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학적성시험에 있어 ‘귀류법’ 활용법의 중요성과 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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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학적성시험에 있어 ‘귀류법’ 활용법의 중요성과 그 예시
  • 여성곤
  • 승인 2023.07.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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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지난 회차에 이어 LEET 출제의 구성원리, 학습방향 제안 등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학적성시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귀류법’ 활용법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귀류법’이란?

귀류법(reductio ad absurdum, 歸謬法)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려 할 때 그 명제의 결론을 부정함으로써 가정(假定) 또는 공리(公理) 등이 모순됨을 보여 간접적으로 그 결론이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배리법(背理法) 또는 간접증명이라고도 합니다. 귀류법의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가령 증명해야 하는 명제를 p→q라 했을 때, 귀류법은 주어진 p→q가 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p이지만 ~q(not q)라 가정하면 결과(r)는 거짓이 된다.’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즉, p→q를 증명하는 것은 (p∧~q)→r을 증명하는 것과 동치입니다. 즉 이 두 개의 결과가 같다면 귀류법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이해에 기출되었던 문장을 예로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한 분야가 필요로 하는 이론이나 방법론을 다른 분야가 제공할 때 두 분야 간에는 일종의 비대칭적 의존 관계가 형성되는데, 화학과 물리학 사이에는 광범위하게 이런 의존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이들이 화학은 물리학으로 환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자의 설명력을 후자로 흡수 통합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이 정당화되려면 화학적 문제가 요구하는 설명과 예측을 물리학이 빠짐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화학에는 양자화학이라는 분야가 발달해 화학적 현상을 현대 물리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역학의 기반으로 환원시켜 다루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양자화학은 양자역학의 도구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써서 분자 내 전자들의 정밀한 배치 구조를 계산한다. 양자화학에서 ‘순이론적 방법’은 주어진 계(system)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을 세우고 그 해를 구한 뒤에 그것을 화학적 문제에 적용하려 한다. 예컨대 수소 원자의 경우 슈뢰딩거 방정식 ĤΨ=εΨ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띤다.

다른 경우에도 그 계의 퍼텐셜 에너지를 고려하여 슈뢰딩거 방정식을 세우고 그 방정식을 풀어 파동함수 를 구하면 그것을 가지고 과학자는 계의 상태에 대한 여러 가지 계산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 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원자핵과 전자 한 개로 구성된 수소 원자의 경우뿐이다. 헬륨 원자나 수소 분자까지 포함해서 화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 슈뢰딩거 방정식의 정확한 해는 구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해의 근사적 형태를 구하지만, 아주 비슷한 것이라도 ‘진짜 그것’은 아니다. 환원의 장애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 원자의 경우라도 외부 자기장의 영향이 있으면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양자화학에서는 근사와 보정의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보정된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러한 근사의 기법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법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정된 방법’에서는 실험에서 옳다고 판명된 해를 문제 상황의 이론적 접근에 활용한다. 파동함수 가 취할 수 있는 여러 형태 가운데 하나를 택할 때나 근사의 세부 방식을 정할 때, 화학자들은 이미 확보된 경험적 자료의 관점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을 택한다. 또 그러한 시도 끝에 얻은 화학 실험의 결과는 다시 이론 쪽에 투입되어 처음에 놓았던 이론적 가정을 수정하는 데 쓰인다. 화학자들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출발점에 놓을 이론을 수정해간다. 이는 환원하는 이론이 환원될 대상인 화학의 방식으로 산출된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뜻하고, 이로써 양자화학에서 의도된 환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 2010학년도 언어이해 [26~28]

글쓴이는 마지막 문장에서 “이로써 양자화학에서 의도된 환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라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귀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글 1문단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화학은 물리학으로 환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자의 설명력을 후자로 흡수 통합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이 정당화되려면 화학적 문제가 요구하는 설명과 예측을 물리학이 빠짐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제(가정)를 제시한 후, 그 다음 문단에서 ‘화학적 문제가 요구하는 설명과 예측을 물리학이 빠짐없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결국 환원 가능하다는 주장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귀류법의 예시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기호화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1) 환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정당화되려면 화학적 문제가 요구하는 설명과 예측을 물리학이 빠짐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p → q

2) 최근 화학에는 […] 이는 환원하는 이론이 환원될 대상인 화학의 방식으로 산출된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뜻하고 : ~q

3) 이로써 양자화학에서 의도된 환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 ~p

2. 언어이해에 있어 ‘귀류법’ 활용 예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0언어이해]

