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36)-윤석열식 정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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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36)-윤석열식 정계개편
  • 강신업
  • 승인 2023.11.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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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정치개혁은 항상 상수다. 정치개혁의 첫 단추는 기득권 정치세력을 물갈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한 번도 정치해보지 않은 윤석열을 대통령에 앉힌 것은 기성 정치에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기득권 정치인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정치를 소망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87년 체제 이후 다른 분야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지만, 정치 분야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한국 정치는 오히려 계속해서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정치가 사회와 문화의 발목을 잡는 일을 이제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 이제 한국 정치는 반드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치를 축재의 수단으로 삼는 일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 공천의 대가로 돈을 주고받고, 당내 경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리는 송영길식 후진 정치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기득권 정치인이 할 수 없다. 이해관계가 없는 새 정치인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 새 정치인이라고 해서 또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성 정치에 빚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성 정치인과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킨 정치인이 아니어야 한다. 기성 정치인 중에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정치인을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히 그 적임자를 하나 갖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사명은 새 시대를 여는 구시대의 막내가 되는 일이다. 기득권 정치 문법을 지우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다행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하고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명은 새로운 정치의 담지자들을 발굴해서 이들을 새 부대에 담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총선 전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이 신당에 신진정치인들을 주로 포함시키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정계 개편을 시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공천 물갈이를 통해 국민의힘을 신진정치인들로 먼저 채운 다음 국민의힘을 새 당으로 신장개업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소위 여의도 물갈이를 위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요한은 윤석열식 정계 개편을 위한 도구다. 따라서 인요한에게 윤심이 실렸다는 인요한의 말은 사실이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는 인요한의 요구는 사실상 정치권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다. ‘정말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라. 못 하겠으면 내려놓으라’라는 인요한의 말은 사실상 인요한의 입을 빌린 윤석열의 말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며 친윤 핵심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듭 촉구한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계 개편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벌써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 중진, 친윤 등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인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동적인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의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출마 권고에 대해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말하면서 언짢은 모습을 보였고, 장제원은 수천 명 지지자 모임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노골화했다. 권선동은 기자들에게 “자신은 대선 이후 더는 윤핵관이 아니니 나는 윤핵관에서 빼달라”라고까지 하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부터 엄청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다. 승부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윤석열의 정치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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