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8)-‘오탈자(五脫者)의 마지막 애곡(哀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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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8)-‘오탈자(五脫者)의 마지막 애곡(哀哭)’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6.16 1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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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오탈자(五脫者)의 마지막 애곡(哀哭)>
-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문도(필명)

2009년 로스쿨(Law School) 제도가 도입되기 전 사법시험제하에서 사시낭인(司試浪人)이라는 말이 있었다. 사법시험이라는 좁고 험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간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로스쿨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현재의 5년, 5회 응시 제한 제도, 이른바 오탈자(五脫者) 제도이다.

현행 오탈자 제도는 사법시험 제도하의 사시낭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나 과연 지금의 로스쿨 제도에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3년의 로스쿨 과정을 거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변호사시험을 1번이라도 보기 위해서는 3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을 졸업하는 것 자체로는 어떠한 자격도 부여되지 아니한다. 이로 인해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고, 한두 해 시험에 떨어졌다고 하여 그러한 시간과 비용을 포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고려하면 결국 변시낭인(辯試浪人)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행 오탈자 제도는 변시낭인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하에 그러한 로스쿨 졸업자들에게 강제로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하고 허무하게 로스쿨에서의 시간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는 응시를 위해 3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를 요구하는 것과는 모순된 모습이다. 같은 제도가 변시낭인을 강제로 만들고, 강제로 해소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해소 방법조차 변호사시험의 응시 자체를 금지하여 변시(辯試)라는 단어만 빠진 낭인(浪人)으로 만드는 것이니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길을 잃어버린 나를 비롯한 오탈자들은 슬픔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3년간의 석사과정, 그리고 5번의 변호사시험,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인 8년이라는 시간은 지대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수험기간까지 고려한다면 근 십여 년의 세월이 오직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해 소비됐다.

2번째 변호사시험에 떨어졌을 때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다. 그 1년의 기간이 너무 힘들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가 단순히 두 번째 시험에 떨어진 것이었다면 그 순간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 어깨에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하여 들인, 로스쿨 재학 과정에서 들인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있었다.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은 이 엄청난 시간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내게 주어진 다섯 번의 기회를 소모하니 결국 그 모든 것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절망했다. 다섯 번의 시험으로 남은 것은 변호사가 아닌 한 쓸 수 없는 법학지식과 수험생활로 인해 망가진 건강, 변변찮은 이력 한 줄 없는 경력뿐이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받은 법학전문석사학위는 나의 자랑할 만한 이력이 아닌 내가 오탈자임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증명서가 될 뿐이었다. 그렇게 난 변시낭인(辯試浪人)의 자격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20대에 들어선 이 길에서 30대가 되어서야 그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길 밖으로 쫓겨나 버렸다. 들어설 때는 한없이 찬란해 보이고 넓어 보였던 길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그 길을 좁고 험해졌고 결국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길 밖으로 밀려났다. 내가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하며 가져갔던 청춘과 재물, 희망과 열정은 모두 그 길에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나이도 30대 후반이다. 나는 인생의 경로에서 완전히 이탈(離脫)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 경로를 재탐색(再探索)할 것이다. 그 길은 앞서 가고자 했던 길보다 찬란하지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지도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 가족이 있고, 그들이 나를 지켜보는 한 삶을 포기하거나 그저 슬퍼하고 절망하며 멈춰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내가 과거에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처음 다짐한 것처럼, 다시 새로운 길을 찾기를 다짐하고 그 의지를 굳건히 할 것이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에 대한 미련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 글이 변호사라는 꿈에 대한 나의 마지막 애곡(哀哭)이 될 것이다.

재단법인 사랑샘이 지원하는 마중물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는 나에게 든든한 응원이자 소중한 지원이 되었다. 광야에서 길을 잃고, 희망도 잃어버린 채 떠돌게 된 나그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모금의 마실 물과 체력을 보충하기 위한 한 끼의 식사일 것이다. 재단법인 사랑샘은 오탈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와 도움을 주었다. 단지 금전이라는 물질적인 지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오탈자들에게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오탈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로 인해 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느꼈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도움을 주신 재단법인 사랑샘에 이글을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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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2023-06-19 10:15:05
오탈자는 침해최소성 원칙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탈자포한 그 누구도 응시요건에 제한받지않는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제를 도입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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