[전략]
하지만 ㉡전통적 이론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논의들도 적지 않다. 우선, “주식 투자자들의 진정한 관심은 기업의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얼마에 팔아넘길 수 있는가에 있다.”라는 케인스의 주장은 전통적 이론의 근본 전제를 뒤흔드는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1980년대 초부터는 전통적 이론에 대해 더욱 직접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 주가가 진정한 가치를 반영한다는 전통적 이론이 성립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끊임없는 매수와 매도의 상호 작용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갖는 전문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미래 주가의 향방에 대한 상반되는 예상 위에서 매매 차익을 얻을 여지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매매 차익을 얻을 기회란 주가와 진정한 가치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일치하지 않을 때에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는 전통적 이론의 또 다른 약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후략]

 

주어진 문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 글의 맥락에서 볼 때, ㉡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②주가가 기업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③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보다는 타인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④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미래의 주가 등락 추세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예상한다.

⑤전문적인 주식 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주식 투자자에 비해 기업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한다.

출제자는 ‘맥락’을 파악하여, 문제를 풀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가가 진정한 가치를 반영한다는 전통적 이론이 성립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끊임없는 매수와 매도의 상호 작용이 있어야만 한다. : p → q

2) 이것이 가능하려면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갖는 전문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미래 주가의 향방에 대한 상반되는 예상 위에서 매매 차익을 얻을 여지가 있어야만 한다. : q → r

이를 선택지 ④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미래의 주가 등락 추세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예상한다. 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위의 2)의 ‘상반되는 예상’ 즉 r에 대해 ④를 인정한다면 ‘같은 방향으로 예상’ 즉 ~r이 되므로 결국 ~p가 도출됩니다.

그러면 전통적 이론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게 되므로 ㉡에 포함되는 것이 됩니다.

언어이해 기출지문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주어진 글의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9언어이해]

[전략]
뒤집힌 감각질 사고 실험에 의한 기능론 논박이 성공하려면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색 경험이 현상적으로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두 경험이 기능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두 사람의 색 경험 공간이 대칭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색들이 가지는 관계들의 구조는 동일한 패턴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빨간색 경험과 노란색 경험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는 특성들이 다른 사람의 빨간색 경험(사실은 초록색 경험)과 노란색 경험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는 특성들과 동일해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이 현상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더라도 기능적으로 동일하기에 감각질이 뒤집혔다는 것이 탐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색을 경험한다는 것은 색 외적인 속성들, 예컨대 따뜻함과 생동감 따위와도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색 경험 공간이 비대칭적이게 된다. 빨강-초록의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은 익지 않은 초록색 토마토가 빨간색으로 보일 것인데, 이 경우 그가 초록이 가지는 생동감 대신 빨강이 가지는 따뜻함을 지각할 것이기 때문에 감각질이 뒤집히지 않은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일 것이다.
뒤집힌 감각질 사고 실험은 색 경험 공간이 대칭적이어야 성공하지만,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이 사고 실험에 의한 기능론 논박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어진 문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비판]의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색 경험 공간은 대칭적이어서,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현상적으로 동등하고 기능적으로 다를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

②색 경험 공간은 비대칭적이어서,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현상적으로 다르고 기능적으로 동등할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

③감각질이 뒤집히지 않은 사람은 입력이 같으면 출력도 같으므로, 그의 감각질이 뒤집히지 않았다는 사실은 탐지할 수 없다.

④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은 입력이 같아도 출력이 다르므로, 그의 감각질이 뒤집혔다는 사실은 탐지할 수 없다.

⑤정신 상태의 현상적 감각 경험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기능적 역할만으로 정신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출제자는 ‘비판’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라고 하고 있는데 이 비판이 사실 아래와 같은 논리의 ‘귀류법’을 통한 것임을 간파했어야 합니다.

1) 뒤집힌 감각질 사고 실험에 의한 기능론 논박이 성공하려면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색 경험이 현상적으로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 p → q

2) 두 경험이 기능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두 사람의 색 경험 공간이 대칭적이어야 한다. : q → r

3) 그러나 색을 경험한다는 것은 색 외적인 속성들, 예컨대 따뜻함과 생동감 따위와도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색 경험 공간이 비대칭적이게 된다. : ~r

위의 논리를 통해 정답이 ②색 경험 공간은 비대칭적이어서, 감각질이 뒤집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현상적으로 다르고 기능적으로 동등할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 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주어진 글에 대한 ‘내용적 이해’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한편 ‘형식적 이해’도 중요한 것입니다. 이 형식적 이해에 간혹 귀류법이 사용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추리논증에 있어 ‘귀류법’ 활용 예제

이번에는 추리논증에 있어서는 ‘귀류법’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다음 논증에 대한 분석으로 옳지 않은 것은? [13-10]

ⓐ다른 지식에서 추론됨으로써 정당화되는 지식이 있다.

