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3)-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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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3)-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 일하기
  • 박준연
  • 승인 2023.09.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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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심리학은 문외한이지만 나의 불완전함과 타인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자 종종 관련 글을 읽는다.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강좌도 듣는다.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긍정의 힘, 남뿐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mindfulness)를 강조하는 것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100% 억누르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이번에는 내가 느끼는 (일견)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경쟁심과 질투심, 감정 이입

지금까지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시험에서 운이 좋게도 좋은 성적을 받은 적이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는 어린이는 아니었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힘겨웠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같은 반의 공부 잘하는 남자애와 이야기하다가 “너는 공부도 못하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분함은 지금도 기억한다. 그 후로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성적도 올라서 나는 금방 “공부 잘하는 애”가 되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송무 분야에 적합하다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를 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클라이언트를 리스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고 그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간혹 소송에서 상대방의 서면을 읽다 보면 법적으로든 사실관계 상으로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하고 분개할 때도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소송 상대방 변호사에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변호사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경쟁심을 업무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지 몰라도 업무 전부가 상대방과의 경쟁은 아니고, 경쟁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선은 있다.

드라이하게 변호사로서 할 일만 한다는 태도가 아니고 감정을 담아 일하는 태도는 나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제껏 두 타입의 변호사들을 봐왔지만,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은 대부분 클라이언트를 돕는 기회에 일의 보람을 느끼고 그래서 다소는 감정적으로 되는 타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감정을 담아 일하면서도 냉정한 판단력을 잃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걱정과 불안, 비관주의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긴 하지만 일하다 보면 종종 노심초사하게 된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가 낮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가 생각나서 불을 켜고 노트를 찾는 것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 같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어려운 미팅을 혼자 끌고 갈 일이 있었다. 관련 자료는 충분히 읽었고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선배 변호사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선배가 웃으면서 자기도 그런 걱정을 늘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회의의 세팅부터 설명해 보라고 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나는 어디에 앉을 것인지, 상대방은 어디에 앉을 것인지, 또 배석하는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은 어디에 앉을 것인지, 서류 바인더가 있으면 그건 어디에 놓을 것인지 등. 선배는 자신의 경우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자료 준비는 물론이고 이런 세팅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본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 새삼스럽게 걱정이나 불안의 감정을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가장 쉬운 대응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그보다 어려운 대응은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고,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흔히들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경쟁심이나 불안 같은 감정이 클라이언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변호사에게는 100%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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