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8)-군형법상 대(對) 상관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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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8)-군형법상 대(對) 상관범죄
  • 신종범
  • 승인 2022.08.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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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군형법에 규정된 상관모욕죄가 군 내부고발자에 대한 입막음이나 보복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직속상관 소령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해군 A하사는 성추행 가해 소령에 대한 욕설이 담긴 문자를 동료 하사에게 보냈다가 상관모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 전역하였고, 여성 장교 후보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고 이를 처리하던 공군 소대장 B중위는 교관들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가해 중령을 ‘똥령’이라고 표현하였다가 역시 상관모욕죄로 기소유예을 처분을 받은 후 전역을 하였으며, 대대장 C소령은 부대원들 앞에서 가해 중령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하였다는 혐의로 상관모욕죄와 상관명예훼손죄로 기소되어 공군 군사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고등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강제휴직 상태에 있다고 하면서, 군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상관모욕죄가 상관에 대한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도록 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형법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순정상관)과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준상관)를 ‘상관’으로 정의한 후 이러한 상관에 대한 살인, 상해, 폭행, 모욕, 명예훼손 등의 행위를 대(對) 상관범죄로 규정하면서 그 형량을 형법 보다 2배 이상으로 매우 무겁게 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대 상관범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위계질서를 지키고 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군형법상 대 상관범죄를 적용함에 있어 문제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먼저, 병사들 상호 간에도 대 상관범죄로 의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실제 모 상병이 분대장인 다른 상병을 모욕한 사건에서, 군사법원은 “분대장은 다른 분대원들과 상시적인 명령·복종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군형법상 상관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병영 생활에서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 분대장은 상관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명령복종 관계’는 법령에 의거해 설정된 상하 지휘계통 관계를 말한다. 명령권을 가지면 상관이고, 이때 계급이나 서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이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민간인인 대통령이 대 상관범죄의 상관에 해당하는지 관련하여, 현역 군인이 트위터에 대통령을 욕하는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 외에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 역시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 상관모욕죄의 입법 취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및 국군조직법 등의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면, 상관모욕죄에서의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군형법상 대 상관범죄를 적용함에 있어 가장 문제되는 것은 훈련이나 작전 수행 등의 직무수행과는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하여도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실제 연인 관계에 있던 여성 중위와 사귀는 과정에서 상해, 폭행, 협박, 모욕을 하였다는 혐의로 각 상관상해, 상관폭행, 상관협박 및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모 상병은 피해 중위와 결혼하고 피해 중위가 선처를 호소하였음에도 군사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군형법이 규정한 상관에 대한 폭행, 협박, 상해, 모욕죄는 모두 상관의 신체, 명예 등의 개인적 법익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여기서의 ‘상관’에는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도 포함되고, 상관이 반드시 직무수행 중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형법이 상관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하면서 대 상관범죄의 성립에 직무수행 관련성 등을 요구하지 않고, 법원은 군 조직의 위계질서 보호를 이유로 대 상관범죄의 적용범위를 넓게 인정하면서 위의 사례들과 같이 같은 계급의 병사 간에도,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적 영역에까지도 대 상관범죄가 적용되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배우자 한쪽이 상위 계급자이거나 상위 서열자인 부부군인이 부부싸움을 하면서 서로 폭행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했을 경우 판례에 따른다면 하위 계급자 또는 하위 서열자인 배우자는 군형법상 상관폭행죄나 상관모욕죄가 적용되고 다른 배우자는 일반 형법이 적용되게 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위 언론 보도도 군인이 사적 영역에서 표현한 내용에 대하여 그 대상이 상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관모욕죄, 상관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수긍이 간다. 더욱이 가해 상관에 대한 신고 등을 한 사람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대 상관범죄가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군이 반드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군형법인 UCMJ(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는 상관에 대한 폭행죄에 대하여 상관이 직무수행 중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위하여 상관에 대한 범죄의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사생활 영역에서까지 그러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군형법의 개정이나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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