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0)-‘그냥 하는 거지 뭐’
상태바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60)-‘그냥 하는 거지 뭐’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6.30 15:5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그냥 하는 거지 뭐>

무념무상(필명)

마지막 시험 합격자 명단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이번엔 기대해 보자, 객관식 몇 문제만 더 맞히면 되니까. 늘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다섯 번의 시험이 모두 끝났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보았다. 물론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 없는 삶이었기에 일을 하면서 새벽에 3시에 일어나서 4시간 공부, 퇴근 후 4시간 공부, 주말에 하루 종일 공부, 공부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체력은 타고난 건지 긴 수험 생활동안 몸이 잘 견뎌 주었다. 학원 첨삭도 받아봤고, 늘 상위권 점수를 받고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친한 로스쿨 동기들과 교수님은 시험 때 무슨 일 있었냐며 걱정해 주기도 하였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다.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장에 들어갔고 매번 합격을 기대했다. 하지만 매번 합격선 언저리에서 그 선을 넘지 못했다. 변호사시험에 쏟았던 노력과 시간, 비용을 다른 분야에 투입했다면 지금 내 삶은 달라졌을까.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금처럼 아무것도 얻지 못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꿈을 안고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설마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할까. 문제는 로스쿨생 모두가 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고, 상대평가 속에서 무조건 절반 가까이는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합격률이니,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이니, 지금까지도 이런 말장난식의 통계 결과를 발표하고 어떻게든 대부분 붙는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걸 보면 이 제도는 절대 변할 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해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을 얘기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아마 50년, 100년 후에도 이런 토론을 계속할 것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허울뿐인 토론회인 것을 잘 알기에 순진하게 합격률 몇 퍼센트만 더 올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실소가 나온다. 자격시험화니 오탈제도 폐지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탈자를 위한 제도 연구니 그런 모든 것이 위선인 것을 이 바닥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합격률은 낮게, 그러나 뭐든 하는 것처럼 보여야 되기에 합격률 얘기는 뒤로 숨겨두고 다른 여러 방안만 얘기한다. 물론 그 방안도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주는 변호사님들이 대단해 보이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보다 점수가 150점 이상 낮은 대학 친구는 지금 변호사 활동을 잘하고 있고, 신규 변호사 채용까지 하고 있다. 처음엔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점수가 훨씬 높은데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수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만 남았구나. 그동안 다른 분야에서 다른 경험을 쌓았다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가 달라질까.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탈자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다. 급을 나누는 것이 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로스쿨 입학 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기업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안타까운 점이 흔히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서는 변호사시험에 실패한 지원자는 뽑지 않고, 보통 얘기하듯이 눈을 낮춰 지원하면 오버 스펙이라고 뽑지 않는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이고 일하고 싶은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에 비참하기도 하다.

비참한 삶이 언제 끝날까. 사실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슬픔과 충격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취업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 객관식 몇 문제에 인생이 아예 달라진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통째로 사라진 듯하다. 친구들도 보고 싶다. 취업이라도 해야 서로 편하게 볼 텐데, 그래서 더 빨리 취업하고 싶다. 취업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주신 사랑샘재단, 그리고 오윤덕 이사장님께 감사하다. 이제 깊은 고민과 생각보다 하루하루 그냥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누구 말대로 ‘그냥 하는 거지 뭐. 무슨 생각을 해.’ 그래야 내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3-07-04 21:11:35
오탈자들은 사시부활 해서 사시 봅시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