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91-채권추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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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91-채권추심의 세계
  • 손호영
  • 승인 2022.10.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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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채권추심의 세계는 넓고 깊습니다. 채권추심의 실무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법률 그 이상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들은 단편적 사례로만 대강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채권추심을 처음 하러간 분의 이야기입니다. 채무자가 어린 아이와 함께 힘들게 사는 딱한 모습을 직접 보자, 채권추심은 접어두고 라면 한 박스를 사주고 왔다고 합니다. 보지 않아도 어땠을지 그려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례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채무자 명의로 부동산 지분을 확인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부동산이 조상님들 산소를 모시는 선산이었다고 하네요. 자손들 명의로 지분을 나눠놓았던 것인데, 추심원이 그 지분을 강제집행하겠다 나서니, 결국 다른 가족들이 나서서 꽤 많은 돈을 갚았다고 합니다.

채권추심이 어렵다, 오히려 간단하다, 마음 아프다, 그저 일이다, 채무자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 채권자는? 등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채권추심원이 어떻게 업무를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채권추심업무는 법률사무소에서 하기도 하고 신용정보회사에서 하기도 하는데, 어느 곳이든 현장실무가 중요하다는 점은 직접 해보지 않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현장실무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던 차에 최근 대법원에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업무방식을 자세히 설시하여 관심있게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따라가보겠습니다.

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추심원으로 일할 때에 위임계약을 작성합니다. 그 위임계약에는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신분 조항).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배분받은 채권에 관해 추심업무를 진행하는데, ① 사무실에 출근하여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뒤, 채권 관련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② 신용정보업종 사원증을 지참한 채 채무자를 만나 변제를 독촉하며, ③ 매일 당일 수행 업무 및 실적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합니다. 채권추심 실적은 회사에 보고되고, 회사는 개인별·팀별 회수율, 목표달성율, 순위 등을 분석·관리하고 실적을 독려합니다. 다만 회사는 그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보수나 처우에 반영하거나 실적이 부진하다고 불이익을 주지 않았습니다. 채권추심원은 1인당 2~300건 채권을 관리하는데, 어느 채권을 먼저 추심할 것인지, 통화, 실사, 최고장 발송 여부 등 구체적 방법은 스스로 결정하고, 회사가 이를 지시하지 않습니다. 그는 근무시간이나 근무내용과 관계없이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고 오로지 채권 회수 실적에 ᄄᆞ른 수수료만 받는데, 어떤 달은 2,500만 원, 어떤 달은 40만 원 정도를 받기도 합니다.

대법원(2020다296819호)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 업무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법리를 새삼 되짚습니다.

이 법리에 근거해 대법원은 그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대법원 판결만 보고, ‘채권추심원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종전 대법원 판결(2018다229120, 2018다292418호)에서,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을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조금 살펴봅니다.

대법원 2018다229120호 사건에서 회사는 실적이 우수한 채권추심원에 대하여는 포상도 실시하였고, 채권추심원들을 대상으로 법률, 가이드라인의 유의사항, 채권추심활동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 및 영업성과 증대를 위한 추심기법 등을 정기 또는 수시로 교육하였습니다. 그리고 채권추심원 중 교육 불참자 및 일정 매출액 미만자를 부진 매출조직으로 선정하여 신규 채권 배정 금지, 보유 채권 임의 회수, 해촉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관리기준을 설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채권추심원은 수수료 외에 자격증 수당, 장기활동 수당, 매출성장 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받았습니다.

대법원 2018다292418호 사건에서도 비슷합니다. 팀장이 채권추심원에게 ‘보고서 업데이트, 교육 참여’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채권추심원이 작성하는 독촉장, 우편물 등 발송 서류를 팀장이 검사했으며 실적에 따라 포상 또는 불이익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각 사안별로 결론이 다른 것은 근로자성 인정은 각 요소의 개별적 검토보다는 회사의 작동구조나 원리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텝니다. 채권추심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잇따라 채권추심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채권을 먼저 추심할 것인지, 통화, 실사, 최고장 발송 여부 등 구체적 방법’이 어떤지는 여전히 궁금하기는 합니다. 아마 이것이 업계의 노하우가 되겠죠.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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