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0)-‘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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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0)-‘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라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2.02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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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 내가 되길 바라며>

조건영(필명)

세월이 덧없이 빠르게 흘렀음을 느낀다. 때때로는 나에게 달려오는 시간이 참으로 버겁기만 하다. 마지막 발표 이후, 나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으로부터 책임감 없이 도망만 치고 있었다. 가족에게서 파생되는 근심, 인간관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심오한 고민들로부터 마냥 도피하고 숨었다. 없는 사람인 것처럼 살고 싶었다.

명료한 목표가 있을 때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알기 쉬웠고, 꼭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동력이 있었다. 그러나 목표를 상실한 그 순간부터 엔진이 고장난 보트가 망망대해를 표류하듯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를 시간 속에 표류시켰다.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현실에 대해 인식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맞서는 사람과, 현실에 대한 인식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려 하는 사람으로 나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후자였다. 위험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와 같았다.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막막하기만 했다. 이제는 나이가 제법 먹은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웠고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그리고 그동안 한껏 높아진 눈 때문에 겨우 생각해 낸 선택지들은 터무니없이 작게만 보였다. 허비한 시간과 금전에 대한 본전 생각 때문인지 어떠한 것에도 몰입할 동력이 생기지 않았다. 현실 인식도 제대로 못하고 오만하게 굴었던 것은 아닌지 지금에 와서는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그렇게 어떤 것에도 몰입하지 못한 채 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

올해 초, 이대로 가다간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도태될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두려워져 본가에 내려왔다. 나는 한동안 모두를 밀어냈지만 여전히 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주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정년퇴임을 멀리서 밖에 축하하지 못한 못난 자식을 부모님은 여전히 한없는 사랑으로 안아주셨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이 여전히 나를 기다려줬다. 예전 그대로의 친절함으로 나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었다. 자존심 때문에 상처받은 내 모습을 보이기 싫어 사람으로부터 달아났지만 결국 사람으로 치유 받게 됨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이방인이 아닌 구성원 속으로 들어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어떻게 보면 어렵지만 소소한 마음이 생겼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가 어느 날 사랑샘 재단의 마중물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만약 지독하게 혼자 있었다면 끝까지 이런 소중한 기회를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다. 결코 혼자서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중물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헬스장에 등록한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있다는 옛말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무기력증과 우울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 같은 뿌연 그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10kg을 감량했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 할 수 있는 걸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나를 방치했는지 막심한 후회가 밀려온다. 눈빛이 또렷해진 것 같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껴본다.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얼마 만에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작은 목표부터 세워서 성취하면 뭔가 잘 될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을 드리기 싫어서 예전에 보던 책을 보고, 중고 서적을 전전했는데 책과 강의도 고민 없이 시원하게 결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나에게 수시로 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격려해 준 두 명의 친구에게 소박한 식사를 대접했다. 그동안의 고마움을 잊지 말고 꼭 보답하자는 다짐이었다.

프로젝트 지원을 받은 후 1달, 작지만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호의를 받는 데서 그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꼭 보답하고 싶다는 책임 의식이 생긴 것 같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다. 나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반드시 보답하겠다. 그리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겠다. 따뜻한 손길을 내어주신 사랑샘 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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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팅 2022-12-06 16:42:23
앞날에 즐거움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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