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출제의 산실, 국가고시센터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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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 출제의 산실, 국가고시센터를 가보니...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9.28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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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구역’ 언론에 최초공개…매년 17종 공무원시험 출제
총 321개 과목에서 약 9만5천여개의 ‘문제 은행’을 보유
시험위원 7~18일 합숙...‘철통 보안’ 속 창문엔 자물쇠가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기기 반납한 채 외부와 철저 차단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 유리창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폐쇄회로(CC)TV 69대는 밤낮없이 사람들을 감시한다.

얼핏 감옥 같지만, 국가보안시설인 국가고시센터다. 출제 기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이곳에서 매년 총 17종 공무원 시험(347개 과목)이 출제된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8일 국가고시센터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기자들도 전자기기를 모두 맡긴 뒤, 방호 요원의 철저한 몸수색을 거쳐 들어설 수 있었다.

지난해 시험위원 등으로 위촉된 인원은 총 7천551명(출제위원 2천752명·선정위원 985명·정답확정위원 245명·면접위원 3천56명·재검토요원 513명)이다.

주로 대학교수나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시험위원 명단은 인사혁신처장이나 국장급 등 상부에 보고되지 않고 대외비로 관리된다.
 

인사혁신처는 28일 국가보안시설인 국가고시센터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 인사혁신처‧연합뉴스
인사혁신처는 28일 국가보안시설인 국가고시센터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 인사혁신처‧연합뉴스

짧게는 7일, 길게는 18일까지 센터에서 합숙하는 이들은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다. 인사처 공무원·생활요원(주방·청소)·의무실 간호사 등도 똑같은 규정으로 합숙한다.

특히 고시센터 소속 공무원은 한해에 절반 이상을 갇혀 지낸다고 한다. 한 시험출제과 직원은 장기간 연락 두절로 방을 비웠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자, 집주인이 수상한 사람으로 여겨 경찰에 신고한 일화도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출제 기간 상(喪)이 발생하면 시험출제과 직원 1명과 보안요원 2명이 동행 외출해 24시간 감시가 이뤄진다. 병원 이송 등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1일 최대 수용 인원은 275명으로 인원이 넘쳐 주로 2∼3인이 한방을 쓴다. 방에는 TV와 작은 냉장고, 침대가 있다. 불투명 유리창은 자물쇠로 잠겨있다.

외부 연락은 센터에 구비된 유선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통화 음성은 자동 녹취되고, 이후 보안 담당자가 녹취록을 전부 풀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고시센터 건물 바깥엔 굵은 낚싯줄 120개로 만들어진 드론 착륙 방지망이 설치됐다. 드론이 건물 내부에 접근할 경우 걸리도록 낚싯줄이 촘촘하게 걸려있다.

식당 환풍구에도 이중 망이 설치됐다. 음식물 쓰레기도 출제 기간이 끝날 때까지 외부로 못 나간다. 주류 반입도 금지라 조리용 술은 나름 '철통 보안' 상태다.

고시센터는 총 321개 과목에서 약 9만5천여개의 '문제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서버실은 지문과 보안 카드를 동시에 찍어야 문이 열렸다.

외부에선 접속이 불가능한 폐쇄형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모든 문제는 암호화 상태로 저장되고, 주기적 백업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고 인사처는 설명했다.

시험위원 위촉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가족·본인 또는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 조교 및 고시반 지도 등 관계자가 시험에 응시한 경우 위촉될 수 없다.

또 최근 3년 이내 학원 강의, 수험서 발간, 대학 고시반 강의를 한 사실이 없어야 하고, 3년간 출제한 중간고사·기말고사 문제는 의무 제출해야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어려운 연금 생활을 견디는 힘은 국가를 위해 일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자부심에 있다”며 “바쁜 강의 일정과 논문 작업, 낮은 수당, 불편한 합숙 여건에서도 헌신해주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고시센터는 공무원시험 문제를 합숙 출제하기 위한 정부기관으로, 17년 전인 2005년에 개소했다. 현재 5‧7‧9급 등의 국가공무원시험 외에도 17개 시도 공무원 및 교육청 공무원 시험 등의 출제도 겸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공무원시험 출제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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