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추석이 괴로운 수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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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추석이 괴로운 수험생들
  • 법률저널
  • 승인 2006.09.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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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평소보다 긴 한가위 연휴를 맞는다. 특히나 앞뒤의 주말과 개천절까지 겹쳐 있어 가히 황금연휴인 셈이다. 직장에 따라서는 아예 열흘 정도까지 쉬는 곳도 있다고 하니 때아닌 '제2의 여름 휴가'라고 할 만하다. '비행기 표가 동났다' '올 연휴는 성형주간' '텔레비전의 요란한 추석특집 프로그램', 다들 난리다. 여기에 자연도 거든다. 하늘은 높고 짙푸르며, 대지는 풍요롭고 넉넉하다. 아직도 여름의 잔영이 남아 있는 초추(初秋)처럼 갑갑하지도 않고, 어느덧 겨울의 언저리에 와 있는 만추(晩秋)처럼 을씨년스럽지도 않다. 계절 중의 계절, 가을 중의 가을에 맞는 음력 팔월 대보름은 즐기기에는 그만인 날씨다.

짜증나는 귀성·귀경길이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 천만명이 귀향 길에 오르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가족과 친척들은 재회의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 고단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는 점에서 한가위야말로 신선한 삶의 청량제인 셈이다. 초가집 지붕 위에 복스럽게 익어가는 박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가족간의 사랑이 있기에 한가위는 언제나 즐겁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가족, 바쁜 탓에 함께 식탁에 앉지 못한 채 지내던 가족, 갖은 이유로 원수처럼 지내던 가족, 이렇게 슬프거나 섭섭하거나 안타까웠던 가족이 추석이라는 명절 덕분에 한 지붕 아래에 모여든다. 그래서 명절은, 추석은 가족에게 서로를 돌아볼 수 있고, 맺힌 것을 풀며,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추석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아예 입에 풀 칠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실직자들, 부모 없는 고아들, 자식은 있으되 없느니만 못한 노인들, 차별대우와 저임 착취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보름달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장애인들 등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차다. 이들 못지 않게 추석이 서럽고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도 있다. 내년 1차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지난해 추석이 고시촌 지키는 마지막이 되길 바랬지만 부득이 내년까지 머물러야만 하는 수험생들. 가족끼리 온전히 얼굴과 마음을 마주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에겐 추석은 잔치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소란에 불과하다. 먼 발치서 추석의 풍경을 그려야만 하는 수험생들은 이번 추석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넉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원래 명절이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세상과 담을 쌓고 고단한 수험생활을 이어가는 수험생들에게는 보통때보다 더 서럽고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마음의 빗장을 풀 수 없는 게 또한 수험생의 처지다. 추석 연휴 분위기에 휩쓸려 자칫 풀어지기 쉬운 마음을 다잡고 비장한 마음으로 후반기 시험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수험생의 시계는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이 기간을 잘 보내야 한다. 명절 연휴기간 선택과목이나 판례 등 특별히 보충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빈틈없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거리도 못 된다. 특히 내년 1차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시험이 예년에 비해 2주 정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을 잘 맞춰 공부계획을 짜야 한다. 한편으론 자칫 매일 계속되는 수험생활에서 올 수 있는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지혜가 필요하고, 또한 불필요한 외적인 요소를 털어버리고 합격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희망으로 고단한 수험생활을 극복하려는 자세와 노력을 간단없이 기울여야 한다.

이번 팔월 대보름 추석달이 높이높이 돋아서 수험생들의 달려갈 길을 훤히 비췄으면 한다. 어릴적 훌쩍 콧물이 나올라 치면 손바닥으로, 입술로 콧물을 아낌없이 훔치곤 아껴둔 눈깔사탕을 살짝 입에 물려주셨던 그 어머니, 공부해야 한다며 무리해서 오지 말라고 손사례를 치셨던 부모님에게 내년엔 꼭 '합격증'으로 한번쯤 생색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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