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존재가 계급’인 세상 : 인구감소의 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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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존재가 계급’인 세상 : 인구감소의 정치적 의미
  • 신희섭
  • 승인 2023.02.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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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될까? 2022년 대한민국에선 24만 9천 명이 출생하였다. 1960년 출생아 수 10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은 2002년 49만 명이 태어나 100만 명 절반을 찍었다. 그런데 다시 20년 만에 절반의 절반이 된 것이다. 지긋지긋하겠지만 수치를 다시 한 번 읊조리자면 0.78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 되면서 다시 한번 세계 1위 기록을 자체 갱신했다. 서울은 0.59명이다.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두 쌍의 배우자 중에서 아이가 한 명 태어나는 셈이고, 결혼한 여성 2명에서 누군가 한 명만 출산하기로 한 것이다. 겁나지만 10만 명대의 출생자 수도 머지않을 듯하다.

출생자가 줄고 있다는 뉴스는 2000년대 들어와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는 소식만큼이나 새로운 것이 없다. 충격적이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서 ‘왜 아이를 낳을 수 없는가’의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전환되고 있는 저출산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존재가 계급이 되고 있다. 태어난 것 자체가 하나의 계급이다. 나는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가 문제가 아니다. 나는 어떤 계급인가를 나누기 전에 ‘나’라는 존재가 없다.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 부모가 낳아서 기를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저출산이 심각하지만, 정치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는 단순하게 수치로 나타난다. 20만 명씩 태어나는 현세대가 20대가 되면 20대 전체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된다. 한국에서 처음 출생아 수 100만 명을 넘긴 것은 1959년생(101만 6천 명)부터다. 이후 1971년(102만 5천 명)까지 13년 중 1965년(99만 6천 명)을 제외하고 해마다 100만 이상이 태어났다. 이때 인구가 대략 1300만 명이다. 60년대 생만 1,0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들의 손자뻘인 2020년대 생들은 200만 명에 불과하다. 이 추세대로면 2030년대 생들 전체가 100만 명대를 찍으면 다행이다.

그러니 투표결과가 어떻겠는가! 1960년대 생들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50대와 60대를 점하고 있는 이들이 한국 진보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태어난 것 자체가 선택인 세대들이 성장하면 보수적인 성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더 곱게 자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태어나 준 것이 선물인 이들!

현재 10대와 앞으로 태어날 이들은 정치적으로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당을 가질 수 있을까! 2000년대 생들, 2010년대 생들 그리고 2020년대 생들을 다 합쳐도, 즉 30년을 합산해도 1000만 명을 넘길 수 있을까 싶은 이들은 1인 1표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자신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반영할 수는 있을까! 미래 예측을 반영해 아이를 가지는 현재 예비 부모들에게 이 자명한 결과는 미래 그림을 더 어둡게 한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같은 작은 섬나라보다 더 열악한 환경!!

2020년대 출생자들에게 험난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24만 9천 명으로는 전체 인구가 모두 군인이 되어 2년을 근무해도 병력은 50만이 안 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중국과 일본도 모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발전으로 인력 중심 군대에서 무인화로 바꾼다해도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인적자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세대들에게 부여되는 안보와 국방은 또 다른 무게가 될 것이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부족한 인구를 빠르게 이민자들로 채우게 될 것이다. 일정한 경제 규모를 유지하면서 현재 산업구조를 조정해간다고 할 때 필요한 일자리는 이제 한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보다는 외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에게 맡겨질 것이다. 이 역시 자연스럽게 계급구조를 강화할 것이다. 혈족에 기초한 민족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 간의 갈등은 단순히 계급갈등의 문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도시의 계급화’는 말할 것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지금의 어른 세대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

아직 준비가 덜 된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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