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기고] 미국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관련기관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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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 기고] 미국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관련기관 방문 후기
  • 정윤수
  • 승인 2023.09.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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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이 정윤수 씨가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프로젝트에 참여, 미국의 관련 기관 방문을 통해 장애인정책과정을 체험하고 왔다며 연수 소감문을 보내왔다. 이에 소감문 전문을 게재한다. 특히 정씨는 장애 분야 전담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꿈꾸는 예비법조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면서 “장애인 접근성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아직 공익변호사가 활동할 영역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해서 전문성을 신장해 나가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본지는 정씨와 같은 연수 후기 등 각종 기고가 열려 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정윤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5기
정윤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5기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프로젝트로 미국에 연수를 다녀왔다. 셀프 키오스크, 인터넷 등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얼마나 잘 보장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FCC, Access Board, Amazon, MS, 미 노동부, 미 국무부, UN, LG 미주법인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했다. 팀원 중 유일한 법학 전공생인 나로서는 관련 미국 법제의 현황과 한계 등에 대해 보다 솔직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쟁점은 OTT 서비스에 있어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의무화하는 법안들을 둘러싼 양쪽의 의견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막은 청각장애인,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배리어프리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 생각해 보면, 이런 서비스는 당연히 해당 장애인들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미 제공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이 서비스들을 100%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관련해서 한국의 방통위 같은 기구인 FCC, 장애인 접근성 관련 위원회인 Access Board, 해당 법안의 규제를 받는 대상인 Amazon에 직접 방문해서 관련 책임자들과 면담하며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은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Rehabilitation act 등을 통해서 약 5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2010년 오바마 정부에서 CVAA(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가 제정되었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TV나 OTT에서 폐쇄형 자막을 필수로 제공하게끔 규제하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OTT에 과거 TV에서 방영했던 쇼들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도 폐쇄형 자막을 필수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소급효가 발생해 청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다 세심하게 보호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화면해설의 경우에는 관련 법안이 부재한다. CVTA라는 이름으로 화면해설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회에 발의되어있기는 하나,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FCC 방문
FCC 방문

FCC와 Access Board를 먼저 방문했기 때문에, 이 기관들의 관계자들 전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자막, 화면해설 제공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고(통과되지는 않았다) 방통위에서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정책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반면 미국은 CVAA를 비롯해 ADA, 21세기법 등 비교적 오랜 시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러한 배리어프리 서비스들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FCC는 이러한 서비스들에 대해 강제력도 가지고 있다. 권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중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화면해설 비율을 보다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강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보다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화면해설을 적극적으로 기업이 적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화면해설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더 많은 소비자를 포용해 실제 수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입장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접근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Access Board는 정부의 여러 장애인 접근성 관련 부서들의 전문가들이 파견 나와 구성한 위원회로,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는 기구이다. 이곳에서도 인상 깊었던 발언이 있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기업들의 반발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청취해야 할 소중한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할 때 참고할만한 전략인 듯하다.
 

AccessBoard 방문
AccessBoard 방문

반대로 관련 법안 규제 대상인 Amazon에 방문했을 때는 예상대로, 정부 규제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루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들은 물론 모두 맞는 말이지만, 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너무 이상적인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가령 자막 혹은 화면해설을 콘텐츠에 제공하려면 인건비 혹은 AI 자동 입력 기술 비용이 드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 비용을 아끼고 벌금을 내는 게 더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도 접근성 관련해서 확실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FCC에서 들었던 것처럼, Amazon도 잠재적인 소비자 풀을 장애인 쪽에서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들이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발 및 적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가령 N사의 한국 콘텐츠 자막 제공 기능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대사를 좀 더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펍처럼 시끄러운 공간에서 TV를 시청하거나, 다른 사람들 자고 있을 때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처럼, 포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소요되는 비용과 기술상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무작정 해당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장애인 접근성 제고가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mazon 방문
Amazon 방문 / 사진 정윤수

미국에서 직접 경험한 각 전문가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일방적인 주장만 담지 않고 양쪽의 주장을 포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에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방식을 통해 해당 서비스 도입을 장려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수익성을 찾아내고, 문제의식을 가짐으로써 서로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CVAA 통과 및 도입 같은 수확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mazon 담당자도 우리 팀에 조언하면서,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논쟁을 거치며 정착시킨 제도들인 만큼, 대한민국도 보다 활발한 논의를 통해 관련 제도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것을 권했다. 개인적으로는 주체별로 이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및 태도를 조금씩 바꿔 양보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ADA, 21세기법, CVAA, CVTA 등 관련 법제를 전문적으로 한국의 법제와 비교해서 전문적인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수 기간 내내 각 기관의 보다 열려 있는 자세가 인상 깊었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애 분야 전담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연수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특히 장애인 접근성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아직 공익변호사가 활동할 영역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해서 전문성을 신장해 나가고자 한다.

정윤수 인하대 로스쿨 1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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