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6)-‘실패, 그리고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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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6)-‘실패, 그리고 다시 시작’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04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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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실패, 그리고 다시 시작>

김태양(가명)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저는 갓 대학을 졸업한 패기로운 20대 초반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법학은 전공과는 다른 분야였지만 마음먹고 도전하면 안 될 일은 없다 호기롭게 생각하며 진학했던 것 같습니다. 로스쿨 입학 후 생각보다 법학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아등바등 따라가며 열심히 노력하면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섯 번 동안 시험을 준비하며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시험에 임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변호사시험 4년차가 되니 몸이 병들기 시작하여 시험 직전에 수술하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군대나 출산 이외의 사유로는 시험을 유예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시험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제 생각과는 달리 상황이 위급하다는 의사 소견으로 인해 1년간 준비해온 시험을 한 달 앞둔 12월에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수술 직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기어코 시험장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지막 시험을 칠 때 즈음에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건강도 좋지 않으셔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였지만 결국 마지막 시험도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밝고 긍정적이었던 저는 그렇게 20대를 모두 공부에 매진하고 아무것도 없이 30대가 되어 사회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랜 수험기간 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30대가 되도록 공부한다고 아르바이트마저 마음 편히 할 수 없었기에 시험이 끝나면 원 없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내 한 몸은 돌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이는 현실을 잊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바쁘니 슬퍼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을 볼 때면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또래와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목표했던 것을 잃었다는 사실마저 외면한 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이때 저는 같은 오탈자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취업에 성공한 친구의 이야기, 따뜻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저로 하여금 다시 일어날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이 말이 공감이 됩니다. 사회에 나와서 무작정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조금씩 더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면서 지금은 몸도 마음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많은 변호사시험 오탈자들이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오랜 시간 고생한 후 큰 좌절을 겪었지만 각자 새로운 길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또한 함께 변호사시험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친구가 소개해주었습니다. 누군가가 오탈자가 있다는 것을 공감해주며 도와주고자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이런 솔직한 마음을 적어 내려가는 것조차 두려워 여러 차례 망설였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어 작성해봅니다. 오랜 수험기간을 통해 잃은 것도 많지만 그만큼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고생한 만큼 앞으로 모든 오탈자분들의 앞날에도 희망과 기쁨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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