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6)-‘내가 마지막 오탈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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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6)-‘내가 마지막 오탈자이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8.11 17: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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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내가 마지막 오탈자이길>

자초(自超/필명)

먼저 사랑샘 재단과 오윤덕 이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 모두가 붙는 시험에 떨어진 오탈자.

오탈자가 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7년의 시간 동안, 오로지 합격만을 보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응시 기회 제한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응당 오탈의 경우를 대비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불합격의 경우까지 준비하면서 수험생활을 할 여유는 없었고, 결국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가 되어버렸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이라는 시간이,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비한 시간이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빨리 다시 일어나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은데, 방향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무작정 시도하기에는 실패가 두려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도, 제 스스로가 오탈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열심히만 공부하고 준비하면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섯 번의 시험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남들 다 붙는 시험에 떨어진 것을 보면, ‘내가 부족했을까, 나의 최선이 남들과는 다른 것인가’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탈자가 된 스스로가 더욱더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2. 오탈제도에 대한 소회

오탈자가 되고 나서야 오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다지 호소력이 없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빌어 제가 전부터 가지고 있던 오탈제도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오탈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합격률 정상화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탈제도를 논하기 전에 변호사시험을 먼저 정의해보겠습니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입니다. ‘누가 더 훌륭한 변호사인가를 가려내는 시험’이 아니라, ’응시자가 변호사가 될 자격이 있는가를 가려내는 시험‘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의 본질이 왜곡된 상태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 취지 중 가장 큰 축은 ‘사시낭인 해결’이었습니다. 교육제도를 통한 법조인양성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대비 75% 내외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25% 정도는 무조건 불합격되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사시낭인을 해결한 대신 오탈자를 양산하는 구조입니다. 탈락하는 25%는 변호사가 될 자격이 없어서 떨어지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시험은
(1) 4년제 이상 대학 졸업생들을 선별해서 대학원생으로 선발한 뒤,
(2) 3년간의 교육 후에 실시되는 자격시험입니다.

요즘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쟁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에, 학부 전공 문·이과 구별 없이 평균 학점 4점 이상과 다양한 경력 혹은 스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선별된 인원들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3년 동안 더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의 자습실은 1년 내내 거의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공부를 설렁설렁했다가는 졸업은커녕 제적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학생들만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갖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변호사시험 응시생의 일부는 무조건 떨어집니다.

변호사가 될 자격이 충분해도,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가 될 자질을 갖추었어도, 절반 이내에 들지 못하면 변호사가 되지 못합니다. ‘변호사 자격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해 수많은 검증과 경쟁을 거쳤음에도, ’변호사 자격시험‘이 꼭 절반을 탈락시켜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입학정원 대비 75% 내외로 정해진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초창기의 반대 여론 때문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시 폐지 전이었고, 공부량도 현재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또한 전문대학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실무와는 동떨어진 법학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뛰어난 학생들이 여러 단계를 걸쳐 검증을 받고 있고, 실무가 출신 교수들이 많이 포진되고 있으며, 실무와 연계되는 실무 중심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변호사시험 탈락률은 최소화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전에 이미 충분한 교육과정과 검증과정을 거치니까요. 직접적인 비교는 한계가 있지만, 또 다른 자격시험인 의사시험은 합격률이 95%를 상회하는 절대평가식 시험이고, 그 출제도 문제은행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는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자격 미달인 법조인이 양성될 수도 있다고... 과연 그럴까요? 합격률을 높인다고 해서 자격 미달인 법조인이 양성될까요? 그러한 문제들은 유급제도 등을 엄격히 시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어떻게든 법조인양성 교육제도 내부에서 해결하면 될 문제 아닐까요?

현재의 오탈제도에서의 오탈자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생겨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제도 밖으로 밀려난 미운 오리 새끼들입니다. 지금의 오탈제도는 불합격자에게 오탈의 책임이 있다는 프레임을 씌웁니다. 수험생 스스로의 공부가 부족해서, 혹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요? 오탈제도라는 미명 하에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닐까요? 사시낭인을 해결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었지만,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오탈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시낭인과 오탈자는 다릅니다. 사시는 응시 자격에 특별한 제한이 없었습니다. 교양과목 정도의 법학 과목 학점을 채우기만 하면 응시 자체가 가능했던 시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시험을 응시하려면 전술한 바와 같이 수많은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물론, ‘사시낭인 해결‘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취지상 분명 응시 기회 제한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이라는 본질이 왜곡되지 않고 실현되었을 때 비로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탈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평생 응시 기회 제한이 아니라 자격시험에 걸맞지 않은 ‘입학정원 대비 75% 내외‘라는 합격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탈제’라는 프레임 하에 법학전문대학원의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3. ‘희망’이 아니라 ‘의지’

저는 이제 더 이상 변호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시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다시 응시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 다시, 작년처럼 하라고 한다면 사실 그 정도로 노력할 자신이 없습니다.

제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이 제 자신을 쏟아부었던, 정말 힘들었던 수험생활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끝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다시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막상 여기서 멈춰질 수밖에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련하면서도 후련합니다.

저는 구제받지 못할 것임을 사실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든 오탈자들은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미운 오리 새끼들이니까요. 어찌 되었든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따라 변시낭인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변호사시험 제도에 문제가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위해서도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말 피 터지게 공부합니다. 그럼에도 그중 25%의 인원을 매년 떨어트리고 오탈자의 낙인을 씌우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국가적 낭비라고도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저와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예 없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보다는 그래도 적었으면 합니다. 그들의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노력한 시간들이 폄하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변호사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정상화되어서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붙는 시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에세이를 쓰면서 썼다, 지웠다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쓰는 동안 정말 많은 감정이 교차했고, 사실 아직도 그러합니다. 저는 요새 제 스스로를 구겨진 답안지 같다고 느낍니다. 답안지를 고이 펴서 다시 새로운 답을 써 내려가야 하겠지요.

‘사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체념, 사람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의지’라고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지쳤고,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저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마지막 오탈자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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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22:00:36
그냥 깔끔하기 사법시험 부활하면 되지 않나? 계속 누더기마냥 뭔가를 덕지덕지 붙이려하지..

2023-08-11 21:28:13
정원대비 75%라는 것도 실제 본시험의 합격률이 낮은 것을 75%라는 숫자로 감추기 위해 고안해 낸 개념이고 그런 개념을 인위적으로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변시합격률통제가 잘못이란 것을 자인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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