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4)-‘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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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4)-‘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7.3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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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현재지성(필명)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는 이와 같은 문구로 시작합니다. 이 시는 결별이 이룩하는 성숙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성숙함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법서를 덮은 지도 어느새 두 해가 다 되어 갑니다. 아직 마음속에는 많은 후회와 혹시나 모를 제도 변화의 기대가 뒤엉켜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 10년간 내가 성장한 부분이 있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했을 때의 저는 너무나도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저는 휴학과 졸업 유예를 반복하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첫째는 겸손입니다. 세상에는, 특히 로스쿨에는 끈기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더욱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더 멀리서 스스로를 관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법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던 저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겠냐는 주변의 권유로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지난 수년간 느끼지 못했던, 내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며, 미친 듯이 강의와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네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지막으로 저는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교육업계에 몸담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허송세월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10년이면 더 많은 것,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매일 제 머리에 맴돕니다. 괴로워하는 저를 보고 어떤 인생 선배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로스쿨에서의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네가 배운 것들이, 네 인생길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올 것이다. 그 은은한 향기가 네 인생을 더 나은 길로 이끌리라 믿는다.”

네. 이형기 시인의 시처럼,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하고자 했었던 나의 꿈들은 분분한 낙화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과정에서 배운 것과,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렘으로 또 다른 인생길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그저 가야 할 때입니다. 법조직역과의 결별 뒤에, 새로이 열매 맺는 삶을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저는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 뒤의 내가 이 또 다른 10년을 후회하지 않도록, 지난 실패의 10년을 반드시 성숙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디 저와 같은 상황에 처했던 그리고 처하게 될지도 모를 우리 동료들이, 절망의 시간을 잘 견뎌 넘기기를, 그리고 자연이 그러하듯 성숙으로 나아가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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