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70)-‘좌절 그리고 새로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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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70)-‘좌절 그리고 새로운 희망’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9.08 16: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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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좌절 그리고 새로운 희망>

희망(필명)

먼저 본격적으로 내용을 쓰기에 앞서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해주신 사랑샘 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도 어디에서인가 힘겨워하실 분들에게 제 글이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기도 하구요

다섯 번째 변호사시험 응시 후 합격자 발표가 나던 그날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설마설마했던 그 결과를 받아 들고 난 뒤 한동안 멍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모니터 앞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사실 다른 분들도 비슷하겠지만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오탈”이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로스쿨 입학의 기쁨과 동시에 로스쿨에 입학해서 성적도 비교적 잘 받으면서 로스쿨 생활을 해 나갔고 평소 변호사시험 모의고사 성적도 비교적 괜찮은 성적이 나오면서 사실 “오탈”은 저에게는 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로스쿨에 입학하신 분들 대부분이 그러하시겠지만 저도 소위 남들이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학점과 좋은 영어점수, 리트 점수를 가지고 로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도 치열하였기 때문에 “오탈”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꾼 적이 없습니다.

이제 “오탈”이 현실이 된 후 차분하게 시간이 흘러 왜 내가 “오탈”이 되었을까를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있고 각자 사정이 다르기에 한가지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오탈의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감 하락으로 인한 조급함”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첫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고 난 뒤 바로 선택형 채점을 해보았고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선택형 결과가 나와서 합격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고 난 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형사 기록형(평소 기록형 가운데 형사 기록형을 가장 좋아했고 점수도 늘 가장 잘 나왔던 과목이었습니다)에서의 예상외 저조한 성적으로 첫 변호사시험에서 정말 아쉬운 점수 차이로 낙방하고 난 뒤 한동안 엄청난 방황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렇게 방황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은 점점 하락했고 주변에서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에서(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 주변의 인식은 변호사시험은 거의 다 합격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라보던 그 인식 또한 저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살아오면서 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주변 자리를 주도했던 제가 처음으로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심지어 피해 다니기 시작하는 걸 경험하게 되었으니까요.

자신감 하락은 두 번째 시험까지도 이어지게 되고 한 번의 실패 경험은 사람을 더욱 두렵게 하는 듯했습니다. 두 번째 변호사시험 결과는 첫 번보다 오히려 더 좋지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3번째 시험으로 이어지며 이때부터는 서서히 그동안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오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4일 동안 이어지는 힘든 시험 일정에 이번에 떨어지면 끝이라는 절박감까지 더해진다면 그 심적 부담감은 엄청날 겁니다.) 3번째, 4번째, 5번째로 갈수록 합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또 한 가지는 가급적 무슨 일이 있어도 변호사시험은 “무조건” 초시에 붙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5번의 응시 기회가 있지만 제가 볼 때 비교적 온전한 정신으로 응시할 수 있는 기회는 초반 2번 정도라고 보였고, 결국 재시를 넘어가서 3시, 4시, 5시는 응시 기회만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즉, 거의 온전한 정신에 응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가끔 “오탈” 제도와 관련된 토론 등에서 5번의 기회면 이미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이미 50%로 떨어진 변시 합격률을 감안하면 이제 매회차 변호사시험 응시생 중 무려 절반은 “오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바로 노출될 수 있음도 의미합니다.)

이렇게 좌절의 시간을 경험하고 전 정말 운이 좋게도 과거 대학 시절에도 내심 가고 싶었던 공기업에 입사하여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 이후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만나게 되어 조만간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제 직장이나 생활이 만족스러운 상태라 향후 변호사시험을 다시 응시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전 현재의 직장과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변호사시험에 다시 응시할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상황과는 별개로 전 반드시 변호사시험 5번 응시 제한은 폐지가 되길 희망합니다. 오탈 이후 로스쿨, 변호사시험 관련 기사를 굳이 찾아서 검색해 본 적은 없으나 포털 메인에 얼핏 떠 있던 기사를 통해 보니 벌써 지금까지 오탈자 규모가 2천여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략 한해 로스쿨에 입학하는 기수 인원이 2천 명 정도이니 정말 얼마나 많은 인원이 현재 오탈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인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변호사시험을 경험하지 않으신 로스쿨 후배분들 모두가 저와 같은 오탈의 아픔을 다시는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다시 여러 번 생각해봐도 한 개인이 시험을 10번 응시하건 20번 응시하건 국가가 왜 개입하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10번, 20번 응시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요.) 전 사실 5번 응시 제한을 폐지한다고 해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급격하게 크게 증가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시와 달리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 입학하여 졸업한 사람들만이 응시할 수 있는 제한의 문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을 폐지한다고 해도 급격하게 변호사시험 응시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다른 분들의 에세이도 정말 많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의 글 하나하나 많이 공감되는 걸 보니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고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저 또한 많은 위로가 되더군요. 저도 오탈 이후 한두 달은 진짜 세상과 단절되고 싶다는 생각 속에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고 좌절감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고 있다고 세상은 변하는 것 하나 없었고 저에게 도움 되는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 이후 다시 힘차게 시작해보자, 아직 세상 끝난 건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근 10여 년 만에 로스쿨 입학 준비 당시 열심히 준비했던 영어시험도 다시 보고 하면서 결국 제가 원하던 공기업에 지난해 최종 합격했고 벌써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오탈을 경험하신 분들 모두가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스쿨에 입학했을 정도의 스펙과 능력을 보유하신 분들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정말 초-중-고-대학 모두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전 누구보다 잘 알고 믿고 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좌절이 있었다면 그다음에는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좌절 이후 새로운 희망을 찾아 어디에서건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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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일 2023-09-08 17:43:56
공기업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가득하시겠네요! 결혼도 미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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