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2)-제3자뇌물수수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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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2)-제3자뇌물수수죄
  • 신종범
  • 승인 2022.09.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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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경찰은 지난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FC 광고 후원금 의혹’ 관련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두산건설로부터 용도변경과 관련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며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대표가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천여평을 상업용지로 변경하고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을 면적을 전체 부지의 15%에서 10%로 낮춰주면서 줄어든 5%에 해당하는 금액 50억원은 이 대표가 구단주로 있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으로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두산건설이 성남FC에 낸 광고 후원금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대표가 뇌물을 직접 받은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뇌물수수죄’(형법 제129조)가 아닌 ‘제3자뇌물수수죄’(형법 제130조)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후원금을 낸 두산건설 전 대표에게는 ‘뇌물공여죄’(형법 제133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뇌물을 직접 받는 일반적인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같지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제3자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고, 뇌물이 제3자에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우리 형법이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에는 ‘제3자뇌물수수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다만,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거나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과 같이 사회통념상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배우자, 자녀 기타 생활이익을 같이 하는 가족 등)가 있는 경우에는 통상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위법·부당한 이익(뇌물)이 교부되어야 한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그런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가능하지만,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려면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부정성을 규정짓는 대가관계에 관한 양해가 없었다면 단지 나중에 제3자에 대한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어떠한 직무가 소급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또한,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교부받는 일반적인 ‘뇌물수수죄’와 달리 제3자가 교부받는 ‘제3자뇌물수수죄’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함에 신중을 요하여야 하는데, 판례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사건에서 보완수사 결과 ‘제3자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는데, ‘제3자뇌물수수죄’ 관련 판례 등에 비추어 보면 기소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그 혐의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남FC와 같은 공적 기관도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에 해당할 수 있는지,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유명 축구 구단에 광고를 하면서 낸 광고 후원금을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익인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성남시에 기부채납할 몫을 줄여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으로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성남시와 그 산하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는 성남FC의 관계상 이를 제3자에게 위법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두산그룹과 이 대표 사이에 용도변경이 성남FC 후원금 지급에 대한 대가라는 것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는지, 용도변경 경위, 시기 등에 비추어 불 때 성남FC에 대한 광고 후원금 지급으로 사회 일반으로부터 용도변경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의문은 경찰이 이미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가 정권이 바뀌자 결론을 바꾼 것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당나라 헌종 때 어사 등의 벼슬을 지낸 유공작은 법을 어기는 죄보다 법을 농간하는 죄가 더 크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법을 범하면 법은 그대로 있지만, 법을 어지럽히면 법이 없어진다”(犯法法在 亂法法亡)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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