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NATO의 ‘2022 전략개념’과 동맹 정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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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NATO의 ‘2022 전략개념’과 동맹 정치의 변화
  • 신희섭
  • 승인 2022.07.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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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6월 29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는 ‘2022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내놓으면서 폐막했다. 국내적으로는 한국이 최초로 NATO(이하 나토) 회의에 초청을 받았다는 점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무대 데뷔나 영부인 외교 문제로 정치 차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전략개념의 발표는 나토의 변화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외교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제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나토는 동맹의 역사를 반영한다. 1948년 소련이 베를린을 봉쇄하면서 서유럽에 대한 소련의 위협이 직접적인 것이 되자 1949년 미국이 중심이 되어 서유럽 국가들을 결속하여 만든 군사동맹이 나토다. 즉 2차 대전 중 전시 동맹이었던 소련을 주적으로 하여 만들면서 냉전을 공식화했다. 이후 1952년 그리스와 터키, 1955년에는 서독이 가입하면서 냉전 강화의 역사를 기록했다. 소련이 붕괴하며 탈냉전이 되자 나토는 주적을 상실했지만,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과 소련 연방에 속했던 국가들로 회원국을 확대해왔다.

공통의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나토는 역할과 회원국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동안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을 나토에 가입시켰다. 이로써 현재 30개인 회원국이 32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결된 뒤에는 과거부터 나토 가입을 희망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도 가입을 위해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나토가 변화하고 있다. 이번 나토의 2022 전략개념은 향후 미국의 동맹정책과 안보정책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전반의 변화를 예상하게 한다. 2022년 전략개념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는 “회원국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안정에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다. 둘째,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 그리고 중국은 “우주·사이버·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전복’을 시도”한다. 셋째, “지역을 넘어서는 도전과 공통의 안보이해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 국가들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세 가지 중요 내용만 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이 강화되면서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냉전이 도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번 정상회담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라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가 참석한 조건을 대입하면 구획은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국가 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국가 진영의 날카로운 대립.

하지만 한 발만 뒤로 물러서 깊은 호흡을 하고 보면 그림은 좀 달라진다.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다. 나토의 구조적인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동맹의 ‘대적 게임’과 ‘대내 게임’이라는 분석 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국제정치학을 다룬 폴 쉬로더는 동맹을 ‘대적 게임’과 ‘대내 게임’으로 구분하였다. 흔히 생각하듯이 동맹이 오직 적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고, 동맹국 사이의 정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토의 구조적 변화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볼 필요가 있다.

나토 변화의 첫 번째는 적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적의 개념을 매우 조심스럽게 세분화하고 있다. 직접적 위협인 러시아와 구조적 도전인 중국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탈냉전기 목적을 상실했던 나토는 공통의 적을 찾았다. 다만 유럽에서 전쟁을 감행한 ‘직접적인 위협’인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영향력을 넓혀오는 ‘도전자’ 중국은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가치사슬로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두면서 상호의존이 강화된 현시점에서 냉전기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적(enemy)’이라고 규정하고 완전하게 관계 청산을 이룰 수도 없다. 따라서 적(enemy)과 위협(threat)과 도전(challenge)을 정책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런 분류를 통해 나토는 자연스럽게 범위를 유럽을 넘어 세계로 넓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나토 변화의 두 번째는 동맹국의 확대와 관리 강화다. 쉽게 정리하자면 상대해야 할 대상인 적은 다양하지만, 회원국과 파트너들은 하나(one team)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나토국가만이 아니라 가치와 규범을 공유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포괄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 동맹이 특정 지역의 특정 국가에 대한 국력(power)과 위협(threat) 혹은 현상타파 성향(interest)에 대응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동맹(alliance) 혹은 제휴(alignment) 관계 또는 동반자(partner) 관계 등등 무엇으로 이름을 붙이든 미국은 친구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원래 아무리 적이 여럿이어도 친구만 하나로 똘똘 뭉치면 된다. 그리고 이런 대내 정치의 핵심은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규범을 통한 ‘정체성’의 공유다.

지역이 다르고 국가의 정체체제나 정치경제 운영방식이 다른 국가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 미국은 가치와 규범이라는 ‘원칙’을 선택한 것이다. 사이버, 해양, 우주 어떤 분야나 신흥안보 분야 무엇을 내세우든 미국이 ‘원팀(one team)’을 만들 수 있는 틀은 가치와 정체성이란 ‘원칙’이다. 그러니 반대편에 선 중국과 러시아는 구체적인 ‘이익’을 내세우면서 주변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일대일로가 되었든 가스 외교가 되었든 중국과 러시아는 결국 ‘실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세울 가치나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실리’만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 전략가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보다 조급할 수밖에 없다.

나토의 세 번째 변화는 제도 자체의 힘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동맹은 제도적으로 발전해왔다. 17~18세기의 임의적인 동맹과 달리 19세기 유럽협조체제는 동맹을 다자주의화하였다. 그리고 20세기 동맹인 나토는 다자 동맹을 더욱 발전시켰다. 적이 사라진 탈냉전에서도 나토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안보 확보에 더해 테러리즘 대응까지 역할을 확대했다. 그리고 현재 나토는 새롭게 위협과 도전을 규정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한다. 가치와 원칙을 무기로 지역 경계를 넘어서면서 범위마저 군사 분야를 초월하여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동맹이란 제도가 강화되는 그 중심에는 패권을 지키고자 하는 영리한 미국이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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