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9)-‘기나긴 여정의 마무리’
상태바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9)-‘기나긴 여정의 마무리’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9.01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기나긴 여정의 마무리>

루이보스(필명)
 

마중물 프로젝트 덕분에, 지난 날 로스쿨 수험생으로서의 삶을 회고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쭉 읽어보니, 한 편의 잘 정제된 에세이를 읽듯이 ‘글의 내공이 상당한데 왜 변호사시험에 떨어졌을까?’ 하는 의문만 남습니다. 저 포함 오탈자 여러분들, 여러모로 정말 훌륭합니다.

사실, 본 에세이는 두 번째로 쓰는 것입니다. 첫 번째 에세이는 수험생으로서 느꼈던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쓰고 나서, ‘내가 과연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다면 이런 날 선 비판을 대외적으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문제의식에는 공감했겠지만, 내 입장을 내는 것은 주저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오탈자가 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싫어, 제도에 대한 비판보다는 솔직하게 제 삶을 돌아보자는 마음에 다시 에세이를 적게 되었습니다.

저와 법학은 정말 질긴 인연인 듯 합니다. 4년 내내 법학을 전공하였고, 로스쿨에 입학하여 작년까지 7년을 공부하였으니, 총 11년을 법학을 공부한 셈이네요. 올해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날, 제 이름이 없다는 걸 알고 나서는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시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을 정도로 반복된 수험생활에 지쳐있었나 봅니다.

친구들은 직장에 다니며 결혼도 하고, 그 나이 또래에 이루어야 할 많은 것들을 이루어 나가는 반면에, 저는 다시 또 수험생의 입장에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인생, 사회인으로서 내가 쓸모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면서도, 미래를 위해 참고 또 하자, 계속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삶이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성취감 없는 삶이 주는 무기력함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힘들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삶을 살아가야겠지요. 저는 법에 흥미를 느꼈고, 법을 업으로 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법을 사랑했습니다. 변호사가 되면 하고 싶은 일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누리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된 지금,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삶을 버려야 하는가, 그래야 잘 살 수 있는가.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으로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결국 떨어진 여러분들이 법조인이 될 자격이 없거나, 실력이 부족하거나 수험생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저와 비슷한 삶들을 살았을 것이고, 그냥, 정말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고, 저와 같은 처지인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 번쯤 말하고 싶었습니다.

로스쿨 수험생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좋은 추억도 안 좋은 기억도 있고, 아쉬운 점도, 억울한 점도 있었던 정말 다사다난한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그 이상 공부할 수 없을 것 같고, 그 이상 온전한 나로서 잘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법을 사랑했던 제 과거,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30대 중반의 나이에 로스쿨과 관련된 새로운 직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일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나 또한 내 모습이니, 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저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앞으로 다른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