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2)-‘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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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2)-‘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7.1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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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

박요셉

1. 전반전

성적에 맞춰서 들어간 법대였습니다. 법학 서적에 쓰여있는 한국어이지만 한국어 같지 않은 내용들은, 그것에 흥미를 붙이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보통 또는 그보다 조금은 게으른 대학 생활을 하는 수많은 이들처럼 시간을 허송하였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아마 물권법을 수강하기 시작한 2학년 즈음이었을 겁니다. 외계어 같던 법학은 아귀가 딱 들어맞는 퍼즐 같은 논리정연함으로 더 깊은 곳으로의 탐구를 유혹하였고, 이내 그 매력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막연하게나마 법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게 그즈음이었습니다.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고, 구체화 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던 중,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로스쿨법이 제정되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빛나고 찬란했던 청춘을 저 위대한 인생경로에 오롯이 쏟아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쓰디쓴 몇 번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끝내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렇게 먼 훗날 반짝이는 빛으로 기록될,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새 인생의 서막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2. 후반전

로스쿨생들은 다 똑똑한 것 같았습니다. 나름의 노력과 나름의 고군분투는 그 치열했던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저 그런 결과만을 주었고, 이는 마치 그간의 힘듦을 조롱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법률가의 꿈을 처음 꾸기 시작했을 때의 그 설렘을. 기대로 충만했던 청춘을.

맹자는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마지막이자 궁극적인 것을 “천하의 영재들을 얻어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다(得天下英才而敎育之)”라고 했는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률가가 되어 활동한 뒤 그 지식과 경험을 재산으로 삼아 맹자와 같은 후학양성의 꿈을 꾸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과 고군분투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리하여 로스쿨 3년 내내 초심을 곁에 두었고, 그 결과 변호사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자 로스쿨 생활의 종지부인 졸업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의 꿈에 몇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은 마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해소되어 실현 가능함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품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슬램덩크라는 일본만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속해있는 북산이라는 고교농구팀은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거의 매회 전국을 제패했던 산왕이라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승리를 거둡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경기에서 그보다 더한 거짓말처럼 내리 연패를 당하게 됩니다. 졸업시험 통과가 거짓말처럼 북산이 산왕에게 승리했던 때만큼의 기쁨을 주었다면, 내리 5번의 변호사시험 불합격은 차라리 더한 거짓말이라고 부르고 싶은 참담함이었습니다.

꿈과 목표를 위해 쏟아부었던 청춘은 간데없고, 남은 것은 자신감 하락과 자괴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어느새 늘어버린 주름살뿐이었습니다.

3. 연장전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먹어도 먹는 게 아니고,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며, 심지어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새로이 시도하기에는 몸이 늙어버린 것보다는 마음이 시들어버린 게 문제였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속에 머무른 채 그것을 계속 곱씹는 것으로 소중한 현재를 소비하는 것이 미래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한참의 의미 없는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르고 흘러가고 있을 때 즈음, 어느 날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불순물 없이 깨끗할 것만 같은 생수도 컵에 따라놓고 오랜 시간 기다리면 가라앉는 침전물 같은 게 보인다고. 부족하고 무능하다 자책하겠지만, 법대와 로스쿨 7년의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은, 오래 기다린 뒤에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생수의 침전물처럼 보기 힘들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그걸 활용해보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오탈제가 폐지될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침전물을 보게 될지,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법률가의 꿈을 꾸는데 다 써버려서 청춘은 이미 가고 없지만, 새로운 꿈을 다시 꾸는 게 아직도 익숙한 옷 대신 몸에 맞지 않는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마냥 어색하지만 다시 일어서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새로이 마음을 다잡을 때쯤 받은 사랑샘재단의 지원은 그야말로 급시우(及時雨) 같았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야구선수였던 요기 베라의 명언으로 조악한 에세이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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