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1)-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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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1)-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 신종범
  • 승인 2022.09.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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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우리 주변에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여 소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인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흉부압박, 인공호흡, 지혈법 등 다양한 응급처치 수단을 익히게 되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행해진 적절한 응급조치는 사태의 악화를 막고, 이후 치료과정을 통하여 건강을 회복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우리 신체나 건강이 갑자기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신속한 응급처치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분쟁에 휘말리게 될 때도 신속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법적 측면에서 응급처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보전처분’이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판결 등 집행권원이 없으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법제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 판결을 받으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채무자가 재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묶어 둘 필요가 있게 되는데, 그 수단이 바로 ‘가압류’다. 가압류는 우리 법에서 인정되고 있는 보전처분의 하나다.

‘가압류’ 외 보전처분으로는 ‘가처분’이 있다. ‘가처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채권자가 금전채권 이외에 특정 물건이나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강제집행시까지 다툼의 대상(係爭物)이 멸실·처분되는 등 사실상·법률상 변경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다툼의 대상의 현상을 동결시키는 가처분이 ‘다툼의 대상(계쟁물)에 관한 가처분’이다. 불법점유자를 상대로 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하기에 앞서 불법점유자가 목적물을 타인에게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가처분은 당사자 사이에 현재 다툼이 있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현상의 진행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권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등 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임시의 지위를 주어 그와 같은 손해를 피하거나 위험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 그것이다. ‘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주주총회 개최금지가처분’, ‘근로자의 지위보전가처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단순히 현상을 동결하는데 그치는 ‘가압류’나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현상을 변경하여 잠정적으로 나마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을 통하여 기존 이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새로운 사람에게 이사의 직무를 맡길 수 있다. 때로는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의 지위보전가처분’을 통하여 본안소송을 통한 해고무효확인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임금을 계속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른 보전처분과 달리 금전채권이나 특정물에 대한 청구권을 전제로 하지 않고 권리관계에 다툼이 현존하고 있다면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신청할 수 있어 다양한 유형의 신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다른 보전처분과 달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경우에 ‘피보전권리’는 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그 결정의 효력이 적극적인 현상 변경인 관계로 또 다른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는 엄격히 판단되어 그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없는 한 인용결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정치권을 흔들어 놓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 관련 ‘효력정지가처분’ 사건이 그것이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사건이 인용되기 어렵고, 더구나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에 대하여는 정당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사법부가 그 판단을 자제하여 왔기에 국민의힘과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신청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힘의 비대위 전환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시키는 일부인용결정을 하였다. 사실상 이준석 전 대표의 주장을 거의 다 받아들여준 결정이었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외부적 상황에 의해서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일부 최고위원들이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의도적으로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비대위전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또 다시 비대위 구성을 결의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였다. 이에 이준석 전 대표는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당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법원이 정당 내부의사결정의 당부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이 이에 대해 밝힌 판단을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정당이 자율성을 가진다 해도 당원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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