ⓑ이러한 지식을 ‘추론적 지식’이라고 하고, 추론적 지식이 아닌 지식을 ‘비추론적 지식’이라고 하자.

ⓒ모든 지식이 추론적 지식이라고 가정해 보자.

ⓓ어떤 추론적 지식을 G1이라고 하면, G1을 추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다른 지식이 있다.

ⓔ그중 어떤 것을 G2라고 하면, G2는 추론적 지식이다.

ⓕG2를 추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다른 지식이 있고, 그중 하나를 G3이라고 하면 G3도 추론적 지식이다.

ⓖ이런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

ⓗ정당화의 과정이 무한히 이어질 수는 없다.

ⓘ정당화의 과정이 끝나려면 다른 지식을 정당화하는 어떤 지식은 비추론적 지식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추론적 지식이 존재한다.

전제인 ⓒ의 ‘가정’이 주어지는 한, 지식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 논리흐름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논증이 타당하다면 ‘비추론적 지식이 없으면 추론적 지식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평소 기출문제를 분석했을 때 이 논증이 귀류논증임을 반드시 파악했어야 합니다.

ⓐ∼ⓒ에 관한 진술로 옳은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14-23]

필로누스:우리가 감각을 통해 뜨거움이나 차가움을 지각할 때, 그 뜨거움이나 차가움은 우리 마음 바깥의 사물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들은 우리의 마음에 의해 지각되는 것으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자네는 뜨거움이나 차가움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일라스:강렬한 뜨거움이나 차가움은 통증으로 지각되네. 통증이란 지독한 불쾌감의 일종이므로, 강렬한 뜨거움과 강렬한 차가움은 지독한 불쾌감에 불과하네. 그러므로 강렬한 뜨거움과 강렬한 차가움은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네. 그러나 그보다 덜한 정도의 뜨거움이나 차가움은 통증과는 무관한 것이네. 우리는 그것들을 뜨거움이나 차가움으로 지각할 뿐 아니라 ‘더 뜨거운 것’과 ‘덜 뜨거운 것’ 등을 구별하여 지각하네. 그러므로 이런 정도의 뜨거움은 사물에 있다고 여겨지네.

필로누스:우리 모두가 인정하듯이, 어떤 것이 동시에 차기도 하고 뜨겁기도 할 수는 없네. 그러면 이제 자네의 한 손은 뜨겁고 다른 한 손은 차다고 가정해 보세. 그리고 두 손을 모두 한꺼번에 미지근한 물에 넣었다고 해 보세. 그러면 뜨겁던 손에는 그 물이 차갑게 느껴지고 차갑던 다른 한쪽 손에는 뜨겁게 느껴질 것이야. 그 물에서 자네의 한 손은 뜨거움을 느끼고 다른 한 손은 차가움을 느끼는 것이네. 그러므로 자네의 손이 느끼는 뜨거움과 차가움이 그 물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네.

두 번째 필로누스는 한 손은 뜨겁게 하고 다른 한 손은 차게 하고 ‘미지근한 물’에 동시에 넣었을 때, 뜨겁던 손에는 그 물이 차갑게 느껴지고 차갑던 다른 한쪽 손에는 뜨겁게 느껴질 것임을 ‘사고실험’을 통해 논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물’에서 동시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낀다는 것은 불합리한 귀결임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뜨거움과 차가움이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님’을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문제의 선택지 ㄷ에도 나와 있지만, 두 번째 필로누스의 추리는 “어떤 주장이 불합리한 귀결을 갖는다면 그 주장은 참일 수 없다.”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추리논증 기출지문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글을 분석한 것으로 옳지 않은 것은? [15-13]

가장 강한 자라고 하더라도 자기의 힘을 권리로, 복종을 의무로 바꾸지 않고서는 언제나 지배자 노릇을 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않다. 따라서 ‘강자의 권리’라는 구절이 언뜻 반어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이면서도 실제로 하나의 근본 원리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하여 뭔가 설명이 필요하다. 힘이란 물리력인데, 물리력이 어떻게 도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힘에 굴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하는 행동이요 기껏해야 분별심에서 나온 행동이지 의무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다.
만일 강자의 권리라는 것이 있어서, 힘이 권리를 만들어낸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원인이 바뀜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므로, 최초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은 최초의 힘에서 생긴 권리까지도 차지해 버릴 것이다. 힘이 있어서 불복한다면 그 불복종은 정당한 것이 되며 강자는 언제나 정당할 터이므로 오직 중요한 점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다. 힘이 없어질 때 더불어 없어지고 마는 권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강도가 덮쳤을 때 내가 강제로 지갑을 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갑을 잘 감출 수 있을 때에도 강도의 권총이 권력이랍시고 양심에 따라 지갑을 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어서 복종해야 한다면 의무 때문에 복종할 필요는 없으며 복종을 강요받지 않을 경우에는 복종할 의무도 없다. 권리에 복종하라는 말이 만약 힘에 복종하라는 말이라면, 이는 좋은 교훈일지는 몰라도 하나마나한 말로서, 나는 그러한 교훈이 지켜지지 않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강자의 권리’라는 말에서 ‘권리’는 ‘힘’에 덧붙이는 것이 없으며, 따라서 공허한 말이다.

