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9)-‘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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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9)-‘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25 16: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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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이주안(필명)

요즘 TV에 법정 드라마가 많이 나옵니다. 저는 응시금지자가 된 이후로는 일부러 다른 채널로 돌리거나 꺼버립니다.

갖지 못한 자격증에 대한 미련 그리고 지난날의 후회. 심지어는 배우들처럼 변호사 연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방영되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정말 열심히 봤습니다. 처음에는 또 법정 드라마인가 싶어 외면했는데 ‘법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여느 변호사들과 다르지 않습니다.’라는 우영우의 한 마디로 결국 드라마 마지막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과연 법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긴 했을까 하면서….

사실 저는 뚜렷한 꿈도 없고 공부는 그냥저냥 하던 그런 학생이라고나 할까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주위에 아는 법조인도 전혀 없었고 법학이 뭔지도 잘 몰랐던, 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죠.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에 법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긴 했어도 이내 법학에 흥미가 생겼고, 그 이후부터 법조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약자들을 대변하는 직업인지라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 당시에는 법학과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긴 했어도 원래 있던 과에서 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곧 전과할 기회가 생겼고, 결국 과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에 법학 공부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그러나 졸업할 때쯤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슬슬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법 공부를 더 하고 싶었으나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50이 되기도 전에 일찍이 실직하신 아버지는 매일 술로 아픈 마음을 달랬고, 치매를 앓았던 시모를 모셔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아직 학업 중인 동생까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제가 공부를 계속하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 역시 그 꿈을 접기 힘들어 결국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첫 시험의 결과는 좋지 않았고 다시 준비하기엔 집안에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험 결과를 보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여 결국 공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일은 나름 즐거웠지만, 공부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결국 돈을 어느 정도 벌고는 어머니께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반대하실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면서 통장을 내미셨습니다. 통장에는 10개월 동안의 제 월급 모두가 차곡차곡 모여 있었습니다. 딱 한 학기 등록금을 낼 만큼이었죠.

시험이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응시했을 때보다는 결과가 좋아서 지망했던 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토록 원하던 로스쿨에 손수 모은 제 월급으로 등록금을 낼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로스쿨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학부 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버거웠습니다. 휴학도 여러 번 고민했지만 빨리 졸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집안에 우환도 많아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절대 저를 기다려주지 않더군요. 3년이라는 시간은 금세 흘러갔습니다. 첫 변호사시험의 결과는 역시나 최악. 점수를 보니 자존심도 상했고, 어디 말하기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있으니 좀 더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어진 시험에서는 성적이 쑥쑥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제 건강이 나빠졌고 집안 형편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선 여전히 술을 많이 드셨고, 음주로 인해 갖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지만 어디 툭 터놓고 얘기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지내야 하는지 한탄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어영부영 마지막 시험까지 치렀습니다.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마지막 시험이었지만 결과는 이전과 똑같았습니다. 합격자 발표 창을 보는 순간 끝까지 이겨내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미웠고 모든 상황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마치 제가 법 공부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걸 해도 된다, 적성을 다시 찾아라, 공부는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가슴팍에 꽂혔습니다. 공부를 하는 건 제가 정하는 일인데 왜 남들이 왈가왈부하는지 그리고 국가에서 정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주위 사람들의 말처럼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야 하는 건 오로지 제 몫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필기시험은 쉽게 잘 통과되는 편입니다. 배운 거 어디 안 간다고, 공부를 많이 하긴 했나 봅니다.

대신 최종면접에서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딱 한 고개만 넘으면 변호사시험 탈락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을 듯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시험도 안 되고 취업도 안 되니 제 인생이 모두 부정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원인을 생각해 봤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오탈자라서 더욱 인식이 안 좋은 듯합니다. 가방끈만 길고 자격증도 없는 데다 사회생활을 많이 못 해본 나이 많은 지원자는 원하지 않는 것이죠. 사실 이 부분은 어느 직렬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법 직렬은 그런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면접관들은 다른 지원자들 앞에서 대놓고 오탈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상처가 되지만 사실이니까 그 자리에서 결코 부정은 하지 않습니다. 뭐 그렇게 묻더라도 솔직히 합격만 시켜주면 좋겠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본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면 상처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안타까운 건 상황이 이렇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찮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족들도 많이 지친 상태이고 저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면서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어딜 가나 잘 웃고 밝았던 저는 이제 더 이상 온데간데없더군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저 역시 법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변호사, 법학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힘들긴 했어도 그동안 법학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으니깐요. 그래서 앞으로도 법을 사랑하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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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5.kr 2022-11-28 12:10:54
오탈자들이 뭉쳐야 바뀝니다
law5.kr

기회공정 2022-11-25 21:31:28
힘내세요

법조인임 되고 싶었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를 쏟으실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중하신다면
옛 일은 서서히 추억이 되어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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