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0)-KBS 수신료와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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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40)-KBS 수신료와 공영방송
  • 신종범
  • 승인 2023.11.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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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어릴적 저녁 9시가 되면 TV 방송에서 알림음이 나왔다. “뚜뚜뚜 땡” 그리고 시작된 뉴스는 거의 매일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정권의 나팔수였던 TV 방송에서 매일 전두환의 근황을 뉴스의 첫머리에 보도하였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땡전뉴스’라 불렀다.

‘땡전뉴스’는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공사)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KBS는 국민들로부터 시청료(1989년 이후 수신료로 명칭 변경)를 징수하여 운영됨에도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군사정권을 위한 방송에 열을 올렸다. 이에 국민들은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KBS 수신료 폐지 등이 간혹 주장되기도 했으나, 군사독재 시절만큼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군사독재 시절보다는 그래도 언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탓에 수신료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현재도 KBS 수신료는 유지되고 있고, 가구당 월 2,500원이 부과된다.

사람들은 방송을 보기 위해 이미 인터넷 통신사나 케이블 방송사업자 등에게 이용 요금을 내고 있는데, KBS 수신료는 왜 내야하는 걸까? 다른 방송사에는 별도의 수신료를 내지 않는데 말이다.

KBS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근거는 방송법이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KBS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시청하는 채널의 종류나 시청량, 유료방송 가입 여부 등과 관계없이 TV 수상기 소지만으로 KBS에 수신료 납부의무를 지게 된다.

이러한 수신료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는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조세와 다르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등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며, 수신료의 금액, 일정한 경우 수신료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고,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라는 입법목적에 비하여 수상기 소지자가 입게 되는 재산상의 불이익은 크지 않다고 하면서 수신료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있었음에도 KBS 수신료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KBS가 내보내는 방송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밝혔듯 수신료는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로부터 독립하여 중립성을 보장하고, 공영방송 스스로 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기 책임하에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함인데, KBS는 군사정권에서는 ‘땡전뉴스’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고, 그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흔들려왔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야권이나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가 KBS 수신료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안’에 대한 온라인 투표 결과를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하였고, 통상의 입법예고 기간도 대폭 줄여가며 불과 한 달만에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할 수 없도록 하였다. 정부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합산해 징수하면서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는 등 국민 불편 개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생각한 KBS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어서 임기가 남아 있던 KBS 사장이 해임되고, 방송 경력이 전혀 없는, 문화일보 논설위원 출신이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신임 KBS 사장이 임명되자마자 인기있던 시사프로그램이 사전 예고도 없이 폐지되고, 간판 뉴스인 9시 뉴스 앵커는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교체되었다.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에 다른 방송사들은 이에 대한 소식을 톱 뉴스로 내보냈지만, KBS 뉴스만은 윤석열 대통령의 소식을 톱으로 전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땡전 뉴스’가 ‘땡윤 뉴스’로 부활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KBS 프로그램 시청 거부와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방송법은 국가기간 방송인 KBS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공적 책임을 부여하면서 이를 위해 경비를 국민으로부터 받는 수신료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밝혔듯 수신료는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그 때마다 수신료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영방송이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 등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권력자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신료는 죄가 없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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