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31)-건설현장 월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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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31)-건설현장 월례비
  • 신종범
  • 승인 2023.07.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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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한다”면서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정 단속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월례비’가 대두되었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고용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로부터 매달 받는 돈으로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추가 작업 등을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되어왔다. 정부는 이러한 ‘월례비’가 건설노조의 강요에 의해 지급되어온 것으로 보고, 윤 대통령의 지시 후 대대적인 수사와 행정조치에 나섰다. 건설노조는 6월 30일 기준 조합원 227명이 ‘월례비’ 수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가 분신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월례비’와 관련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D사는 원청 건설사 2곳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건설공사를 담당했다. 원청은 기사들이 소속된 타워크레인 회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대금을 지급해 왔는데 기사들은 타워크레인 회사로부터 받는 임금과 별개로 하청인 D사에서 시간외근무수당 명목으로 매달 약 300만원을 받았다. 이후 D사는 A 등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상대로 ‘월례비’로 지급된 총 6억5천여만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니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D사는 “작업거부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사들은 ‘월례금’은 “D사가 자신의 지휘를 받는 기사들에게 지급한 임금 또는 위험부담에 대한 사례금”이라고 반박했다.

1심은 “D사와 시공사 사이에 각 하도급계약이 체결됐을 뿐 ‘월례비’ 지급에 대한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할 인건비를 합리적 이유 없이 하도급 업체들에 전가하고 있다”며 “허위 회계처리, 소득세 탈루 등 조세법상 불법적 결과가 발생하는 점을 보면 ‘월례비’ 지급은 근절해야 할 관행”이라고 판단하여 D사의 주장과 같이 ‘월례비’를 부당이득이라고 보았다. 다만, D사가 ‘월례비’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지급했다면서 이를 민법 제742조에 따른 ‘비채변제’로 보아 D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법원도 D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결론은 1심과 같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달랐다. ‘월례비’를 사실상 임금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며 “D사가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계약이 성립했다”면서 “이에 따라 A 등은 ‘월례비’를 지급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월례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기사들이 ‘월례비’ 지급을 강제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2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D사의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했다.

그동안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월례비’가 노조의 압력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지급되어왔다며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월례비’가 과도한 추가 작업 및 위험 업무에 따라 관행적으로 지급되어온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노조측의 주장에 더 가까워 보인다. ‘건폭’ 논란이 시작된 지난 2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월례비 판단은) 1·2심이 엇갈린 것이라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다리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어 보인다. 이제 정부는 ‘건폭’이라는 딱지를 붙여 노동자들을 범죄집단화할 게 아니라 월례비가 관행화된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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