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8)-사면(赦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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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8)-사면(赦免)
  • 신종범
  • 승인 2022.12.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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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연말에 단행될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을 포함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과 복권을 동시에, 김 전 지사는 복권 없이 사면만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법무부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사면 대상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가 포함된 사면을 단행했다.

사면(赦免)은 형의 선고의 효력 또는 공소권을 상실시키거나, 형의 집행을 면제시키는 것으로 국가원수의 고유한 권한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감형(減刑)과 복권(復權)까지 포괄하여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면제도는 역사적으로 동, 서양을 막론하고 국왕이 내리는 시혜로 국왕의 은사권(恩赦權)으로 이해되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사면권은 존속하였고, 현재도 다수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미국을 비롯하여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부여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서(제66조) 이러한 지위에서 사면권을 부여하고 있다(제79조).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사면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그 법률이 사면법이다.

사면법은 좁은 의미의 사면, 감형과 복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의 효과를 전부 또는 일부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광복절 등 경축일에 음주운전자에 대하여 일괄 사면을 실시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러한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령으로 실시한다.

특별사면은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하여 실시한 사면이 바로 이러한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대통령의 명으로써 실시한다.

감형은 형을 선고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일반감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형을 변경하고, 특별감형은 형의 집행을 경감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형을 변경할 수 있다. 복권은 형의 선고로 인하여 법령에 따른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에 대하여 형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한다.

이처럼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은 부여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사면법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지만, 사면이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권력분립의 원칙에 예외에 해당하기에 사면권 행사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즉, 사면권은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남용되거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행사되어서는 안되며,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의 사면권 행사는 허용될 수 없고,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마다 논란이 있어 왔다. 명분은 국민통합과 경제위기 극복 등을 내세우지만, 실질은 같은 정파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에 대한 면죄부 부여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면에는 비록 재계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적 반감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사건 등으로 250여억원의 횡령, 94억원의 뇌물수수 등이 인정되어 징역 17년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6월 형집행정지결정을 받아 집으로 돌아간 상태다. 연말 특별사면으로 사면과 복권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약 15년 남은 형기와 벌금 82억원이 면제되고, 피선거권의 제한도 풀리게 된다.

과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을 위한 것인지, 불과 형기의 10% 정도를 복역한 사람의 형을 면제하는 것이 사법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면을 원하지도 않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기 출소 5개월을 앞두고 복권 없는 사면을 한 것은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이번 사면의 정당성에 의문만 들게 한다. 사면권의 존재 의의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듯 싶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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