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 전쟁과 테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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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 전쟁과 테러 사이
  • 신희섭
  • 승인 2023.10.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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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이 사는 마을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인간 방패로 쓰기 위해 민간인과 군인들을 납치했다.

1973년 10월 6일 토요일. 4차 중동전쟁이 벌어진 뒤 정확히 50년 만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는 또 다른 전쟁과 마주하고 있다. 5차 중동전쟁의 확대나 1973년 석유파동 재발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에서 석유를 사 오는 대한민국 경제도 명치를 한 방 맞은 분위기다. 게다가 우린 북한도 있다. 하마스 공격에 영감을 얻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도발할 전략과 전술을 배우는 것은 아닌지, 혹시 바이든 정부가 영혼이 나간 사이 도발을 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마스가 왜 공격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이스라엘 정치의 분열, 미국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중재, 아랍 에미리트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이스라엘과 국교 수교. 고립당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 이란의 지원, 하마스의 높아진 정치적 위상, 이스라엘국가 수립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의 역사적 갈등, 미국과 서방세계의 이스라엘편중 외교 등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원한 어린 역사를 집어가면서 전쟁의 원인을 들춰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이보다는 하마스의 공격이 역사적으로 가진 분쟁과 전쟁에서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뉴스 매체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번 공격이 전쟁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거대 규모의 테러리즘인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전쟁은 국가 간 무력을 사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치투쟁이다. 이때 핵심은 국가라는 주체들 간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공격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특정 단체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무력 사용인 테러리즘에 가깝다. 특히 하마스가 저지른 민간인에 대한 살육과 납치는 전쟁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행동이다.

실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정치조직으로 보지 않고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하마스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범죄단체다. 그런데 테러라고만 하기에는 공격의 규모가 대단히 크며, 피해 역시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면서 알카에다라는 조직과 나중에는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치렀다. 경찰이 테러범을 소탕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가 체계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서 상대 정치조직에 대응한 것이다. 전쟁연구자들은 이런 전쟁을 ‘4세대 전쟁’이라고 부른다.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 아니라 국가와 민간조직과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 역시 ‘4세대 전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전쟁의 특징이다. 사용할 수 있는 국력과 군사력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진 행위자 간의 무력투쟁이라, 약자는 비대칭적인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즉 하마스 같은 조직은 이스라엘의 정규군과 직접 상대하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고,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거나 인질로 납치해 상대의 투쟁 의지를 꺾는 것이다. 상대 국민을 동정심과 용기 사이에서 분열시키고, 정치지도자와 국민을 분리하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공포를 무기 삼아 전쟁을 지루하게 이끌어 간다.

문제는 상대 국가도 대응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폭격할 변변한 군사 조직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과 무장병이 구분도 되지 않는 상황이며, 국민을 대표해서 협상할 리더십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니 민간인에 대한 봉쇄조치로 항복을 요구한다. 그 결과는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는 지루하고 소모적 무력투쟁이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이 하마스의 목적이었다면 시작은 성공했다. 그런데 끝은 어떻게 될까! 만약 하마스가 공격의 끝을 계획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긴 시간에 걸친 처참한 살육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공격이 비극으로 보이는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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