립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법원 역시 변호사시험을 완전자격시험이 아닌 선발적 성격도 강조하고 있다 보니, 지난 15년간 로스쿨 제도를 취재해 온 기자로서도 변호사시험을 명징하게 정의할 수 없다고나 할까. 확실한 것은, 로스쿨과 소속 교수들은 의사시험과 같은 완전 자격시험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모태로 꼽히는 미국 로스쿨의 합격률 역시 60%대를 형성하는 곳도 적지 않다.

기자는 공론장에서, 때론 사적으로도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과 부대낄 때가 종종 있었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완전자격시험? 국민 대다수는 로스쿨에 대해 의대, 약대만큼 제도와 교수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고 있을까 하는 원천적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스쿨 인가 과정에서 상당수의 교수가 제자들을 버리고 로스쿨 대학으로 옮겼으며 이들 중에는 잔여 법과대 교수와 학생들의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불가론’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며, 더 많은 교수가 손수 가르쳤던 제자들의 법학 실력을 폄훼하며 사법시험 폐지에 앞장섰고 자신들은 ‘새 술은 헌 부대라도’라는 괜찮다는 궤변에 안주한 것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째고, 깁고 등등 실험실에서 교수와 제자로서 도제식으로 최소 6년의 과정을 마치는 의대랑, 칠판 하나에 각종 서류 자료 등만으로도 수백 명을 교육할 수 있는, 간헐적으로만 지도첨삭 정도가 곁들여지는, 로스쿨 교육은 확연히 다른 면도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책이나 판결문 등으로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게 법학 공부이고 보면 의사시험 등과의 단순한 비교는 무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교수는 기자에게 “로스쿨 제도 본연의 의미를 모른다”며 여전히 구박을 던지곤 한다. 15년의 로스쿨 제도를 통해 과거 법과대에서 얼마만큼 변했는지, 최소 120학점 이상의 법학과목을 이수했던 과거 법과대 출신보다 로스쿨 학생들이 확연히 더 뛰어난지, 혹은 인위적 바늘구멍을 통해 형성된 인위적 인재들을 통한 학업의 수월성만 더 높아진 것은 아닌지 등을 꼬집어 볼 필요는 여전히 남아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로스쿨 측에서는 특히 교육과 연계한 변호사시험 출제, 응시자 대비 합격률 최소 60% 이상 등을 주장하며 로스쿨 연착률을 강조하곤 한다. 출제 내용과 합격률에서의 예측불가능성에 따른 학생들의 사법시험적 학습과 학원화가 재현되기 때문에 결국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큰 틀의 로스쿨 본연의 제도가 흔들리게 된다며 우려한다.

다행히 이를 최대한 존중한 법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제적으로 ‘1730명 내외’라는 가늠자를 투척하며 과거와 달리 예측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자격시험이냐, 아니냐의 명분이 아닌, 일단 실리를 앞세운 수요자 중심의 적극행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BT 도입 또한 (급격히 도입됐지만) 그동안 충분한 사전연습의 기회가 부여되고 시스템 정비 또한 알차게 이뤄진 만큼 대한민국 첫 국가고시 논술형 CBT 시행으로써 응시생, 채점위원 모두에게 큰 성과를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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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1-24 18:11:57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참으로 훌륭한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님,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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