-루소, 「사회계약론」-

글쓴이인 루소는 ‘강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을 논증의 결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귀류의 전제(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2문단 전체가 그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견해가 A임에도 ~A를 가정한 후 그 ~A가 틀렸음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A가 맞다는 것을 도출해내는 것이 귀류법이며 최고의 지식인인 루소도 이러한 귀류법을 즐겨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기출문제인 2023학년도 추리논증 기출문제로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글에 대한 평가로 옳지 않은 것은? [23-22]

개념 역할 의미론에 따르면, 단어의 의미 이해는 그 단어의사용 규칙을 따를 줄 아는 능력에 의존한다. 단어의 사용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단지 그 규칙대로 단어를 사용한다기보다 그 규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단어의 사용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곧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다음 논증이 제기되었다. 가령 ‘뾰족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려 한다고 해 보자. 이 이론에 근거할 때,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그 단어의 사용규칙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해가 성립하려면, 우선 그 규칙이, 이를테면, “‘뾰족하다’ 무언가를 뚫을 수 있는 끝이 매우 가느다란 사물에 적용하라”와 같이 언어적으로 명료하게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규칙을 표현하는 데에도 여러 개의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 규칙을 이해하려면 그런 여러 단어의 의미를 모두 이해해야 할 것이며, 예를 들어, 이 규칙에 들어 있는 ‘뚫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규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뚫다’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그 단어의 사용 규칙에 대한 이해이다. 그런데 ‘뚫다’라는 단어의 사용 규칙도 여러 단어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고, 그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규칙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단어들의 의미를 또 이해해야 할 것이며, 이런 식의 퇴행은 무한히 거듭될 것이다. 이런 퇴행이 일어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뾰족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그런 문제는 다른 모든 단어에 똑같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개념 역할 의미론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사용하는 그 어떤 단어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매우 불합리한 결론을 얻게 된다.

1문단에서 ‘개념 역할 의미론’을 소개한 후, 2문단에서 ‘개념 역할 의미론’을 받아들였을 때 매우 불합리한 결론을 얻게 된다는 귀류논증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살펴보면 앞에서 소개한 추리논증의 첫 번째 예시인 2013학년도 문제와 매우 결이 비슷하다는 것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모든 지식이 추론적 지식이라고 가정해 보자. 어떤 추론적 지식을 G1이라고 하면, G1을 추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다른 지식이 있다. 그중 어떤 것을 G2라고 하면, G2는 추론적 지식이다. G2를 추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다른 지식이 있고, 그중 하나를 G3이라고 하면 G3도 추론적 지식이다. 이런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정당화의 과정이 무한히 이어질 수는 없다.정당화의 과정이 끝나려면 다른 지식을 정당화하는 어떤 지식은 비추론적 지식이어야 한다.그러므로 비추론적 지식이 존재한다.). 이렇듯 ‘어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기시감이 실제 시험장에서 떠오른다면 그 시험에서는 매우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과거 기출문제의 논리흐름과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향후에도 다시 출제될 수 있음을 예상하면서 학습을 이어나가는 것이 기출문제의 올바른 분석방향임을 재차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4. 소론

이상에서 언급한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법학적성시험의 문제들 중 ‘귀류법’을 활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지면의 관계상 다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어떤 문제에 이러한 출제원리 및 풀이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찾아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출제기조는 계속 유지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풀이기법을 총정리하는 7/7, 7/8에 진행되는 최종정리강의 세션2가 있습니다. 그 동안 이 강의를 통해 비약적인 성적향상을 이루어내어 원하는 로스쿨에 진학한 다수 학생이 있었고 한 분 한 분이 이 강의의 산 증인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이 강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분들은 gon0924@daum.net으로 문의주시면 친절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참고로 6/30, 7/1에 진행된 세션1도 녹화강의링크로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고를 통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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