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02) / 공부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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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02) / 공부설계도
  • 정명재
  • 승인 2022.08.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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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무더위에 지친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무더운 여름은 누구에게나 지치고 힘겹기는 마찬가지이나 올해는 뒤늦은 폭우로 인한 수해까지 겹쳐 더욱 그런 듯하다.

작업을 하는 시간이 주로 밤이다 보니, 야간에 일하는 분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편의점에서 늘 마주하는 알바생,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 24시간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가끔 새벽에 학원으로 향하는 부지런한 수험생들을 만날 때도 있다.
 

밤에 일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졸린 잠을 뿌리치고 일을 하는 직업이란 신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역행하는 것이다. 누구든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할 이유는 많지 않다. 나 역시 이러한 야간작업을 좋아서 택한 것은 아니다. 몰입의 이유도 있었고 방해받지 않는 고즈넉한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거의 8년째 이렇게 살고 있다. 2015년부터 지금의 일을 시작했으니 꽤 오랜 시간 수험생들과 함께 동고동락 하였다. 느끼는 바가 많아 수험생의 인생을 살펴보기로 한다.

멋모르고 시작한 일을 하다보면 도중에 어려움을 만나고 좌충우돌 실수연발의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겁조차 없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세상에 뛰어드는 일이다. 수험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들 장수생이 되고 싶어서 시작을 했겠는가? 처음에는 호기롭게 큰소리를 치며 1년이면 충분하다고 아니, 2~3년이면 합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직도 공부를 계속하며 합격을 염원하는 이들이 많다.

그대가 특별히 못나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고려시대 대문장가인 이규보 역시 시험 콤플렉스가 매우 심했다. 고려시대에는 ‘예부시’가 본시험으로 ‘국자감시’를 통과하여야만 본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동(神童)이라 불린 이규보는 자신의 머리만 믿고 번번이 시험에 떨어졌던 것이다. 네 번째 도전에서 그는 시험에 떨어질 것을 염려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날 기이한 꿈을 꾸게 된다. 이름을 바꾸면 합격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규보의 이름은 ‘규보’가 아니고 ‘인저(仁氐)’였다. 부모는 이름을 바꾸어서라도 합격이 되길 원하였고 이후 이규보로 개명하여 시험을 치렀으며 합격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가 한국사 공부에서 늘 암기하는 바로 그 인물이다. 역사의 유명인도 합격 때문에 이름을 바꿀 정도이니 시험 스트레스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건축주 없는 집은 없다. 설계도 없는 건물은 없다. 하자 없는 건물은 없고, 개·보수 없는 건물 또한 없다. 어느 유명한 건축가가 평생토록 건물을 지으면서 깨우친 바를 전하는 명언(明言)이다. 우리는 수험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설계도를 만들고 그에 따른 건물을 올리듯이 수험계획을 세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론 난관(難關)에 부딪히고 좌절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설계도를 조금 바꾸어라.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계획도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다. 세상사 누구나 겪는 일이다. 실패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실패를 통해 완성된 계획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이지, 실패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머물지는 말아야 한다.

많은 수험생들은 시험공부를 할 때 나름대로의 설계도를 만들어 시작을 한다. 완벽한 설계도를 구하려 애쓰기도 하고, 완벽한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처럼 열정을 다해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하는 일과 집을 짓는 일은 그 원리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주인이 되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고, 계획을 잘 세워 공부를 해야 하지만 변화에 둔감하지 않게 계획을 수정하는 일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혹시 실패를 맞게 되더라도 다시 계획을 세워 실수를 보완하고 실패하지 않도록 준비하면 된다. 여름이니,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계획하던 올해 시험은 거의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도 있을 것이고 아쉽게 실패를 확인하며 내년을 기약하며 시간을 보내는 수험생도 있을 것이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릴 적 개구쟁이 꼬마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이고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공부였다면 그 끝을 마무리해야 하는 숙명(宿命)이 수험생에게는 있다.

불교의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는 코뿔소를 말하는데, 주로 혼자 사는 동물로 강하고 우직해 보이는 코뿔소를 연상하면 경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집착을 버리고 자기의 길을 열심히, 묵묵히, 홀로 가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원서를 접수하면서부터 수험생의 마음가짐은 달라져야 한다. 꼭 합격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결연한 의지를 갖추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지난 일을 뒤돌아보지 말고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지금 앞에 놓인 그 길을 걸어가도록 하자.
 

나는 다시 서재로 돌아와 책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늘 재미있고 신나던 공부도 잠시 지쳤는지 한동안 책상 앞에 앉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앉는 나의 의자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다. 글을 쓰는 일과 책을 만드는 일 그리고 강의하는 일을 잠시 쉬어 보니 그동안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함도 알았다. 쉼은 소중한 시간이다. 실패를 하였건 성공을 하였건 상관없다. 다시 일어설 마음이 있다면 쉼을 가지고 쉼표를 머리에 그리도록 하자. 좋은 설계도가 그대에게 떠오를 수도 있을 테니까.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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