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2)-‘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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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2)-‘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위하여’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7.14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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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위하여>

이나리(필명)

몇 달 전 생리 전 증후군으로 우울감이 심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의사는 우울감이 생길 때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었고, 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울음이 멎을 즈음 저는 과거의 수험생활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아직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마중물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모든 에세이를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마지막 변호사시험을 치른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많은 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감정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애정이 담긴 위로의 말들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마중물 프로젝트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장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웃었고, 자기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고 평생을 걸쳐 노력해 온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 저 또한 똑같이 해왔던 생각이었기에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저를 무가치한 실패자라는 강박관념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은 참 신비롭고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스쿨에 합격한 순간의 기쁨이 몇 년 뒤 가장 큰 상처를 남기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지금의 상처도 아마 훗날 시련과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될지도 모를 일인 것 같습니다. 오 년 전과 지금의 저를 비교해보며 감히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변호사시험의 기회가 모두 소진된 뒤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며 인간에게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망각이라는 선물과 함께 삶의 크고 작은 그리고 기쁘고 슬픈 이벤트들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 새로운 경험으로 일상을 채워가다 보면 변호사시험에 실패한 것은 인생에서 하나의 운이 나쁜 이벤트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비록 과거를 회상할 때면 잠시 씁쓸한 기분이 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충분한 시간 동안 아파하고 슬퍼하면 다시 힘차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울고 웃으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며 하나의 ‘스펙’을 쌓기 위해 장애인복지관 내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는 제가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변호사가 되면 복지관에서 무료 법률 자문과 같은 봉사활동을 해달라는 농담을 건네셨던 기억이 납니다. 변호사가 되어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막연했던 꿈은 비록 변호사 자격증은 갖추지 못했지만,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며 한 스물한 살 지적장애인 청년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로 실현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매일 이 청년의 손을 잡고 제가 봉사활동을 했던 복지관에 방문해 물리치료와 운동 등 프로그램 참여를 돕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때 한 친구가 제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와 로스쿨에 합격했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답했습니다. 왜 어떠한 과업을 성취했던 순간이 제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보다 행복했던 순간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경신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특정한 목표에 대한 성취나 자격의 획득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인생은 길지만 짧고 이별은 갑자기 찾아오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것이 온전히 좋고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고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공부합니다. 보내주신 지원금으로 활동 지원 이용인 청년 그리고 청년의 어머님과 예쁜 정원이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체감온도 50도가 넘는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올라 처음 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을 때 제가 찾던 큰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변호사시험 불합격이라는 경험이 고통과 아픔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겸허한 마음가짐과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여정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게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해 마음의 치유와 성장을 기회를 주신 사랑샘재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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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 2023-08-22 00:30:24
찰나의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 행복의 언덕이 되길
나무도 자라고 꽃도 피고 강아지도 뛰어놀 수 있는 그 언덕에서
웃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곁에 함께하는 이들과 오래도록 사랑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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