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9)-‘불합격보다 무거운 ‘오탈자’라는 이름의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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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9)-‘불합격보다 무거운 ‘오탈자’라는 이름의 낙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6.23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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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불합격보다 무거운 ‘오탈자’라는 이름의 낙인>

사월(필명)

다섯 번의 시험이었다.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지만 3년의 석사과정과 4년의 추가 수험기간까지 총 7년의 세월 동안 항상 진심이었다. 최선을 다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닐 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해도 어느 순간을 기억하며 그때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지난 7년간의 나의 삶은 매 순간 잠이 부족했고 체력이 부족했고 여유가 없었던 것만은 사실이었기에 그저 진심이었다고 할 뿐이다.

마지막 명단이 발표된 첫날,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더는 시험을 치를 수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체력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서다. 그러나 성적이 공개된 이튿날, 합격 컷과 불과 1점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순간 오히려 무너졌다. 지난 7년 동안 내가 조금이라도 안일했던 순간을 다 되짚으며 스스로를 난도질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달이 바뀐 이 시점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눈을 감았다 뜨면 그와 같은 난도질은 찾아온다.

사실 삶에서 불합격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게 하필이면 누군가에게는 다섯 번일 수도 있는 일이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고 그게 환경의 탓이든 노력의 부족이든 운이 없든 그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발생한 사건일 뿐이다. 그럼에도 틈틈이 억울한 것은 그 어느 다른 영역에서도 도전 과정에서 실패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낙인찍고 비웃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이 말하는 ‘오탈자’ 중에는 이 시험에 진심이 아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서 생판 모르는 남이 남을 비난하고 비웃는 것은 사실 일종의 폭력에 가깝다. 오히려 이 시험제도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오탈자’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기사화하고 그것이 커뮤니티에 오르내리고 낙인찍히는 이 과정이 무섭다.

현재의 제도권 아래에서는 더 이상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오로지 학위와 수험과정을 견딘 인내만으로 새로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을 찾기 위해 나 자신도 ‘오탈자 진로’, ‘오탈자 채용’ 따위를 검색하고 있는 것 또한 자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라도 나를 낙인에서 해방해주려고 한다.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하여 이 글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 그 첫 시작일 수 있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면 더는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지 아직은 막막하지만 적어도 첫발을 떼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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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 2023-08-11 07:21:36
아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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