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5)-프로야구 응원가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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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5)-프로야구 응원가와 저작권
  • 신종범
  • 승인 2023.04.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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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대한민국 야구가 WBC 1차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국내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동시에 여전히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얼마전 롯데 자이언츠의 홈 개막전에서는 롯데 구단이대중가요 ‘부산갈매기’ 작곡가와 함께 ‘부산갈매기’를 롯데의 공식 응원가로 지정하는 행사를 열었고, ‘부산갈매기’는 5년만에 사직구장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2017년 KBO 응원가 저작권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부산갈매기’가 롯데의 공식 응원가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KBO 응원가 저작권 사태는 KBO의 각 프로야구 구단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대중가요의 악곡 부분을 몇 개 소절의 박자를 간소화하거나 템포를 빠르게 하는 등 일부 변형하고, 가사 부분은 구단, 선수에 맞도록 새롭게 만들어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던 것과 관련하여 그 대중가요의 작곡가, 작사가들이 프로야구 구단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말한다.

프로야구 구단의 응원가에 사용된 대중가요는 음악저작물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당연히 저작권이 제한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한 그 사용을 위하여는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각 프로야구 구단은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한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을 통해 저작권자들에게 지불해 왔다. 그런데, 왜 작곡가 또는 작사가들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앞에서 각 프로야구 구단이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지급하였다고 하는 저작권료는 저작재산권을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다. 한편, 저작물 이용에 대한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하였다 하더라도 이용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고, 나아가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저작재산권과는 다른, 저작자의 일신전속적 권리인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

소송에서 작곡가들은 프로야구 구단들이 무단으로 악곡을 일부 변경, 편곡하여 응원가로 사용한 것은 이용을 허락한 범위를 넘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2차적저작물(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 작성권’과 일신에 전속하는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사의 저작권자인 작사가들 또한 프로야구 구단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가사를 바꿔 사용함으로써 ‘2차적저작물 작성권’과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1, 2심 판결 후 상고되지 않아 확정됨)은 작곡자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사용한 응원가들이 기존의 악곡에 대한 사소한 변형을 넘어 기존 악곡을 실질적으로 개변한 것으로서 편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나아가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한다” 면서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 또한 배척하였다.

작사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원래 가사 중 창작성이 있는 기존 표현이 잔존해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 변경된 가사는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어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새로운 가사로 변경하고, 일부 곡은 기존 가사와 변경된 가사 사이 유사한 문구조차 발견할 수 없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작곡가들의 ‘성명표시권’(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 침해 주장에 대해서, 제1심은 “응원가는 주로 야구선수가 등장하는 동안 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재정비하는 동안 사용됐는데, 짧은 시간 동안 음악저작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은 “각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돼 있다면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경기 종료 이후 경기에 사용된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표시하는 등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인다”면서 “응원가를 사용하면서 작곡가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는 작곡가들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작곡가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였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보호와 함께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통한 문화 및 산업향상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 목적 또는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히 한 경우 저작권이 제한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위와 같은 판결은 수긍할 만하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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