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인구 감소의 국제정치와 디스토피아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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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인구 감소의 국제정치와 디스토피아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의 예측
  • 신희섭
  • 승인 2023.03.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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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인구 문제가 그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로 주변에 중국도 2022년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인구 절벽은 흔히 북반구로 불리는 선진국 대부분이 경험하는 암울한 그림이다. 그럼에도 전세계 인구는 늘고 있다. 인도의 인구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남반구의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작지가 부족하고 제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남반구의 막대한 인구증가는 고령화로 활력을 약해지는 북반구의 인구 감소와 함께 세계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구체적인 분석을 하지 않아도 지정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세계적인 인구의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심화될 것이고, 식량 부족과 물 부족으로 현재 보다 더 많은 인구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에 못 미치는 삶을 살 것이다. 이런 갈등은 그저 갈등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고 분쟁으로 혹은 전쟁으로 비화할 여지가 크다.

디스토피아의 미래 그림을 매우 구체적 분석을 통해서 보여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피터 자이한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이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이란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저자는 기존 지정학 틀에 인구 변화라는 요인을 추가하여 인류 미래의 어두운 측면을 매우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글은 서평을 쓰려는 것이 아니다. 책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이 아이디어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저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책을 몇 시간의 독서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보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저자의 노고에 감사하는 편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냉전 이후 미국은 군사적으론 동맹으로 경제적으론 세계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켰다. 확실히 강대국 간 전쟁은 사라졌고 전대미문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누렸다. 이것은 탈냉전 이후 러시아와 중국을 미국 주도 세계화에 흡수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그 첫째는 미국이 제공하던 국제 안보 질서와 해양운송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철수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 아이켄베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은 이제 과거 ‘자유주의적 리바이어던(자유주의 패권국가에 대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더 문제는 둘째 요인으로 인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번영으로 이끈 산업화는 이제 소득 수준의 증대와 그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젊은 세대들에게 주거와 생활 비용의 큰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합리적인 젊은 세대는 이제 아이 출산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노인 인구는 늘고 출생자가 줄어들면서 사회는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의 통계를 빌리면 2019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상에 5세 이하의 연령층보다 65세 이상의 연령층이 더 많아졌다. 즉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된 것이다. 2030년에는 은퇴연령층이 5세 이하 연령층보다 2배 많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가능하다.

미국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꾸준히 유지되는 국가를 제외한 국가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들은 이제 세계 생산 생태계에서 이탈하게 된다. 줄어든 인구는 소비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지 못한다. 제조업에서 분업이 깨지면서 세계화의 그간 혜택은 사라진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시도하는 탈동조화는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는다.

미국이 빠진 세계에서 인구 변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국제질서가 자급자족 체계로 변화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국가들만 살아남는다. 미국이 보호하지 않은 해양 운송로를 보호할 수 있는 해군을 가진 몇 나라를 제외하면 자원과 생산품의 운송조차 어려워진다. 넘쳐날 듯한 에너지나 산업 자재들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인류는 2차 대전 이전 미국이 개입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더 나빠진 미래는 탈문명화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원, 에너지, 생산가능 인구에서 가장 혜택받은 국가로 남을 것이다. 주변에 멕시코나 다른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제조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암울한 그림 중에서 가장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인구를 세계적 차원에서 다루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시대에 세계적인 구조 변화를 생각해보고, 인류와 자신들의 정치공동체의 방향을 예측해보는 것은 그저 시간때우기의 소일거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가정은 문제제기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과연 미국이 안보공약을 무조건 극단적으로 축소할 것인가! 미국이 역사적으로 국제주의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1945년 이후이다. 이것은 미국이 착해서가 아니라, 미국에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44년 브레턴우즈에서 1991년 걸프 전쟁 그리고 911 이후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까지 미국은 국제공공재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동맹국들에 안보를 제공했다. 그로 인해 ‘동맹을 통한 관리’라는 인류 역사상 다른 어떤 제국도 얻지 못한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네트워크를 미국이 단순히 포기할 수 있을까!

둘째, 인구가 줄어들지만, 인구는 국내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인구는 이민 정책을 통해 채울 수 있다. 또한, 사는 방식이 달라지면 인구는 다시 증가할 수도 있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인구 감소가 극적으로 나쁜 그림으로만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인구라는 변수는 국내적-국제적으로 확실히 중요하다. 인구 감소를 몸으로 직접 체감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주변 국가들뿐 아니라 국제관계 전체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던진 아이디어는 경청하고 논의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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