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7)-‘끝 그리고 아마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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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7)-‘끝 그리고 아마도 시작’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6.0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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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끝 그리고 아마도 시작>

그믐달(필명)

먼저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외면되고 고립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탈자들을 위해 이토록 따뜻한 도움의 손길의 프로젝트를 기획해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분명 오탈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오탈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지원금을 통해 망가진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르고 재정비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오탈자분들도 제 글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도움의 손길을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올해 마지막 다섯 번째 변호사시험을 끝으로, 저는 결국 오탈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지겹도록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저는 먹먹한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구나, 남은 것은 운명을 기다리는 것뿐이구나. 그리고 그 운명은 매우 잔인했습니다. 다섯 번째 불합격을 확인하며 저는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예전에는 오탈하게 되면 대성통곡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생각이나 감정들이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세상의 시간은 흐르지만 제 시간은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있는데, 어느새 제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첫 단추부터 조금 잘 맞지 않았던 듯싶습니다. 로스쿨에서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교수님과 면담을 하는데, 교수님께서 제가 답안을 쓰는 스타일을 보면 법학보다는 경영학이나 이런 쪽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어학이나 이런 스펙도 훌륭하니, 금융권이나 그런 쪽으로 가면 더 좋지 않겠냐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그때 저는 그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로스쿨에서의 3년은 힘겨웠습니다. 로스쿨에서 공부를 할수록 법학이 제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에서 꼴등까지는 아니었지만, 하위권의 성적이었습니다. 내가 명문고, 명문대를 나왔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중에 제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이렇게 안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제가 다닌 로스쿨이 입시로 보나 변시 합격률로 보나 최상위권의 로스쿨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워낙에 잘해서 내 성적이 이런 것이겠지, 전국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일 거야, 이 생각으로 로스쿨 3학년까지 버텼습니다.

그런데 로스쿨 3학년이 되고 모의고사를 치르고 보니, 전국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제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3학년이 되어버려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5번의 변시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5번의 변시를 치르며 저에게는 친구가 없어졌습니다. 하나둘씩 연락이 끊겼습니다. 5번의 변시를 치르며 저는 건강을 잃었습니다. 책상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 생긴 심각한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때문에, 가끔 덧나는 날이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 못하고 하루 종일 침대에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시험 스트레스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 후두염이 심해져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고 통증도 상당합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지고, 마지막 변시는 정말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간신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저는, 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가라앉아 버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지쳐버렸고, 몸과 마음도 망가지고, 더 이상 친구나 지인도 없고, 나이는 너무나 많아져 버렸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숨만 쉬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다면 결국 어떻게든 된다는 옛말을 믿고, 일단은 하루하루 버텨보려 합니다. 지금 이 글의 필명인 ‘그믐달’도 그러한 의미를 담아 정했습니다. 가장 사그라든, 가장 초라하고 어두운 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둥그렇게 밝게 차오르는 달. 언젠가는 꽉 찬 만월이 되어 세상을 밝히고 싶습니다. 훗날 꼭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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