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이란과 이스라엘, 전쟁과 압박의 모호한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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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이란과 이스라엘, 전쟁과 압박의 모호한 경계에서
  • 신희섭
  • 승인 2024.04.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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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2024년 4월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 공격에 두 가지 입장이 나뉜다. 첫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둘째, 이란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보여 준 약한 대응으로 볼 때 확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1,786km의 거리를 두고 있고, 국경을 마주하지 않는다. 양국 사이에는 이라크와 요르단이 있다. 즉 육군을 보내 싸우기 어렵다. 만약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면 우주를 통과하는 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어떤 나라의 국경을 통과해 공군을 보내야 한다. 항모가 없는 상황에서 해군으로 어렵게 공격을 하든, 다른 국가의 영공과 영토를 통과하기에 어떤 형태의 공격도 어렵다. 합리적 관점에서는 엄청난 적개심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결심하기 어렵다.

이번 이란의 공격 이유는 보복에 있다. 이스라엘이 4월 1일 시리아 주재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지휘관을 제거했다.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한 이란이 군사 보복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드론들이 이스라엘 상공에서 이스라엘 아이언 돔과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들에 의해 요격되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은 처음이다. 그래서 많은 분석가는 이란의 적극성을 들어 확전을 우려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태에서 볼 때 3가지 특징적인 것이 있다. 확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특징을 통해 유추는 해볼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의 정체성 문제다. 바로 피해자-가해자 문제다. 1948년 이전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다. 4차 중동전쟁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피해자로 비쳤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공격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한다. 점차 이스라엘의 피해자 인식이 옅어지고 오히려 가해자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이번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도 유사하다.

정체성 문제로 골치 아픈 이스라엘은 미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 공을 넘기고 싶은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피해자 정체성이 강해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하기보다 이란을 끌어들이고 싶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피해자 이스라엘’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 전략에 말리지 않기 위해 이란은 적당한 선을 찾고 있다.

둘째. 이란은 지역 패권 국가다. 시아파의 수장이다. 패권국엔 위신과 평판이 중요하다. 또 이란은 주변 시아파 국가뿐 아니라 무장단체까지 후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영사관을 공격할 정도로 강하게 나오면 이란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이스라엘도 문제지만 자기가 관리하는 단체들이 등을 돌리지 않게 하려면 “이란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덫에 끌려들어 가면 안 된다. 체면을 지키지만 격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

셋째, 군사력은 공격과 방어에만 쓰이지 않고 과시용일 수 있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아크(R. Art)는 군사력의 기능 중에 과시(swaggering)를 제시한다. 과하지만 다른 국가나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란이 공격한 무기는 어마어마한 속도의 공세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5시간에 걸쳐 날아온 드론들이 다수였다. 또한, 이란은 공격 사실을 72시간 전 미국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란 주장이 사실이면 선제공격의 핵심인 기습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이란은 자신이 할 일을 하면서 확전을 피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 공군기들이 출격해서 드론들을 격추한 것도 각자 할 일을 한 것이다. 공격받은 이스라엘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약속 대련 같은 성격이다. 이란은 2만 불짜리 드론을 날리고, 미국은 230억 원이 넘는 SM3 미사일로 요격을 하고 이스라엘은 하루 요격 비용으로 1조 8천억 원을 썼다. 만약 아무도 죽지 않고 다치지 않는다면, 이란, 미국, 이스라엘은 각자 맡은 소임을 열심히 한 것이다. 지역의 패권국으로, 세계 패권국으로, 자국민 보호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위협과 군사적 행동은 당분간 강화될 것이다. 이것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상황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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