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골든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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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골든걸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1.10 10: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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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에 꽂혔다고 해야 하나. ‘골든걸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원더걸스, 트와이스 등 인기 걸그룹을 다수 프로듀싱한 박진영이 왕년의 디바들을 걸그룹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멤버는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널리 불리는 대히트 곡들의 주인공이자 가창력으로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단한 디바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나이는 막내인 이은미가 1966년생으로 만 57세, 가장 연장자인 인순이는 만 66세다. 환갑에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걸그룹이라니, 가능한 일일까.

데뷔를 준비하는 많은 아이돌들이 그렇듯 합숙에 들어간 골든걸스는 나이가 들며 달라진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잔잔하고 애절한 곡도 잘 불렀지만 특히 이브의 경고, 집착 등 신나는 댄스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박미경은 이제 체력이 마이너스라고, 뭘 해도 다 아프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먹는 것도 싫고 다 하기 싫었다며 눈물을 지었다.

안무를 연습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자책하며 그래서 누가 칭찬만 해줘도 눈물이 난다는 그에게 신효범은 괜찮다고, 눈물이 나면 그냥 울어도 된다고 위로하고, 이은미는 나도 몸이 너무 아팠다며, 밤에 잠을 자면 베개가 땀으로 다 젖었다고 공감을 표현했다.

그렇게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조금은 힘들고 지쳐 보이는 그들에게 박진영은 지금 가장 잘 나가는 걸그룹들의 최신곡을 미션으로 던졌다. 누나들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래라며 인순이에게는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신효범에게는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을, 박미경에게는 아이브의 ‘I AM’을, 이은미에게는 청하의 ‘벌써 12시’를 매칭했다.

과연 이들이 요즘 걸그룹의 리듬과 호흡을 따라갈 수 있을까. 이들의 실력을 믿고 있었기에 솔직히 걱정보다는 기대가 컸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원곡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내는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인순이는 특유의 소울풀한 목소리에 그루브 넘치는 춤을 더해 5명이 부르는 하입보이를 홀로 비는 곳 없이 꽉 채웠다. 신효범 역시 너무도 여유롭게 랩까지 소화하며 Feel Special한 무대를 만들었고 이은미의 벌써 12시는 애절한 목소리와 놀라운 완급 조절에 정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란 것이 아쉽고 조바심 나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박미경은 아프고 힘들다며 눈물짓던 사람 맞나 싶게 힘찬 목소리로 ‘I AM’, 여전히 마음을 흔드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나하나 저장해 두고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훌륭한 무대였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골든걸스의 무대를 통해 느낀 감동은 하나의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너무 틀에 박혀 있다는 생각. 지금 우리 사회는 나이대에 맞춰 인생의 ‘모범’ 경로가 정해져 있어 그 경로를 벗어나면 갈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다. 가장 기본적으로 취업이 그렇다. 어떤 일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변경하고 싶어도 나이 많은 신입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법조인이 되는 길도 그렇다. 대놓고 나이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로스쿨 신입생 대부분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이라는 결과가 말한다. 사법시험 역시 고령의 합격자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험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기에 법학적성시험 성적 외에도 학점, 영어 성적, 면접 등 요건과 변수가 많은 로스쿨 입시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았다.

또 사법시험은 법학과목 35학점을 이수하면 응시할 수 있었지만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 졸업에 준하는 학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도 허들이 높다. 특히 현행 변호사시험은 오탈제를 통해 도전의 기회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고시낭인 방지니, 교육 효과의 소멸이니 도무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말이다.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누구나, 언제든지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올라.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이라는 ‘I AM’의 가사처럼 모두 똑같은 경로를 걷지 않아도, 때로는 길을 잃어도 결국 가고자 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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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1-13 02:32:10
기자님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좋은 글을 통해 제 생각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기자님, 늘 감사드리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기회균등 2023-11-12 14:17:41
기회독점 로스쿨은 청산하고,
서민의꿈 사범시험 살려내라!

ㅇㅅㅇ 2023-11-10 11:54:01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사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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