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6)-로펌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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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6)-로펌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배운 것
  • 박준연
  • 승인 2023.10.20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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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 졸업 후 뉴욕의 로펌에 처음 입소했을 때 첫 주는 오리엔테이션 주간이었다. 같은 로펌에서 서머 어소시에트로 일했고 그때도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1년 차 변호사로서 이 로펌에 소속된다고 생각하니 무거움이 달랐다. 그때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가지 써보려고 한다.

새로운 업무를 거절하지 않을 것

이는 일과 삶의 조화와 균형, 소위 ‘워라밸’을 강조하는 요즘 분위기와 일견 상반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을 주는 대로 받아서 다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빠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새 업무에 대한 타진이 들어오면 할 수 없다고 거절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이야기이다. 예컨대 지금 하는 일이 언제쯤엔 끝날 것 같으니 그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급하거나 나 대신 일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우니 당장 시작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현재 하는 일을 맡긴 파트너 변호사를 알려주고 둘이서 상의, 조정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니 단지 표현의 차이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맡기려고 말을 건 선배 변호사가 받는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비단 로펌뿐 아니고 클라이언트에게 시간당 요금을 청구하는 전문 서비스업의 주니어 구성원에게 통용되는 조언이다. 단지 선배에게 잘 보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직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므로 맡겨오는 일은 되도록 거절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

1년 차 변호사에게는 비교적 좁은 범위의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클라이언트가 비싼 수임료를 부담하면서 우리 같은 로펌에 일을 맡기는 이유는 어려운 법적 이슈가 있어서이다. 그래서 매번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1년 차라도 단지 부탁받은 일만 할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고민하고 팀 내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연차와 경험이 쌓이면서 이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조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니어 팀원들이 고민하고 의견을 공유해 주면 그 내용이 적확해도 다소 초점을 벗어나도 그 의견에서 큰 도움을 받는다.

늘 겸손한 태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첫 주 옆 사무실의 선배가 나와 사무실를 같이 썼던 동기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겸손은 직업, 연차를 불문하고 중요한 덕목이지만 특히 로스쿨 졸업 후의 1년 차 변호사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펌에 처음 들어가면 자기 이름의 무거운 금속 이름표가 달린 사무실이 생기고, 비서 보조를 포함한 업무 지원을 받게 된다. 그래서 갑자기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니어 변호사에 대한 후한 대우는 궁극적으로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긴 시간 로펌에서 근무한 보조 직원분들은 막 입소한 주니어 변호사들과 비교하면 경험과 업무 이해가 깊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기

로펌에 따라서 1년에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공식적인 인사 평가를 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이야기는 이러한 공식적 피드백 외에도 안건이 마무리될 때마다 비공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묻는 것이 쉽지 않다.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는 다른 일로 회의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다. 애매한 질문이 아니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 질문을 받는 선배도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주기가 더 쉽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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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2023-10-23 12:57:50
박준연 미국 변호사님의 조언이 정말로 와닿습니다. 두고두고 읽어볼 글인 듯합니다. 변호사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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