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총 1725명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전체 응시자 3,255명 대비 약 52.99%의 합격률을 나타낸다. 지난해보다 합격자는 13명이 늘었지만, 응시자 증가로 합격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응시자가 절반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 제도적으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을 통한 전문적인 법조인 양성이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를 보면 응시자의 절반 가까이가 합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로스쿨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로스쿨 측에서는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살리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자격시험화’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국민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격시험화’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전문 법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국민의 법률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로스쿨 교육의 질과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전문적인 법조인들이 더욱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험 제도에서는 교육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자격시험화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의 법률적 요구에 부응하는 전문적인 법조인들을 더욱 많이 양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사회 전반의 법률 인프라가 개선되어 모든 국민이 공정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5년간 5회 응시 제한에 걸린 이른바 ‘오탈자(五脫者)에 대해서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현재 누적 ‘오탈자(五脫者)’의 수가 13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변호사시험법의 오탈자 규정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헌재를 통한 구제는 어렵게 됐다. ‘법조공익재단법인 사랑샘’(이사장 오윤덕)에서 오탈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구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정부가 보듬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 수많은 시험 중 굳이 ‘법조인’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만 오탈제로 제한할 합목적적인 이유는 없다.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오탈자의 심정을 보듬고 이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 오탈자는 더 늘어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다각도로 입법적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오탈자의 아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이익’이라는 인식의 국가나 사회는 암울하다. 제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온전할 수 없다. 그래서 제도 탓하며 신음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바리새인 정부가 돼서는 안 된다. 오탈자의 고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특히 오탈자 중에는 신체적, 경제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특별전형 입학자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들이 실패의 연속에도 그동안 잘 견뎌주고 잘 버텨내 준 것만으로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어느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듯이 오탈자에 관한 정부의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현 제도하에서는 오탈자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하루속히 입법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오탈자들에게 다가올 장래는 어둡고 불안하다. 그러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누군가의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그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오탈자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오탈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부와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지고 오탈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도 빛나는 미래가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